思索의 窓(사색의 창)
어느 노(老)교수의 이야기
華谷.千里香 2023. 1. 18. 23:53
남은당신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소!
아래 글은 십여 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서울에 살고 있는 연세대 수학박사로
안동교육대학 단국대교수를
역임한 분의 글입니다.
어느 노(老)교수의 이야기
친구 한 사람 잃고 나니,
남은 당신들께 꼭 당부하고싶은 말이 있소.
어제는 지나갔으니 그만이고,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모를 일,
부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아끼는 어리석은 짓이란
이젠 하지 말기오.
오늘도 금방 지나간다오.
돈도 마찬가지요.
은행에 저금한 돈,
심지어는 내 지갑에 든 돈도
쓰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란 말이오.
그저 휴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오.
뭘 걱정 해?
지갑이란 비워야 한다오.
비워야 또 돈이 들어 오지.
차 있는 그릇에 무얼 더 담을 수 있겠소?
그릇이란 비워 있을 때
쓸모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오.
뭘 또 더 참아야 하리까!
이젠 더 아낄 시간이 없다오.
먹고 싶은 거 있거들랑
가격표 보지 말고 걸들린듯이 사먹고,
가고 싶은데 있거들랑 원근 따지지 말고
바람난 것처럼 가고, 사고 싶은 거 있거들랑
명품 하품 가릴 것 없이 당장 사시오.
앞으론 다시 그렇게 못한다오.
다시 할 시간이 없단 말이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 있거들랑
당장 전화로 불러내 국수라도 걸치면서,
하고 싶던 이야기 마음껏 하시오.
그 사람, 살아서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른다오.
한 때는 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던
당신의 배우자, 친구,
그 사람 분명 언젠가 당신 곁을 떠날거요.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오.
떠나고 나면 아차하고 후회하는 한 가지,
"사랑한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못한 거
그 가슴 저려내는 아픔,
당하지 않은 사람 절대 모를거요.
엎질러 진 물 어이 다시 담겠소?
지금 당장 양말 한 짝이라도 사서
손에 쥐어주고 고맙다 말하시오.
그 쉬운 그것도 다시는 곧 못 하게 된다니까.
그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시오.
어떤 불평도 짜증도 다 받아드리시오.
우주 만물이란 서로 다 다른 것,
그 사람인들 어찌 나하고 같으리까?
처음부터 달랐지만
그걸알고도 그렁저렁 지금까지 같이 산 거 아니오?
그동안 그만큼이나 같아졌으면 되었지!
뭘 또 더 이상 같아지란 말이오?
이젠 그대로 멋대로 두시오.
나는 내 그림자를 잃던 날!
내일부턴 지구도 돌지 않고
태양도 뜨지 않을 줄 알았다오.
그러기를 벌서 10년이 넘었지만
나는 매주 산소에 가서 그가 가장 좋아하던
커피 잔에 커피를 타 놓고
차디찬 돌에 입을 맞추고 돌아온다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겨우 이 짓밖에 없다오.
어리석다고, 부질없다고, 미친 짓이라고 욕해도 .
난 어쩔 수 없다오. 제발 나같이 되지 마시오.
이것이 곧 당신들의 모습이니
"살아있을 때" 라는
공자도 못한 천하의 명언을
부디 실천하기 바라오.
지금 당장 넌지시 손이라도 잡고
뺨을 비비면서 귓속말로 “고맙다”고 하시오.
안하던 짓 한다고 뿌리치거들랑
“허허”하고 너털웃음으로 크게 웃어 주시오.
이것이 당신들께
하고픈 나의 소박하고 간곡한 권고이니,
절대로 흘려듣지 말고 언제 끝나버릴지 모르는,
그러나 분명 끝나버릴
남은 세월 부디 즐겁게 사시구려!
'경독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如露亦如電(여로역여전) (0) | 2023.01.26 |
---|---|
검은 토끼의 해, 설 잘 쇠소서 (0) | 2023.01.22 |
머슴이 吏曹參判(이조참판)이 되다. (0) | 2023.01.17 |
나의 사랑하는 생활/피천득 (0) | 2023.01.16 |
이유 없는 고난은 없다. (0) | 2023.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