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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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내용, 구어체로 쉽게 풀이
동양 최고의 경전으로 꼽히는 <주역(周易)>. 사서 삼경의 최고봉으로 옛 선비들에게는 필독서였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서(古書)에 지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점쟁이들의 교과서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옹(71)이 펴낸 〈대산 주역 강의〉(전3권·한길사)는 왜곡되어 온 동양 사상의 정수가 바르게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만한 지침서이다.
제1권 도입부의 ‘주역 입문’은 주역의 기원과 용어를 상세히 설명해 주역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전체적으로는 딱딱한 한문을 구어체 문장으로 풀어내 마치 강의를 듣듯이 친근하게 주역의 이치에 접하게 한다. 상세한 각주가 이해를 돕는다.
특기할 점은 〈대산 주역 강의〉가 상수리(象數理) 관점에서 서술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주역의 기본 원리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입증하는 점이다.
“사물의 이치, 형상을 통해 꿰뚫어 볼 수 있다”
김옹은 상수리를 이렇게 풀이한다. “관상을 보고 그 사람을 알 수 있듯이, 사물의 이치도 그 형상을 통해 꿰뚫어볼 수 있다. 먼저 상을 만들고, 그 상을 수로 풀어내 이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 상수리이다.”
상수리가 중요한 것은, 주역이 본래 문자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한 기록물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주역은 5천 년 전에 복희씨(伏羲氏)가 괘·효(卦·爻)라는 부호를 그려 만물을 설명한 것을, 3천 년 전에 주나라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이 문자로 풀어낸 것이다. 여기에 중국 춘추시대에 공자가 열 가지 해설전 ‘십익(十翼)’을 덧붙여 오늘날 전해지는 주역이 완성되었다.
“성인 네 분이 쓴 책이 아무려면 한갓 점술서에 지나지 않겠는가. 점쟁이들이 공부했다고 하는 주역은 주역이 아니다. 주역에서 점술에 관한 내용만 분리해서 집필된 〈복서정종(卜筮正宗)〉과 〈명리정종(命理正宗)〉이다. 사물의 이치를 모르는데 어떻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김옹의 설명에 따르면, 주역은 다른 경전과 달리 ‘피흉취길(避凶趣吉:흉한 것을 피하고 길한 것을 취한다)’의 미래학적·처세술적 학문이다. 그러나 ‘이전민용(以前民用:백성 앞에서 쓰라)’하라는 공자의 가르침처럼, 주역은 재물을 얻을 목적으로 사사로이 미래를 점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김옹 역시 대가를 받고 점을 쳐 준 적은 평생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주역은 한학을 공부한 선비들도 그 내용을 잘 모르는데, 오히려 그의 강의를 꾸준히 들은 대학생들이 더 빠른 이해력을 보일 때가 많다고 김옹은 말했다. 〈대산 주역 강의〉는 홍역학회(洪易學會:02-2237-9137) 상임고문인 김옹이, 지난 14년간 흥사단을 비롯한 전국 각처에서 펼쳐온 주역 강의를 집대성한 기록이다. 또한 스승인 야산(也山) 이 달(李達;1889∼1958) 선생의 독창적 주역학을 계승 발전시킨 역저(力著)이기도 하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