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파산사후선원【題破山寺后禪院】-파산사 뒤의 선원에서-상건【常建】
淸晨入古寺【청신입고사】맑은 새벽 옛 절을 찾아드니
初日照高林【초일조고림】떠오르는 해 높은 숲을 비춘다.
曲徑通幽處【곡경통유처】구불한 길은 깊숙한 곳으로 통하고
禪房花木深【선방화목심】선방엔 꽃과 나무들 무성하다
山光悅鳥性【산광열조성】산빛을 새는 기뻐하고
潭影空人心【담영공인심】못에 비친 그림자 사람의 마음을 비워준다
萬籟此俱寂【만뢰차구적】삼라만상이 다 고요한 지금
惟餘鐘磬音【유여종경음】오직 풍경소리만 남아 들려온다.
1,2 구를 보자
淸晨入古寺【청신입고사】맑은 새벽 옛 절을 찾아드니
初日照高林【초일조고림】떠오르는 해 높은 숲을 비춘다.
산문적 의미는, "나는 오늘 맑은【淸】 새벽【晨】에 오래된【古】 절【寺】에 들어왔다. 세상이 환해지면서 이제 막【初】 떠오른 해【日】는 높은【高】 나무숲【照】을 비춘다."이다
1구에서,
淸晨【맑은 새벽】은 <이른 새벽>이다. 이른 새벽은 아직 만물이 활동하기 전이다. 따라서 더럽혀지지 않은 공기로 채워진 맑은 새벽인 것이다
古寺【오래된 절】는 현재와 대조되어 <시간의 경과>를 느끼게 하고 <역사와 전통>을 생각게 한다
시인은 구경하기 위해 마음먹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 절로 새벽 일찍 들어온 것이다.
2구에서
初日【첫 해】은 <갓 떠오른 해>이다. 어둠을 꿇고 처음 떠오르는 해는 그 날의 <가장 밝은 해>이며 <가장 반가운 해>이기도 한 것이다
高林【높은 숲】은 <높고 울창한 숲>이다. 오래 된 절이 있는 곳은 나무도 오래되어 높고 울창할 것이다.
시인은 높고 울창한 숲 위로 막 떠오른 신선한 해가 비추는 찬란한 햇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밝고 찬란한 광경이겠는가.
1, 2 구에서는 시인이 시상을 일으키게 되는 장소와 시간과 정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깊은 숲, 오래된 절에 해가 막 떠오르는 때에 작가는 있었다.
3,4 구를 보자
曲徑通幽處【곡경통유처】꾸불한 길은 깊숙한 곳으로 통하고
禪房花木深【선방화목심】선방엔 꽃과 나무들 무성하다
산문적 의미는, "꾸불꾸불한【曲】 좁은 길【徑】은 깊숙한【幽】 장소【處】로까지 통해【通】 있었고, 그 길이 끝나는 곳에는 선방【禪房】이 하나 있었다. 그 선방 주변은 꽃나무들【花木】이 짙게【深】 우거져 있었다"이다.
3구에서
曲徑【굽은 길】은 <꾸불꾸불한 좁은 길>이다. 경사가 있는 높은 산 속 길은 아무래도 좁고 굽은 길일 것이다
幽處【그윽한 곳】는 <찾는 사람 적은 한적한 곳>이다. 선의 경지에 들기 위한 방은 절에서도 깊은 산 속 조용한 빈터에 자리 잡을 것이다.
꾸불꾸불한 길은 한없이 조용한 어느 곳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4구에서
禪房【선에 들기 위한 방】은 <승려들이 참선을 하는 방>이다. 그 곳은 아주 조용한 곳에 있어야 할 것이다.
花木深【꽃나무가 깊다】은 <꽃나무가 무성하여 깊숙하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참선을 하는 곳은 꽃향기 피어오르는 곳이면 더욱 이상적일 것이다.
작가는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 한없이 걸었다. 그 길이 끝난 곳에 선방이 있었다. 선방 주위에는 꽃나무가 우거져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선방 안에는 향불이 피어오르고, 밖에는 꽃향기가 가득하니 어찌 선에 들지 못하겠는가.
