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중 담은 푸쉬긴 이야기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푸쉬긴(1799-1837)은 흔히 이탈리아 '단테', 독일 '괴테'에 비견된다.크림반도는 이런 푸쉬긴의 유배지다.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사조를 통합하여 '러시아 문학의 황금 시대'를 열었다는 문인 푸쉬긴 1820년 봄 푸쉬긴은 "귀족의 신분에 맞지않게 러시아 사회에 불온한 자유주의 사 상을 불어넣는다"는 귀족 사회의 탄핵을 받고 수도 페테르부르크에서 이곳으로 옮 겨온다.그해 봄부터 3주 동안 육로로, 또 바닷길로 크림 반도 전체를 여행하며 쫓겨난 자의 아픔과 이루지못한 사랑 이야기들을 시에담아 우리에게 남기고있다. 한복판에 다듬어진 정원수에 둘러싸인 젊은 남녀의 다정한모습이 눈에들어왔다. 금방이라도 걸을듯이 말을 할듯이 서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저절로 발길이 멈췄다.- 저 사람들은 왕과 왕비인가요?- 아니요,저들은 푸쉬킨과 그의 아내 나타샤예요.지금 서 계신 곳에서 바로 뒤를 돌아 보세요.저 집에쓰여진 작은 현판이 보이시나요? 저기가 푸쉬킨이 3개월 동안 신혼생활을 했던 집입니다. 우리 어렸을 적에 이발소에 가면 꼭 걸려 있던 <삶>이라는 시를 쓴 작가 말이에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푸쉬킨은 러시아의 태양이라부르며 사람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시인이고 동화작가이며 소설가지요.안타깝게 32세의 나이로 요절을 한 비운의 사나이였고요. 가이드가 들려 준 푸쉬킨의 이야기는 내 상상력에 걷잡을 수 없는 불을 지폈다. 아주 간단하게 사건의 전모를 간추려서 들려주었는데 그 간단한 이야기가 내 마음 속에서는 파노라마 같은 이야기로 되살아났다.나는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그래서 러시아인 중 영어가 통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기시작했다. 그들이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푸쉬킨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말이다. 내가 찾던 사람은 고급 기념품 가게에 있었다. 우리는 아주 섬세하고 색이 고운 알까기 인형의 배 부분에 그려진 동화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푸쉬킨 이야기로 옮겨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되었다.너무나 어이없는 이유로요절을 한 불운한 사내, 푸쉬킨 이야기.내가 모스크바에 오지 않았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칠 뻔 한 어처구니 없이 슬픈 사연이었다. 푸쉬킨은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나 육사를 졸업한 엘리트 청년이었다.그는 나타사라는 여인과 결혼을 하였는데 그녀는 아름답지만 끼가 많고 음란한 여인이었다.결혼을 하고 이 집에서 3개월간의 신혼생활을마치고 St. 페테스부르크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단테스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것이 그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러시아에 내려오는 여자 이름에 대한 속설이 있는데 이름에 따라서 그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 나타샤 >라는 이름은 예쁘지만 바람기가 많은 여자, < 스베따 >란 이름은 착하고 순종적인 여자, < 올가 > 는 지적이고 똑똑한 총명한 여자 이름이고 < 따띠아나 >는 깍쟁이에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여자의 이름이라고 했다. 그 이름 값을 하느라 그랬는지 나타샤는 자기 남편의 친구인 단테스와 눈이 맞아 버렸다.두 사람은 전형적인 잘못된 만남, 부적절한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들의 관계는 오래잖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급기야는 푸쉬킨의 귀에 도 들어가고 말았다.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와 바람이난 아내의 일을 알게 된 푸쉬 킨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두 사람 다 푸쉬킨이 버리고 싶지 않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 더욱 그를 괴롭게 했다.