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讀書 如遊山

강나루터 2019. 12. 6. 02:34





南道 정자기행(1469)-정자詩로 만난 인물-이색(2)

뉴스일자: 2014년10월05일 17시10분

고려말의 문신·학자,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 충숙왕 15~1396 태조 5) 고려말을 대표하는 유학자 중 한 사람으로서, 당시 사상계의 흐름을 주도하였다.

1351년 원나라에서 더 알려진 아버지 이곡(穀)이 고려에서 죽자 상을 치르기 위해 귀국했다가, 1352년(공민왕 1) 시정개혁에 관한 건의문을 올렸다.

이듬해 향시(鄕試)와 정동행성(征東行省)의 향시에 1등으로 합격하여 서장관이 되어 원나라에 가서 1354년 제과의 회시에 합격, 원나라에서 응봉한림문자승사랑동지제고겸국사원편수관(應奉翰林文字承事郎同知制誥兼國史院編修官)을 지내고 귀국하여 예문응교(藝文應敎)·중서사인(中書舍人) 등을 역임하고, 이듬해 원나라에 가서 한림원에 등용되었다. 1356년 29세에 완전히 귀국해서 한림직학사(翰林直學士)이 되어 인사행정을 주관하고 개혁을 건의하여 정방(政房)을 폐지하게 하였다

그가 전북지역 고을에 어느날 들려 읊었던 시로 600여년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지금은 남원시 운봉면에 해당하는 운봉현(雲峯縣)있는 인월역이 신축함을 축하하는  시를 지었다.

적을 소멸함이 참으로 썩은 나무 꺾기와 같이 하였으니, 삼한의 즐거운 기운이 여러 공(公)에게 속했도다.
충성은 백일(白日)에 빛나니, 하늘이 안개를 거두었고 위엄이 동방에 떨쳤으니, 바다에 파도가 잠잠하누나.

나가 맞이하는 빛나는 잔치에는 무열(武烈)을 노래하고 능연(凌煙) 고각(高閣)에는 영웅의 얼굴을 그리리라.
병든 나머지 교외에 나가 맞이하지는 못하니, 앉아서 새로운 시를 읊어 높은 공을 칭송하네.

그의 나그네길을 합리화 하면서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이고 있다.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할 수 없고/ 궁한 이의 시가 좋은 법이라 했는가
내 가는 길 지금 세상과 맞지 않으니/괴로이 광막한 벌판을 찾아 헤매노라.
非詩能窮人   窮者詩乃工  我道異今世  苦意搜鴻곤

이번에는 용담현(龍潭縣)에 들린다. 지금의 전라북도 진안군 용담면 일대의 옛 행정 구역이다.

성도(聖道)와 왕화(王化)가 원근에 고루 퍼지니/학사(學舍)는 천산(天山) 만산(萬山) 중에 있도다.
묻노니, 독서의 목적은 무엇인고/효제(孝悌)ㆍ충신(忠信) 바로 이것이로다.

옛 선비들의 유랑생활은  고행을 스스로 겪으면서 내면의 숙성된 산물을 만들기 위한 기회로 삼았다. 물론 지인들을 사귀면서 사조직을 구축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그의 유랑길에 읊은 시에서도 그 뜻을 표출한 대목이 엿 보인다.

얼음 눈이 살과 뼈를 에이듯 해도/기꺼워 마음만은 평화로웠지
옛 사람의 말을 이제야 믿겠네/빼어난 시귀는 떠돌이 窮人에게 있다던 그 말
氷雪뇨肌骨   歡然心自融  始信古人語  秀句在羈窮

또 지금의 전주시 전주부에 오래 머물렀다. 전주를 욕방의관비왕사(欲訪衣冠悲往事)라고 하며 시를 읊는다.

견성(甄城)의 경치가 오르기를 권하니, 옛 사람을 위무(慰撫)하며 유연히 웃음을 머금도다.
의관을 찾고자 하니 지나간 일들이 슬퍼지고 부질없이 도기(圖記)만을 가지고 옛 궁터를 말하네.

