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새벽 창가에서 / 이해인
강나루터
2021. 4. 29. 05:38
새벽 창가에서 / 이해인
하늘 그 푸른 둘레에
조용히 집을 짓고 살자 했지
귤빛 새벽이 어둠을 헹구고 눈을 뜨는 연못가
순결은 빛이라 이르시던 당신의 목소리 바람 속에 찬데
저만치 손 흔들며 앞서 가는 세월
나의 창문엔 때로 어둠이 내렸는데
화려한 꽃밭에는 비도 내렸는데
못가엔 늘 꿈을 심고 살자 했지
백합화 촛불 들고 가는 새벽 길에
기도를 뿌리면 돌을 던질 수 없는 침묵의 깊은 바다
내 마음에 태양이 뜬다
꽃들이 설레이며 웃고 있는 밭 사이
창은 하늘을 마시고
내가 작아지는 당신의 길
새벽은 동그란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