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이야기

03.무엇을 진인(眞人)이라 하는가(2)?

강나루터 2023. 9. 22. 02:29
     
 








03.무엇을 진인(眞人)이라 하는가(2)?
<사물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산다>
 
 
옛날의 진인(眞人)은 생()을 기뻐할 줄 모르고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라서,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아니하며 죽음을 거부하지도 아니하여
홀가분하게 세상을 떠나며, 홀가분하게 세상에 태어날 따름이다.
자신의 생이 시작된 곳을 잊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나는 곳을 알려고 하지 않아서,
생명을 받아서는 그대로 기뻐하고, 생명을 잃게 되어서는 대자연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일컬어 심지(心知)로 도()를 손상시키지 아니하고,
인위적인 행위로 무리하게 자연의 운행을 조장(助長)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런 사람을 일러 진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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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不知說生(부지열생) 不知惡死(부지오사) : 을 기뻐(좋아)할 줄 모르고 죽음을 싫어할 줄 모름. 장자는 상식 세계의 속인들이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을 장자 전편의 여러 곳에서 비판하고 있다. 至樂편의 해골[髑髏]과의 대화에서는 오히려 죽음의 세계가 찬양되고 있으며 齊物論편에서는 悅生惡死가 미혹[]된 태도임을 지적하고 있다. “내 어찌 을 좋아하는 것이 미혹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내 어찌 죽음을 싫어하는 것이 마치 젊어서 고향을 잃고 고향으로 되돌아갈 줄 모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겠는가.……내 어찌 죽은 사람이 처음에 살기를 바란 것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알 수 있겠는가[予惡乎知說生之非惑邪 予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邪……予惡乎知夫死者不悔其始之蘄生乎].”라고 하였다(4).
 
 其出不訢(기출불흔) 其入不距(기입불거) :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아니하며 죽음을 거부하지도 아니함. 은 흔()으로 읽으며 기쁘다[]는 뜻이고 ()는 거역(拒逆)하다는 뜻으로 와 같다(陸德明).  出生,  入死의 뜻.
 翛然而往(소연이왕) 翛然而來而已矣(소연이래이의의) : 홀가분하게 떠나며, 홀가분하게 태어날 따름임. 곧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뜻.
翛然(소연)은 홀가분한 모습. 는 소()로 읽으며 ()으로 된 판본도 있다(陸德明).
 不忘其所始(불망기소시) 不求其所終(불구기소종) : 자신의 생이 시작된 곳을 잊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나는 곳을 알려고 하지 않음. 생명의 근원, 곧 도()를 삼가 지키고 죽을 때를 미리 알려고 억지로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 전체의 뜻은 成玄英 는 삶이고 은 죽음이다. 生死를 모두 떠나 보내서 일찍이 집착함이 없으니 어찌 다만 삶의 시작만 잊어버리고 죽는 때만을 알려고 하겠는가. 마침과 시작을 똑같이 대해서 만난 바에 꼭 맞게 한다[始生也 終死也 生死都遣 曾無滯著 豈直獨忘其生而偏求於死邪 終始均平 所遇斯適也].”고 풀이한 것을 따랐다.
 受而喜之(수이희지) 忘而復之(망이복지) : 받으면 기뻐하고 잃으면 돌아감. 곧 생명을 받으면 기뻐하고 생명을 잃게 되면 대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뜻. 陸西星 이미 태어남을 기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또 생명을 받으면 기뻐한다고 말한 것은 모순된 것이 아니다. 기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위의 不說生(古之眞人 不知說生)을 이어서 말한 것이고, 여기서 생명을 받으면 기뻐한다고 말한 것은 생명을 받은 뒤에 항상 스스로 기뻐하고 즐거워해서 애초부터 슬퍼하거나 불만스러워하는 뜻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旣曰 其出不訢 又曰 受而喜之 却不相反 蓋不訢 卽承上不說生而言 曰受而喜之 是言有生之後 常自歡喜快樂 初無戚戚不滿之意].”라고 풀이했는데 적절한 견해이다.
() 의 가차자(假借字)라는 견해(馬敍倫, 赤塚忠)가 있다. 그러나 池田知久의 지적처럼  誤字는 아니다.  과 같다.
 不以心捐道(불이심연도) 不以人助天(불이인조천) : 심지(心知)로 도()를 손상시키지 아니하고, 인위적인 행위로 무리하게 자연의 운행을 조장(助長)하지 않음. 에 대해서는 (郭象, 吳汝綸, 章太炎), (崔譔), (兪樾), (朱桂曜, 武延緖, 王叔岷)  諸說이 분분하고, 그 중에서도 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지만, 본래의 자 그대로 풀이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에 굳이 본문을 자로 바꿀 것까지는 없다. 여기서는 成玄英  [捐 棄也]’라고 풀이한 것을 따라 자를 그대로 두고, 損傷시키다는 뜻으로 번역하였다.  孟子》 〈公孫丑 上 勿助長 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王敔).
 
