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_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 인지위도이원인 불가이위도
子曰, 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
자왈, 도불원인 인지위도이원인 불가이위도.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 사람이 도를 행하지만 (다른) 사람을 멀리한다면 도라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중용_13장_1절)
유교적 가르침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라는 것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실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중요하고, 그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하는가도 중요합니다. 이게 별게 아닌 것 같지만 다른 종교와 구분되는 유교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종교를 비교할 때 “어디에서 어디로”라는 질문을 던지며 살펴보면 특정 종교가 이 세상 지향적인지 아니면 저 세상 지향적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속에서 살면서 죽음 후에 맞게 되는 저 세상의 천국을 갈망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 밖”을 지향합니다. 초기불교는 그리스도교와는 이 ‘어디에서’가 굉장히 다릅니다. 초기불교를 원시불교 혹은 소승불교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출가한 수도자만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어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대승불교이고 대승불교가 중국으로 건너가 다양한 종파로 발전했고, 완전히 중국에 토착화되어 재탄생한 불교가 선불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배적인 불교 종파가 조계종인데, 조계종도 선불교입니다.) 즉 수도자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 수도공동체를 이루며 살며 존재(하는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는 거죠. 두 종교는 참 다르죠.
그런데 유교를 종교로 볼 때 위와 같이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보면 재미는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유교는 세상에 편재한 하늘의 이치를 인정하고, 수용하고, 나아가 “세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실현하려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처음부터 세상 밖으로 나가서 수행을 하는 불교는 유교적 가르침과는 완전히 대조가 됩니다. 오늘 본문에서처럼 ‘성’을 발현하기 위해 ‘도’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서 멀리한다면 ‘도’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불교적 수행의 길은 결코 ‘도’가 될 수 없는 것이죠.
또 세상 속에 위치해 있지만 세상 밖의 가치를 추구하는 그리스도와도 상당히 다르죠. 그리스도교는 개인적인 가치를 초월하고 또 세상적인 가치도 초월함으로써, 비록 지금은 세상 속에서 살지만 결코 세상에 속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하고 삶으로 증명해야 하는데(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천리가 구현된 이 세상과 나아가 이상적으로 이 세상에서 구현된 인간의 모습조차 부정하는 태도는 유교적 관점에 볼 때 다분히 문제가 있어 보이죠.
이런 점에서 유교가 지극히 세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분히 옳지만 (‘성스럽다’ 와 대조가 되는 의미로) 세속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제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구별하지 않은 정당하지 못한 판단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구절에 이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도끼자루를 베는구나! 도끼자루를 베는구나! 그 법칙(본보기)이 멀리 있지 않구나.’ 도끼자루를 (손에) 잡고 (새로) 도끼자루(로 쓸 나뭇가지)를 베어내면서 눈을 흘겨 (주위를) 노려보고서는 오히려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의 도로 (다른) 사람을 치리하다가 (그들이 잘못된 점을) 고치면 그만둔다. (중용_13장_2절)
詩云, 伐柯伐柯 其則不遠 執柯以伐柯 睨而視之 猶以爲遠 故君子 以人治人 改而止
시운, 벌가벌가 기칙불원 집가이벌가 예이시지 유이위원 고군자 이인치인 개이지
詩 시(시, 여기서는 ‘시경’)
云 운(말하다)
伐 벌(베다)
柯 가(도끼자루)
則 칙(본받다, 법칙) 즉(바로, 곧)
執 집(잡다)
睨 예(눈흘기다, 흘겨보다)
猶 유(오히려, 도리어; 같다)
改 개(고치다)
止 지(그치다)
즉, 구하고 추구해야 할 바가 이 세상 밖이나 다른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지척에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자, 그럼 지금 바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세요. 추구해야 할 바가 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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