3,4 구에서는 작가 찾은 절을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좁은 길 따라 한 참을 걸으니 선방이 나오고, 그 곳에는 꽃나무가 무성하고 꽃향기 그윽했다는 것이다
5,6 구를 보자
山光悅鳥性【산광열조성】산 빛을 새는 기뻐하고
潭影空人心【담영공인심】못에 비친 그림자 사람의 마음을 비워준다
산문적 의미는, "산【山】에서 느껴지는 온갖 광채【光】는 지저귀는 새【鳥】의 본성【性】을 기쁘게 하여【悅】 새는 본성대로 지저귀고, 절간 못【潭】에 비친 산 그림자【影】는 사람【人】의 마음【心】 속 욕심마저 비우게【空】 하는구나"이다
5구에서
山光【산의 빛】은 <산에서 느껴지는 온갖 색채나 빛>이다. 이는 결국 산의 온갖 꽃 빛, 풀 빛, 하늘 빛, 바위 색, 흙빛 등의 종합된 것에서 나오는 느낌을 말한다.
鳥性【새의 본성】은 <새가 타고난 본성 또는 속성>이다. 새는 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노래하고, 공중을 마음껏 날아다닌다. 이러한 것을 새의 타고난 본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작가는 아침 산의 온갖 사물에서 발하는 광채가 새의 본성을 자극해서 기쁘게 지저귀며 노래하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화된 자연은 정화된 물성을 노래하게 하는 힘이 있다.
6구에서
潭影【못 그림자】은 <절의 연못에 비친 산의 그림자>이다. 절의 작은 연못은 산에 있는 온갖 물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조금도 거짓없이 말이다.
人心【사람의 마음】은 <사람의 표현 되지 않은 속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항상 감추어진 욕망이 일어나는 은밀한 장소이다.
작가는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비춰주는 연못을 보고는 자신 마음속에 일어나는 마음의 욕심도 비우게 되었다 고 말한다.
5,6 구에서는 지금까지의 자연 풍경의 묘사와는 다른, 작가의 속마음을 말하고 있다. 즉, 산 빛이 새를 기쁘게 하는 것처럼, 연못에 비친 그림자를 보니 마음속의 온갖 잡된 생각도 없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외부 자연의 세계>에서 <작가의 마음의 세계>로 장면이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7,8 구를 보다
萬籟此俱寂【만뢰차구적】삼라만상이 다 고요한 지금
惟餘鐘磬音【유여종경음】오직 풍경소리만 남아 들려온다.
산문적 의미는, "삼라만상의 온갖【萬】 소리【뢰】가 여기서는【此】 모두【俱】 고요하다【寂】. 그런데 오직【惟】 남아 있는 것【餘】은 은은히 들려오는 종【鐘】과 풍경【磬】울리는 소리【音】 뿐"이다
7구에서
萬뢰【만가지 소리】는 <삼라만상의 온갖 소리>이다. 모든 형태 있는 존재는 그 자신을 표현하는 소리를 갖는다고 본다. 다만, 우리 인간은 우리 귀가 들 을 수 있는 음역 내의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이어서 그렇지 못한 것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물은 자신의 생명의 소리, 삶의 소리를 낸다고 보는 것이다. 개미의 소리를 들어 본적이 있는가. 개미도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此俱寂는 <여기서는 모든 것이 다 적막하다>이다.
온갖 사물은 제 소리를 갖고 있지만, 지금 여기서는 고요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8구에서
鐘磬音【종과 경쇠의 소리】는 <종과 풍경이 바람에 울리는 소리>이다.
惟餘는 <오직 남아서 들려온다>이다
지금 이 순간에 오직 작가의 귀에 남아 들리는 소리는 종소리와 풍경소리 뿐이라는 것이다
7,8 구에서는, 깊은 산 속에 있는 오래된 절에는 이제 막 아침 해가 돋는 때이다. 따라서 산 속의 살아있는 다른 생명들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활발한 하루의 활동이 시작되기 전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생명의 소리는 아직 작가의 가청 범위 안에 들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직 들려오는 소리는 바람에 흔들려 들려오는 풍경소리와 승려들에게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뿐인 것이다.
이 종소리와 풍경소리는 작가에게는 <중생들의 마음과 정신을 깨우치는 종소리>로 들리고, 나아가 <승려의 해탈을 촉구하는 부처님의 소리>로 들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이 시는 깊은 산, 그윽한 선사의 새벽에 작가가 있으면서 찬란한 햇빛, 고요한 연못, 그리고 은은히 들리는 풍경소리와 종소리를 통해 <맑아진 작가의 마음과 그 마음을 통해 깨우친 진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