아름다운 동화를 쓰고 시를 즐겨 쓰는 문학 청년의 감수성 예민한 여린 마음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웠다.이걸 아는 척을 해야 하나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야 하나 당시 풍습으로는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게 되면 그 남편은 반드시 정부에게 결투를 신청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 모르는 체 묵인을 하고 넘어가면 세상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못난 놈이라는 낙인이찍 혀 버리게 되어 살아도 죽은 목숨이 되고 말았다. 명예를 잃는 것이 목숩을 잃는 것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었던 시대였던 것이다.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푸쉬킨 은 단테스에게 결투를 신청하기로 했다.하얀 손수건을 정적 앞에 떨어뜨렸을 때 상대방이 그걸 주워 들면 결투를 해야하지만 상대가 주워들지 않으면 결투는없던 일로 된다.푸쉬킨은 결국 단테스 앞에다 하얀 손수건을 던졌다. 푸쉬킨이 던진 손수건을 탄테스는 집어 들었다.사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비껴갈 수 없는 운명 의 힘을 느끼면서.결투는 서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치루어졌다.서로 뒤돌아 서서 세 발자국을 걸어간 후에 총을 쏘아 승부를 내기로 했는데 결과는 푸쉬킨이 단테스의 총에 맞아서 죽게 되었다.그 때 푸쉬킨의 나이 32세.한창 일을 할 나이 였다.- 푸쉬킨이 죽은 후에 단테스는 나타샤랑 결혼을 했나요? 내가 기념품 가게 지배인에게 물었다.- 아니요, 나타샤는 그 후에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몰라요.아마 혼자 살았을겁니다. 단테스는 아주 윤리적인 남자였기 때문에 과부랑 결혼을 할 수가 없었지요.- 단테스가 윤리적인 남자였다고요?나도 모르게 목소리를높였다. 그가 마치 탄테스인양 마구 닦아 세웠다. - 아니, 그렇게 윤리적인 남자가 남의 여자랑 바람을 피워요? 그게 진짜 사랑이었으면 과부로 만들었으니 더더욱 끝까 지 같이 가야지요.알고 보니 나타샤릉 절절하게 사랑한 것도 아니었구만...그런 주제에 왜 푸쉬킨을 죽였대요? 정말 나쁜 인간이네. 단테스도 일찍 죽었나요? - 아니요, 단테스는 결혼생활도 잘하고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살았대요.지금도 그의 후손들은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고 하네요.- 대체 단테스는 왜 러시아인들 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작가를 죽인거예요? 결투에 응하지 않았으면 둘 다 살 수 있었을텐데요. - 남자이기 때문에 단테스도 어쩔 수가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푸쉬킨이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어요.죽고 난 후에 그가 쓴 작품들이 더 사랑을 받기 시작을 한것이지요. 예술가들은 죽어야 이름이 나고 빛도 나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나 보다.화가들도 죽어야 그림값이 오른다고 하더 니만 푸쉬킨도 그런 작가였던 모양인가?푸쉬킨은 무얼 지키려고 목숨을 건 결투 를 했던 걸까? 사랑을 지키기 위함도 아니요 그저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운 것은 아니었을까? 그는 정말 어이없이 요절을 한, 지지리도 운이 없는 가여운 사내라 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살면서 좋은작품을 많이 써서 남겼으면 얼마나 좋았 을까.사람들은 죽은 후에야 막연한 환상을 덧입혀 영웅으로 떠받들기를 좋아하 는 법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가 아쉽게 떠났기에 그의 작품들이 더욱 인구에 회자되었는지도 모른다. (옮김)
출처 : 영락교회 평생대학
글쓴이 : 샤론 원글보기
메모 :
'역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세종의 계주교서 (0) | 2018.02.17 |
---|---|
[스크랩] 외교관이 쓴 韓中 5000년_12 (0) | 2018.02.15 |
[스크랩] 전북 임실 이웅재고가 (0) | 2018.02.07 |
[스크랩] 어사 박문수[御史 朴文秀] (0) | 2018.02.06 |
[스크랩] 倒行逆施(도행역시) (0) | 2018.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