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色을 멀리 한 송반
송반은 女色을 멀리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가 굳이 여색을 밝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든지 많은 사람임에도 여자들을 멀리해 오히려
그의 인품을 높이 샀다.
있는 유정현 대감은 송반을 자식처럼 아끼면서
자신의 집에 기거하도록 했다.
장가간 지 얼마되지 않아 요절을 하였다.
이 아들을가르칠 사범이 필요하던 차였다.
특별 과외 선생격으로 송반을 집으로 들였던 것이다.
보살펴 주며 글을 가르쳤고 정승에게도
마치 친부모처럼 섬기며 생활하였다.
마치 죽었던 큰 아들이 살아온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을 정도였다.송반은 아주 사랑스럽고
소중한 사람이었다.
일 년이 다 지날 무렵이었다.
파릇한 새싹이 돋고 온갖 꽃들이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렸다.
송반인들 심중을 굳게 한다는 것은 의지일 뿐
이지 목석이 아닌 바에야 송반인들 무감할 수가
있을까? 그도 인간인 것을...
마음도 달랠 겸 집 뒷산인 낙산에 올랐다.
십만 인구가 산다는 장안을 둘러도 보았다.
집집마다 살구꽃이 활짝 피었다.
송반이 서 있는 맞은편 멀리
한 여인이 서 있는데 꽃인지 사람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이 화사하였다.
몸도 움직이지 않고 곳곳하게 서서
송반만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저리 무례하게 낯 선 남정네를
눈 한 번 깜짝 않고 바라보고 있단 말인가.
참으로 괴이한 일이로다...'
그 여인이 서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유정현 대감의 집이었다. 여인은
바로 유대감의 며느리 였던 것이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었다.
남편의 요절 이후 자식 없이
청상과부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송반은 그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감히 서로 얼굴을 마주 볼 수 조차 없는 일이었고
가까이에도 접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낙산에서 내려왔다.
대감집 며느리는 그게 아니었었던가 보았다.
송반에게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얼마나 잤을까.
며느리의 여종인 옥란이 문을 열고는
무언가를 내미는 게 아닌가.
여종은 마님이 갖다 드리라고 했다면서
똘똘 말은 한지를 내밀고 총총히 뒤돌아섰다.
새는 달빛을 등 삼아 한지를 풀어보니
7언 절구의 詩가 가슴 떨리게 하였다.
활짝 핀 꽃 젖는 밤에
이 어찌 마음을 누를 것이오.
오늘 밤 당신을 맞아드릴 테니
마음 편히 오소서.'
주인집 과부 며느리의 이 같은 마음이
부도덕해 나무라거나 기꺼이 받아들이기 보다는
괴롭고 힘든 것은 당연한 일.
얼마나 외로웠으면
이렇게 시를 적어 보냈을까.'
이해하려 애썼다.
예기치 않았던 사건으로 인해 불편해진
마음을 달래며 어느날 밤 잠을 청하려는데
옥란이가 또 송반을 찾아왔다.
그리고 편지를 또 전해주었다.
그리도 헤아리지 못하시는지요?
제 청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내 오늘밤 자결을 할 것이옵니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송반은 의복을 갖추고 여인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하였다.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 없으며 도의에
벗어나는 일은 할 수 없으니 마음을
진정하고 노여움을 풀라며 달랬다.
밖에서는 새벽잠 없는 노인,
유정승이 마당을 거닐다가
며느리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릴 듣고
며느리 방문 앞으로 가 귀를 기울였다.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송반과 며느리가 아닌가.
문을 열고 내리칠 마음이 굴뚝같았다.
젊은 남자가 하는 말이 들려왔다.
예의를 지켜 말하는 소리가 역력했다.
함부로 탐하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임에 틀림 없었다.
그리고 먼저 송반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자신의 아들이 되어 달라고 한 것이다.
청상과부인 자기 며느리를 아내로 받아들여
함께 살자는 얘기였다.
그 여인과 혼인하였다.
자칫 당장 쫓겨날 만한 일을 저지른 셈인데도
그 며느리를 감싸고 여색을 멀리했던 송반을
설득해 다시 그의 아들로 태어나게 한 셈이었다.
올랐다.그 후에도 그가 지닌 인품만큼이나
빛나는 인물이었다.
출처 : 무진장 - 행운의 집
글쓴이 : 유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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