술은 황국(黃菊)에 맑은 서리 내린 후 맛을 다하고, 주렴(珠簾)은 청산(靑山) 낙조(落照) 사이에 걷혀 있네.
고금(古今)의 영웅이 지나가는 새와 같으니, 피곤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돌아갈 줄을 알아야 하겠네.

우리네 선인들의 아뭏튼 유식자들의 풍류는 닮은만 하다.

크도다! 사물이 있는곳을 바라보니 /형세 따라 절로 형상이 다스려진다
하얀 물이 깊어지면 검게 변하고 /누런 산이 멀리서는 푸른빛을 보내지
大哉觀物處  因勢自相形   白水深成黑  黃山遠送靑

지위가 높아지면 위엄은 절로 무겁고 /집이 누추해도 덕(德)은 더욱 향기롭네
늙은 이 몸은 말을 잊은 지 오래이고 /이끼 자국 작은 뜰에 가득하네
位高威自重  室陋德彌馨  老牧忘言久 苔痕滿小庭

그는 1357년 우간의대부가 되어 유학에 의거한 삼년상 제도를 건의하여 시행케 하였다. 이어 추밀원우부승선·지공부사·지예부사 등을 지내고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왕이 남행할 때 호종하여 1등공신이 되었다.

그 뒤 좌승선·지병부사·우대언·지군부사사·동지춘추관사와 보문각·예문관의 대제학 및 판개성부사 등을 지냈다. 1367년 대사성이 되어 국학의 중영(重營)과 더불어 성균관의 학칙을 새로 제정하고 김구용(金九容)·정몽주(鄭夢周)·이숭인(李崇仁) 등을 학관으로 채용하여 성리학의 보급과 발전에 공헌하였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에서 목은에게만 집중되는 허물에 대하여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시가 이채롭다

욕실에서야 누군들 옷을 벗지 않을 수 있으랴?/어째서 함께 몸을 씻고서도 알몸을 보였다 흉보는가?
비록 들어간 시기가 늦고 이른 차이는 있다 해도/서로 보고 마르고 살찜을 아는 것은 똑같다네.
湢室誰能不脫衣 奈何同浴臝裎譏 縱然其入有早晚 均是相觀知瘦肥

서로 다른 이들은 때 씻고서 한창 스스로 나서는데/유독 이 몸만 때로 더러워졌으니 누구에게 기대랴?
조정에서 방금 새로운 길을 나에게 허락해 주었으니/장단 땅에서 똑바로 앉아 푸른 산을 마주 하노라.
諸子滌瑕方自進 獨吾染垢欲誰歸 獨吾染垢欲誰歸 危坐長湍對翠微

그는 또 완산(完山 전주시) 남루(南樓)의 조촐한 술자리에서 안부(按部) 최중연(崔仲淵)에게 시를 읊어 건넨다.

산천 군림한 누각 경치 이미 뛰어난 데다 / 한편에 내린 소나기가 다시 시를 재촉하네
게다가 한 잔 술을 선생과 함께 기울이니 / 정히 미치광이 소생의 흥취가 발할 때로세
樓壓溪山已絶奇 半邊白雨更催詩 一杯又與先生共 政是狂生發興時 -목은시고 제2권

술을 마시는 건지 감정으로 마시는 건지 아뭏튼 멋스럽게 간소하게 벌린다.

해가 어느덧 저물어 가니 / 귀뚜라미가 와상 밑에 들어오네
은자는 향기로운 난초를 캐어 / 장차 어진 이에게 주려면서
年光奄云暮 蟋蟀入床下 幽人採芳蘭 將以贈遠者

한가하게 남산을 마주하여 / 때로 다시 깨진 술잔을 씻네
세상길은 한창 갈래가 많은데 / 가을 벼는 전야에 가득하구나
悠悠對南山 時復洗破斝 世路方多岐 秋禾滿田野

글읽기란 산에 오르는 것 같아/깊고 옅음이 모두 自得함에 달려있네. 다섯 수래의 책 읽어서 돕고/능히 하늘의 이치를 본다네.讀書如遊山  深淺皆自得  輔以五車書 博約見天則.....이색의 이 시 한 대목으로 그와 갖은 시간이 아깝지가 않했다.

문화.오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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