 
그 같은 사람은 마음이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며, 모습은 고요하며,
이마는 넓고 평평하니, 서늘함은 가을과 같고 따스함은 봄과 같아서,
희노(喜怒)의 감정이 사계절과 통하여 사물과 적절하게 어울려서 그 끝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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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其心志(기심지) : 그 마음이 한 곳에 머물러 있음. 마음 씀씀이가 한결같다는 뜻으로 오로지 에 집중함을 의미한다. 는 한결같다[專一]는 뜻(王敔, 方勇陸永品). 여기의 志字 論語》 〈里仁편에서 참으로 에 뜻을 둔다면 악이 없을 것이다[苟志於仁矣 無惡也].”, 孟子》 〈告子 上 배우는 사람 또한 반드시 활을 당기는데 집중한다[學者 亦必志於彀].”고 했을 때의 와 같이 專一의 뜻으로 보는 것이 옳다.
 其容寂(기용적) : 모습이 고요함. 움직임이 고요하다는 뜻. 釋德淸 용모가 고요함이니 바로 내면은 담담하고 외모는 안정되어 있음이다[容貌寂然 乃內湛而外定也].”라고 풀이했다.
 其顙頯(기상규) : 이마가 넓고 평평함. ()는 넓고 평평한 모양. 郭象 아주 소박한 모양[大朴之貌]’이라고 했지만 추상적인 의미로 풀이했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다. 여기서는 羅勉道 넓고 평평하여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음[廣平不蹙也]’이라고 풀이한 견해를 따라 眞人은 소박한 상태를 지키기 때문에 이마조차도 꾸밈(주름)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凄然似秋(처연사추) 煖然似春(훤연사춘) : 서늘함은 가을과 같고 따스함은 봄과 같음. 은 훤()으로 읽는다(陸德明). 은 따뜻할 ’. 郭象 만물을 죽이지만 위세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며 만물을 살리지만 을 베풀기 위해서가 아니다[殺物非爲威也 生物非爲仁也].”라고 풀이했다.
凄然(처연)은 서늘한 모양, 煖然(훤연)은 따스한 모양. 煖然似春 德充符편의 與物爲春과 유사한 맥락이다.
 喜怒通四時(희노통사시) : 희로의 감정이 사계절과 통함. 희로의 감정이 春夏秋冬 사계절의 推移와 같이 자연스러움을 뜻한다.
 與物有宜(여물유의) : 사물과 적절하게 어울림. 곧 온갖 사물을 차별없이 대하여 사물과 일체가 된다는 뜻이다. 郭象 무심하게 사물을 대하기 때문에 사물의 마땅함을 빼앗지 않는다[無心於物 故不奪物宜].”고 풀이했다.
 莫知其極(막지기극) : 그 끝을 알지 못함.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뜻. ‘ 窮極, 곧 끝이다. 한편 宣穎  痕迹으로 보고 일에 따라 마땅함에 부합되기 때문에 자취를 찾을 수 없다[隨事合宜 而無迹可尋].”고 풀이하였고, 方勇陸永品 등이 이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眞人의 감정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사계절과 통한다는 본문의 맥락을 따져 볼 때, 공간적인 의미의 자취라기보다는 시간의 끝, 단절, 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유사한 德充符편의 日夜無郤 而與物爲春에서도 이 틈의 뜻으로 쓰인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眞人이 만물과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 인위적인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한 의미는 취할 만하다.
진인(眞人)이란 이처럼 자유자재(自由自在)한 무심(無心)의 경지(境地)를 스스로의 심경(心境)으로 삼는 인간이다.
 
본 자료의 번역은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http://db.juntong.or.kr)에서
인용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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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
道家 -> 莊子 -> 內篇 -> 大宗師
 
 
1 - (3)
 
 
古之真人不知說生不知惡死其出不訢其入不距翛然而往翛然而來而已矣不忘其所始不求其所終受而喜之忘而復之是之謂不以心捐道不以人助天是之謂真人若然者其心志其容寂其顙頯淒然似秋煖然似春喜怒通四時與物有宜而莫知其極
 
옛날의 진인(眞人)은 생()을 기뻐할 줄 모르고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라서,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아니하며 죽음을 거부하지도 아니하여 홀가분하게 세상을 떠나며, 홀가분하게 세상에 태어날 따름이다. 자신의 생이 시작된 곳을 잊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나는 곳을 알려고 하지 않아서, 생명을 받아서는 그대로 기뻐하고, 생명을 잃게 되어서는 대자연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일컬어 심지(心知)로 도()를 손상시키지 아니하고, 인위적인 행위로 무리하게 자연의 운행을 조장(助長)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런 사람을 일러 진인이라고 한다. 그 같은 사람은 마음이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며, 모습은 고요하며, 이마는 넓고 평평하니, 서늘함은 가을과 같고 따스함은 봄과 같아서, 희노(喜怒)의 감정이 사계절과 통하여 사물과 적절하게 어울려서 그 끝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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