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李廣)은 중국 한나라 때의 이름난 장수다. 그는 온갖 병법에 훤해 구름떼 같은 병사를 다뤄도 한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용맹함 역시 하늘을 찔렀다. 직접 전장으로 나가 싸우면 수천명의 적군도 이광 앞에서 도망치기 바빴다.
허나 날고 기는 명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져야 빛을 내는 법. 오랫동안 평화가 이어지자 이광도 제 구실을 잃었다. 나라의 녹()을 먹는 이로서는 고을마다 웃음이 넘치니 보람찼지만, 한명의 무인(武人)으로서는 날이 무뎌지는 게 근심스러웠다. 그는 묵혀뒀던 기운을 떨칠 겸 가까운 벗들과 더불어 사냥을 떠났다.
이광이 깊은 산속을 휘젓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홀로 남아 있었다. 때마침 해도 저물어 숙영지로 말고삐를 당겼다. 산기슭에 이르렀을 무렵, 집채만 한 호랑이가 몇백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웅크린 걸 발견했다. 머리털이 쭈뼛쭈뼛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는 깊게 심호흡하고서 온 힘을 다해 화살을 날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호랑이가 꿈쩍하지를 않았다. 이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호랑이가 아니라 커다란 바위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바위를 호랑이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화살로 바위를 뚫었다는 데 깜짝 놀랐다. 혹여나 싶어 제자리로 돌아와 바위에 연방 화살을 날려봤지만, 단 한발도 바위를 뚫지 못했다.
훗날 사람들은 이광의 일화에서 ‘온 힘을 다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금석위개(石爲開)’다. ‘쇠와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도 굳은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