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스크랩] 객에게 허물이 있다 (一客有過)

강나루터 2018. 4. 14. 13:06


고금소총 289

 

객에게 허물이 있다

 (一客有過)

한 사람이 멀리 여행하여

어느 산골에 이르렀다.

그런데 날이 저물어

하룻밤 쉬어갈 곳을 찾으니,

워낙 산골이라 여관이나

주막이 없어 난처했다.

 


이에 어느 작은 마을을 찾아가니

그 입구에 외딴 집 하나가 있어,

사립문 앞에서 주인을 부르자

노파가 나오는 것이었다.

 .

이 사람은 먼 길을 가는

길손이라 말하고,

하룻밤

재워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

그러자 노파는,

"마침 잘 되었네요.

우리 집에서

자고 가셔도 됩니다.

 

오늘밤 건넛 마을에

큰 굿을 하는 집이 있어

도와달라고 했으나,

집이 비어서

가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 그 집에 가서

좀 도와주고 오겠으니,

편히 쉬도록 하십시오."

라고 말하고는

급히 집을 나서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잘 다녀오라고 말하고

아랫방으로 들어가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이 집 마루 밑에 있던

큰 삽살개가 나와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안방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자 이 삽살개가 방안에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끌어내

차곡차곡 쌓아 놓더니,

 .

그 위로 올라가 시렁 위에 얹혀

있는 그릇 속의 떡을

훔쳐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려와,

쌓아 놓았던 물건들을 모두

끌어다 제 자리에 갖다 두고

다시 마루 밑으로 들어갔다.

 


이에 길손은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생각하면서

무서워하고 있는데,

밤이 깊어지니 노파가

돌아와 방으로 들어갔다.

 .

그런데 배가 고프다면서

시렁 위를 더듬던 노파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왜 그러냐고 묻자,

노파는

머뭇거리다가 이야기를 했다.

 .

"어제 동네 사람이 준 떡을

바로 여기

시렁 위에 올려 두었는데,

지금 보니

그릇이 비어 있습니다.

점잖은 손님께서 그것을

뒤져 먹었을 리는 없고 하여,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러자 이 사람은

아까 본 상황을 말하지 않으면

자신이 의심을 받을 것 같아,

삽살개가 하던 짓을

그대로 얘기해 주었다.

 

이에 노파는

그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물도 오래 되면 반드시

영이(靈異)해지는 법이지요.

이 개는 이미

수십 년째 살고 있으니,

필시 그런 요사한 짓을

했을 것으로 믿어집니다.

너무 오래 살았으니

내일 당장 포정을 불러

처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 때 삽살개가

이 사람을 응시하는데,

그 눈매가

번쩍이면서 빛나는 것이

매우 사나워보였다.

그리하여 이 사람은

겁이나서 방안에 자신의

옷을 두둑하게

 쌓아 이불을 덮어 놓고,

뒷문으로 빠져 나와

툇마루에 숨어서는

방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얼마 후 삽살개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이불 속의 옷을 마구 흔들어

뜯으며 행패를 부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방안에서 한참 동안

패악을 부리던 개가 나와

마루 밑으로 들어간 뒤에,

이 사람은 무서워

잠을 자지 못하고 안방 문을

두드려 노파를 깨웠다.

그리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하고

함께 마루 밑을 들여다보니,

개는 이미 기진하여 죽어 있었다.



이 사람은 두려운 생각이 들어

일찍 그곳을 떠났는데,

이후로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다.

"짐승도

자기 허물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이토록 패악을 부리거늘,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

그 과오를 폭로할 때는

얼마나 미워하겠는가?

 

조심해야 할 일이로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

15071?category=65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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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름다운황혼열차(黃昏列車)
글쓴이 : 문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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