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독재

송지영

강나루터 2019. 12. 26. 09:03







宋志英 : 1916년 ~1989년
언론인, 소설가, 정치인
호는 우인(雨人)



송지영에게는 풍운아라는 말이 딱 제격이다.
백발 단구에 재기가 넘쳤던 그는 천성이 워낙 자유분방해..
그 성정(性情) 그대로 팔랑개비 돌아가듯..
세상을 마음껏 휘저으며 살다간 분이다.


그는 1958년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들어와 편집국장까지 지낸뒤..
4.19가 나자 민족일보를 창간하겠다며 퇴사했다.
일본을 드나들며 텔레비전 방송국을 세워보겠다고..
동분서주했는데, 하루는 나를 찾아와..
구사옥 3,4층 시네마코리아극장 자리를 빌려주면 방송국을 해보겠다고 했다.
잠시 솔깃하기도 했지만 뭔가 짚이는 게 있어 거절했다.


5.16 후 그는 일본에서 좌익진영의 돈을 받아..
민족일보 창간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구속되 사형을 선고받았다.
국제사면위원회(AI)를 비롯, 국내외에서 그의 구명운동이 활발히 벌어져..
감형을 거듭한 끝에 1967년 출감할 수 있었다.


그 후 중앙정보부와 교섭을 벌인 끝에 내가 이호 법무부 장관에게..
보증인 각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그를 다시 논설위원으로 모셔왔다.
음식점 '장원'에서 열린 환영 모임에서 조덕송 위원은 얼마나 기쁜지..
큰 소리로 울며 그를 반겼다.
그러자 송지영은 벼루와 먹을 갖다 달라고해..
단숨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내용은 '生者必滅(생자필멸) 盛者必衰(성자필쇠)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논설위원이 갖고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민족일보 창간때 경리 책임자가 필요하다고 간청해서 전승택 경리국장을..
잠깐 파견하는 조건으로 보냈었는데, 5.16 후 그도 억울항 옥살이를 해야 했다.


송지영 씨는 원래 평북 박천 사람인데 정감록을 믿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때 경북 풍기로 내려왔다.
청년시절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시보 기자로 잠깐 일하다.
일제 말기 임시정부 공작원으로 구속되 2년형을 받았다.
일본 나가사키 형무소에서 복역 중 미군의 원자탄이 투하되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해방 후 귀국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그가 "내 이마가 모로 튀어나와 팔자가 센 탓인지..
두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중국 야사와 한문에 두루 박학했으며..
문인다운 풍류도 넘쳤다.
단골 술집 주인들의 청을 받아 술집 이름도 많이 지어주었다.
아람, 바나실(바늘과 실),여울,사슴, 한가람 등이 그것이다.


송지영 씨가 베푸는 술자리에 나도 종종 초대를 받았다.
그런 자리를 통해 이병주의<바람과 구름과 비>,
한수산의<밤의 찬가> 같은 연재소설이 조선일보에 실리게 됐다.
1970년대 중반, 장개석 총통 서거일을 기념해 대만 정부의 초청을 받고..
그와 함께 대만으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중국말에 능통하고 대만에 친구가 많았던 송 위원 덕분에..
국민당 갑부를 비롯해 정부 고위층 인사들로부터 일주일 내내 술대접을..
극진히 받을 수 있었다.
타이베이 근교 유명한 환락가의 경찰서장은 그의 중국 남경대학..
동기생이었는데, 친구가 왔다고 누각 한 채를 전세내고..
미기(美妓) 10여명을 동원해 근사한 주연을 베풀어 주었다.
그 자리에서도 송 위원은 능숙한 중국말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술에 취하면 옆에 앉은 사람의 머리를 때리는 버릇이 있었다.
평안도 사투리로 '새망이 있다(앙칼지다)'고 하는데..
그래서 종종 시비가 붙기도 했다.
평소에는 손으로 턱을 만지는 습관이 있었다.
한번은 내가 양해를 얻어 그의 턱을 만져본 적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콩알만 한 굳은살이 단단히 밖혀있었다.


송지영 씨의 호는 우인(雨人)이다.
"비를 부르고 비를 맞는 나그네라 이렇게 호를 지었다"고 스스로 설명했다.
송지영 씨의 풍류자적 기질이나 낭만적 문학성향으로 보아..
그에게 있어 진보적 색깔은 굳건한 사상적 토대라기보다.
하나의 멋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공)저:방우영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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