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람들은 어떻든 한 가지 재주는 있는 법.
비범한 재주는 비범한 재주대로 유용하고, 하찮은 재주도 반드시 쓰일 곳이 있다.
박한 재주를 하찮게 보아 소홀히 하면 아니 됨을 비유함.
옛날 어른들의 말씀에 "사람은 날 때 모두가 자기 먹을 것은 타고 난다."라고 하시는 말씀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어떤 면이든지 한 가지 재주는 반드시 가지고 있어서 자기 밥벌이는 할 수 있다는 말씀이구나 생각하니 천번 만번 옳으신 말씀이라 생각된다.
이 시대는 무한경쟁의 시대이고, 과학을 바탕으로 한 수십만 가지의 기능으로 세상이 얽혀져 운영되고 있다.
그 기능 속에 사람들마다 제각각 머리나 손재주로, 또는 예술 분야나, 운동 분야 등 각자의 타고난 재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누구든지 노력만하면 자기가 가진 재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는 세상이다.
초나라 선왕(宣王, 재위 BC369~340) 시대 '자발(子發)'이란 장군은 무엇이나 한 가지 장기(長技)를 가진 자면 모두 휘하에 모아 중용(重用)하였다. 그러한 소문이 퍼지자 각지에서 특기(特技)를 가진 자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날도 어떤 자가 찾아와 뵙기를 청했다.
"저는 도둑질을 조금하니 거두어 주십시오." 자발(子發)은 옷도 미처 갖추어 입지 않은 채 맨 발로 나아가 그를 맞이하면서 휘하(麾下)에게 잘 대접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부하들은 투덜대며 "장군은 저런 보잘 것 없는 도둑놈을 어디에 쓰려고 거두라 하십니까?"
자발이 말하기를 "그건 그대들이 알 바 아니다."
얼마 후 제(齊)나라가 초(楚)나라를 침공해와 자발도 왕명(王命)을 받고 출전해야 했다. 제나라 군사의 맹렬한 공격에 초나라 군사는 힘을 쓰지 못하고 연속 패했다. 갖가지 계책을 다 써 보았지만 제나라 군사의 기세를 막을 수 없어 위급하게 되었다. 그때에 자발 앞에 그 도둑이 나타났다.
"그동안 미천한 저를 거두어 주시어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가 장군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조그마한 기술을 시험해 보겠습니다. 저를 적진(敵陣)으로 보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네."
자발이 도둑을 적진으로 침투시킨 것을 본 군사들이 비웃었다.
"장군님도 망령이시지 저런 놈을 보내 무엇 하시겠다는 건지, 원!"
적진으로 침투한 도둑은 밤중에 몰래 적장의 침실로 숨어들어 장군의 목도리를 훔쳐왔다.
날이 밝자 자발은 군사 한 사람을 시켜 그 목도리를 제나라 군중으로 보내며 말했다.
"어제 우리 군사들이 땔감을 줍다가 장군의 목도리를 주어 왔기에 돌려드립니다."
둘째 밤에는 적장의 베개를, 셋째날 밤에는 적장의 상투비녀를 훔쳐 돌려보내자 적장은 더럭 겁이 났다.
자신의 침실(寢室)을 거침없이 드나드는 적인만큼 언제 자신의 목을 베어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즉시 군사를 거두어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자 이제까지 자발장군을 비웃던 참모들이 감탄하며 말했다.
"기술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인재를 두루 공평하게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보직하여 잘 활용한 군주는 찬란한 태형성대를 이루었고, 유능한 인재를 멀리하고 자기 비위나 맞추고 듣기 좋은 말만하는 아첨꾼들을 중용한 군주는 자신도 폐인(廢人)이 됨은 물론 나라까지 망하고 말았다.
이러한 하찮은 재주도 높이 평가하여 성공을 이룬 사람의 대표적인 예가 당태종(唐太宗), 춘추시대 맹상군(孟嘗君)과 주(周)나라 초기 주공(周公)이다. 그들은 특유한 인재관리로 성공하여 鷄鳴狗盜(계명구도) 吐哺握發(토포악발) 등의 유명한 고사성어(故事成語)를 남겼다.
세상 모든 사람들 중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천(賤)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긴요하게 쓰일 곳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선(善)을 베풀면 선(善)이 돌아오고, 악(惡)을 베풀면 악(惡)이 돌아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세상은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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