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1888-1968)는 괴산 동부리에서 태어난다. 홍명희는 이곳 생가에서 13세까지 살다가 서울과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 생가는 1730년경 혹은 1861년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태인 군수와 금산 군수를 지낸 홍범식이 소유하고 있었다. 홍범식(1871-1910)은 금산군수로 재직하던 중 일제가 조선의 주권을 강탈하자 통분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으로서 항거하였다.
홍명희는 부친이 자결할 당시 일본에 유학 중이었으며, 그의 나이 22세였다. 1919년 3·1운동 당시 홍명희는 이곳 생가 사랑채에서 주민들과 함께 괴산지방의 만세시위를 모의하기도 했다. 홍명희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이광수, 최남선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렸다. 광복 후에는 1948년 월북한 뒤 북한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부수상을 역임하였다. 그가 월북하여 북한에 정착한 이유는 남북한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하였고, 남한정부의 친일파 청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훗날 홍명희는 자식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임꺽정》을 쓴 작가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홍범식의 아들, 애국자다. 일생 동안 애국자라는 그 명예를 잃을까봐 그 명예에 티끌이라도 묻을세라 마음을 쓰며 살아왔다.”고 한다.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하지 말고 저항하라는 부친의 유언을 평생 실천한 것이다.
생가는 동진천변에 남향으로 자리하였다. 산줄기는 북쪽에서부터 진행하다 집터 뒤편에서 주산을 형성하고 마치 구슬을 꿴 듯한 모습으로 집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형태가 생기발랄하고 경쾌하기 그지없으니, 생룡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대개 이러한 경우 집터 뒤편의 봉우리에서 음택의 혈을 맺지만, 이곳은 봉우리 아래에서 양택의 혈을 맺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양택 혈처이니, 이곳 또한 귀한 인물을 배출한다는 連珠佩玉穴을 맺었다. 이곳에 터를 정한 홍범식은 풍수에서 말하는 지령인걸의 의미를 알고 탁월한 선택을 하였다.
집터 우측에는 뾰족한 산줄기가 동진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형태를 진전필(進田筆)이라 하는데, 부귀를 빠르게 재촉한다는 산줄기이다. 즉 거듭거듭 승승장구하여 극품에 이른다는 貴砂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줄기가 물과 함께 달려 나가는 형태이면 퇴전필(退田筆)이 되어 속패의 땅이 된다.
집터의 좌측 청룡은 혈을 맺고 남은 기운을 추슬러 동진천을 따라 진행하면서 천변의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이를 관성(官星)이라 하여 혈처를 보호하는 역할이다.
이것을 보면 집터의 좌우측 능선이 크게 팔자로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풍수의 4가지 요소 중 砂水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불리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龍穴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개의치 않는다. 용이 참되고 혈이 바르면 흉한 것이 오히려 귀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龍眞穴的則 凶砂反爲吉砂)
동진천은 생가를 지나서는 일시적으로 등을 지고 빠지다가 성황천과 합류한 뒤 다시 달천과 합수하여 북동쪽으로 흐른다. 동진천은 제월리에서 양쪽의 산이 대치하여 水口砂 한문(扞門)을 형성하였다. 한문은 물이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이다. 혹자는 동진천이 집을 지나서는 등지고 흐르기 때문에 집터에 반골의 기상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홍명희가 월북한 것을 빗댄 것이다. 그러나 반골의 땅이라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도 일찌감치 숙청을 당했을 것이다. 월북자라는 신분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홍명희는 최고위직을 지내다 79세까지 천수를 누렸다.
이곳의 물길을 거시적으로 보면 성황천과 달천이 멀리서부터 생가를 향해 들어오는 모습이니, 대세는 朝水다. 조수란 물이 터를 향해 들어오는 물길을 말한다.
필자는 풍수인의 입장에서 집터를 논할 뿐 홍명희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하지만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이곳에서 태어난 홍명희는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인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단정한 봉우리에서 이어진 산줄기 끝에는 뛰어난 양택의 혈을 맺는다. 그러므로 인재를 배출하여 명문가의 기틀을 다지고자 한다면 산줄기 끝에 터를 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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