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玉不磨玉(옥부마옥) 외 2편

강나루터 2019. 12. 23. 08:41



   




 玉不磨玉(옥부마옥) 외 2편

-옥은 옥을 갈지 못함


  반산 한상철



               

聚玉中璞玉(취옥중박옥); 옥 무리 가운데 옥돌이라

若琢成一器(약탁성일기); 만약 다듬으면 그릇 하나 될 터

以玉不磨玉(이옥부마옥); 옥은 옥으로서 갈 수 없으니

猶用他山砥(유용타산지); 오히려 남의 산의 숫돌이 더 쓰임새


* 압운; 器 砥

* 제 1구 ‘박옥’(다듬지 않은 옥돌)은 필자를 암유할 수도 있다.

* 제 3구 “옥은 옥으로 갈 수 없다” 경독재가 필자에게 격려조로 한 말을 시어로 차운한다. ‘不磨玉’은  漢詩 범칙(犯則)인 하삼측(측성 세 글자가 겹침)에 걸리지만, 대신할 어휘가 마땅치 않다. 

* 고사성어 他山之石(출전 시경) 참조.

* 감상; 주위의 훌륭한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진작 본인은 그렇지 못함을 자괴(自愧)한 시다.




紫荊歡舞(자형환무)

-박태기꽃의 기쁜 춤

                       

夫婦紫荊木(부부자형목); 부부 박태기나무여

醉風合歡舞(취풍합환무); 바람에 취해 함께 기쁜 춤추네

衆人拍手裡(중인박수리); 뭇사람들 박수 치는 가운데

紅雪滿庭隅(홍설만정우); 붉은 눈은 뜰 모퉁이까지 가득 채우네


* 압운; 舞 隅

* 紫荊; 박태기나무. 원래는 형제간의 우정을 상징하는 나무이나, 부부 간에도 통할 수 있다.

참고; 전한(前漢) 경조(京兆-서울)에 사는 전진(田眞) 3형제의 깊은 우애 이야기. 전진은 벼슬이 태중대부(太中大夫)에 이르렀다.

출처; 陸機詩韻; 三荊歡同株-중국 남조 양(梁)나라 오균(吳均 468~520)의 속제해기(續齊諧記) 36~37 면에서.

* 만개한 박태기꽃은 마치 붉은 눈이 펄펄 날리는 듯하다.(헌법재판소 정문 우측 두 그루)



鎭南橋畔(진남교반)

-진남교 주변

                  

登陟烏井秀(등척오정수); 높이 오른 오정산은 빼어난데

古城蒼苔久(고성창태구); 옛 고모산성 푸른 이끼는 그대로이네

潁江太極流(영강태극류); 영강은 굽이쳐 태극으로 흐르고

鎭南野馬走(진남야마주); 진남에는 아지랑이 펴오르네


* 압운; 久 走

* 수태극의 명당 진남교반(진남다리 주위)은 경북 문경시 마성면에 소재하는, 경북 8경 중 제1경(1933년 대구일보 선정)이다. 명산 오정산(烏井山 810.3m)을 끼고 있다. 이 산은 석탄이 많아, 이름(까마귀 우물)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신라시대부터 정유재란까지 요해처(要害處)로, 옛 산성 ‘마고할매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 서남쪽 어룡산(魚龍山 617m)과, 북동쪽 오정산 사이로 흐르는 낙동강 지류인 영강(潁江 78km)은, 아찔한 절벽이 있는 이곳에서 휘돌아 승경을 빚어낸다.

* 제4구 野馬의 원뜻은 야생말이나, 아지랑이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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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1947 ~     )

저서 한시집 『北窓』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