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감계(鑑戒)(4)
역사(歷史)란 무엇일까요? 역사는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 또는 그 기록을 말합니다. 초, 중고교 시절 저는 그래도 역사공부를 꽤 잘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젊은 시절부터 아예 우리나라 역사를 외면하고 살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나이에 따로 역사공부를 새로 할 수는 없고, 마침 ‘서울대 명예교수 허성도’님이 《역사의 감계(鑑戒)》라는 글을 보내주셔서, 오늘 4회를 끝으로 새삼 역사공부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감계(鑑戒)>라는 말의 뜻은 ‘지나간 잘못을 거울삼아 경계하는 것’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 함께 우리나라의 영욕(榮辱)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앞날을 경계해 보면 어떨까요? 어제에 이은 네 번째 <역사의 감계>입니다.
【이 말을 세종이 들었다. “네 말이 맞다. 나도 영원히 안 보겠다.” 그리고 조선의 왕 누구도 실록을 봐서는 안 된다는 교지를 내렸다. 그래서 조선의 왕 누구도 실록을 못 보게 되었다. 조선시대 그 어려운 시대에 왕의 하루하루의 그 행적과 모든 정치적인 상황을 힘들게 적어서 아무도 못 보는 역사서를 500년을 썼다.
누구 보라고 썼는가? 대한민국 국민 보라고 썼다. 이 땅은 영원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핏줄 받은 우리 민족이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후손들이여! 우리는 이렇게 살았으니, 우리가 살았던 문화, 제도, 양식을 잘 참고해서, 우리보다 더 아름답고 멋지고 강한 나라를 만들어라!
이러한 역사의식이 없다면 그 어려운 시기에 왕도 못 보고 백성도 못 보고 아무도 못 보는 그 기록을 어떻게 해서 500년이나 남겨주었겠는가? ‘조선왕조실록’은 한국인의 보물일 뿐 아니라 인류의 보물이기에 유네스코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을 해 놓았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도 있다. 승정원은 오늘날 말하자면 청와대 비서실로사실상 최고 권력기구이다. 이 최고 권력기구가 무엇을 하냐면 왕에게 올릴 보고서, 어제 받은 하명서, 또 왕에게 할 말 이런 것들에 대해 매일매일 회의를 했다. 이 일지를 500년 동안 적어 놓았다. 아까 실록은 그날 밤에 정서했다고 했다. 그런데 ‘승정원일기’는 전월 분을 다음 달에 정리했다.
이 승정원일기를 언제까지 썼냐면 조선이 망한 해인 1910년까지 썼다. 누구 보라고 써놓았는가? 대한민국 국민 보라고 썼다. 유네스코가 조사해보니 전 세계에서 조선만이 그러한 기록을 남겨 놓았다. 그런데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 때 절반이 불타고 지금 288년 분량이 남아있다.
이게 몇 자냐 하면 2억 5,000만자이다. 요새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이것을 번역하려고 조사를 해 보니까, 잘하면 앞으로 50년 후에 정리가 끝나고, 못하면 80년 후에 끝난다. 이렇게 방대한 양을 남겨주었다. 이것이 우리의 선조이다.
‘일성록(日省錄)’이라는 책이 있다. 날 日자, 반성할 省자이다. 왕들의 일기이다. 정조가 세자 때 일기를 썼다. 그런데 왕이 되고 나서도 썼다. 선대왕이 쓰니까 그 다음 왕도 썼다. 선대왕이 썼으니까 손자왕도 썼다. 언제까지 썼느냐면 나라가 망하는 1910년까지 썼다.
국방에 관한 사항, 경제에 관한 사항, 과거에 관한 사항, 교육에 관한 사항, 이것을 전부 조목조목 나눠서 썼다. 150년 분량의 제왕의 일기를 가진 나라를 전 세계에서 찾아보라. 어떻게 이러한 기록을 남기는가! 그게 뭐냐면 감히 국 격(國格)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이라고 하는 브랜드가 그만큼 세계에서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러한 것을 남겨주었는데 우리가 지금 못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기록 중에 지진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삼국사기’에는 지진이 87회 기록되어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3회 기록되어 있다. ‘고려사(高麗史)’에는 249회의 지진에 관한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2,029회 나온다. 다 합치면 2,368회의 지진에 관한 기록이 있다. 우리가 만약 방폐장이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이것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곳에 방폐 장, 원자력발전소, 수력발전소를 만든다.
이렇게 하면 전 세계인들이 이것을 보고 ‘정말 너희들은 2,000년 동안의 지진에 관한 기록이 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현재 ‘지진 공학 회’에서는 이것을 가지고 리히터 규모로 계산을 해 내고 있다.
이러한 것을 계산할 수 있는 자료를 신기하게도 선조들은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실로 위대한 선조들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여! 우리 자부심을 가지고 삽시다. 세계를 향해 포효(咆哮)합시다.
2020년 9월 1일 서울대 명예교수 허성도 합장】
어떻습니까? 이제 우리나라 역사가 얼마나 자랑 스러운지, 어떻게 돌아갔는지 자부심이 들지 않나요? 그리고 이제 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역사를 부지런히 공부해 세계에 널리 펴면 어떨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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