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최 자옥 좌우명

강나루터 2019. 12. 3. 09:02





박 종 국

사는 데 뚜렷한 원칙이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확고한 강령이 있어야 하며, 정신에는 분명한 지침이 있어야한다. 우리는 저마다 하나의 좌우명을 갖거나, 소망하는 바를 신념으로 밝히며 산다. 그렇기에 좌우명이 없거나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남보다 뒤미처 살 수밖에 없다.

명언은 심금을 울리고, 금언은 교훈이 되며, 격언은 훈계가 되고, 잠언은 우리의 길잡이가 된다. 그렇지만 좌우명은 인생의 금과옥조다. 그것은 지혜의 결정이요, 처세훈의 집약이요, 생활철학의 정수요, 도리의 압축이요, 예지의 진주다.

좌우명은 중국 후한의 유명한 학자인 최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의 호는 자옥인데, 최자옥은 그의 책상의 오른편에 좋은 글귀를 아로새긴 쇠붙이를 놓고 그것을 매일 바라보면서 마음의 거울로 삼고 행동의 길잡이로 삼았다. 이것이 좌우명이 생긴 역사적 유래며 효시다. 최자옥의 좌우명은 고대 중국인들이 애지중지한 명문이다. 그의 좌우명은 5자가 1구를 이루어 모두 20구로 되어 있는 전문 백 자의 글이다.

무도인지단(無道人之短)하며, 무설기지장(無說己之長)하라.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나의 장점을 자랑하지 말라.
시인신물념(施人愼勿念)하고, 수시신물망(受施愼勿忘)하라.
사람에게 물건을 준 다음에 될수록 그것을 기억하지 말고, 남에게 물건을 받은 다음에는 결코 잊어버리지 말라.
세예부족모(世譽不足慕)하며, 유인위기강(唯仁爲紀綱)하라.
세상의 명예는 부러워할 것이 못된다. 오직 참되게 사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라.

지금 우리네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얼굴 부라리며 남의 단점을 캐기에 바쁘고, 가치 없게도 남을 비방하기에 급급하다. 자기의 장점을 남에게 자랑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인품을 깎아내리는 일이 되고, 급기야 빈축을 사게 되는 것은 물론, 친구를 잃어버리는 후회막급한 일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도 남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조장해 주며, 격려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그게 사람 사는 올바른 도리다.

또한 준만큼 받지 못하면 섭섭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 까닭에, 남에게 준 것은 기억하지 말고, 남에게 받은 것은 절대로 잊지 말고 반드시 갚아야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명성의 허망함도 마찬가지다. 젊은 나이에 소망하는 지위나 권력, 재력과 명예를 얻었다고 해서 우쭐댈 일이 아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들이 명성에 눈이 멀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들에 쉽게 편승하여 패가망신 당하는 철면피들이 많다. 다 부질없다. 세상의 명예는 뜬구름 같고 허망한 물거품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야한다. 꽃다운 인격의 향기가 품어져 나야한다.

좌우명은 인생의 지혜를 간결 명쾌하게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좌우명이 없다는 것은 행동의 철학의 없다는 것이며, 생활의 지주가 없다는 것이다. 삶의 근본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과정이다. 지난한 삶에 왕도가 있을 수 없다. 옛사람들의 좌우명을 통하여 그 시사점을 스스로를 새롭게 밝히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보람 있는 일생을 살기 위하여 간결 명쾌한 좌우명 하나쯤은 가져봄직 하지 않은가? 당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