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삼매의 경지·집념과 혼으로 부처님 조성
공수래 공수거’ 인연따라 말없이 묵묵히
법당장엄·현대불교 조각원 대표 불묵 전재훈 명인 한 민족의 예술은 그 민족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정신을 반영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불교를 국교로 숭상하며 삶의 근간을 다져왔고 우수한 민족성을 통해 정신을 살찌우며 문화의 뿌리를 내려왔다. 1600여 년 전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되면서 불교 미술은 우리나라 전통미술의 근본으로서 큰 역할을 하면서 오랜 역사를 통해 민족의 정신을 이끌어 왔다. 불교는 우리민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자비이론으로 대변될 정도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선한 마음의 평안과 가르침을 주고 있다. 불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당했거나 위급한 경우를 넘겼을 때 자신도 모르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우곤 한다. 이 염불은 자신을 부르는 사람을 구제해주는 부처로 알려진 ‘아미타 부처님’과 세간의 고통을 모두 거두어 가는 어머니 같은 ‘관세음보살’께 귀의 한다는 뜻이다. 불상의 기원과 의미 불상이라는 말의 어원은 산스크리스트어로 붓다-프라미타(buddha-pratima)라 하는데 프라미타는 모방 또는 모사를 뜻하는 동사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불상이란 말은 부처님의 모습을 모방, 모사 한 것이라는 뜻에서 부처님의 형상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나타낸 것을 말하며, 소승불교에서는 부처님 즉, 진리를 깨닫고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여래’의 형상만을 의미하지만 대승불교에서는 사찰에 봉안하고 있는 각종 보살상과 나한상 및 불교의 수호신인 신중상도 불상에 포함된다. 이와 같이 여래상, 보살상, 조사상 등 불교 교리에 있는 모든 형상의 조형물을 불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불상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멸하시고 약 오백년 후까지는 경배대상의 불상의 제작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석가모니 부처님에 관계된 그림이나 부조를 조성할 필요가 있을 경우 부처님을 대신하여 불사리탑 이나 법륜, 보리수, 연화좌, 금강좌 와 같은 상징물들을 부처님의 위치에 놓고 경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부처님은 너무나 거룩한 분이라서 그분의 모습을 형상화 하는 그 자체가 그분의 성스러움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인연따라 불상조각 불모가 되다 검정고시 공부에 매진하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였다. 조계사 옆에 위치한 불교미술 전시관에서 전시된 부처님의 모습을 뵙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눈에 매료된 17세의 전재훈 소년은 전시관을 운영하시던 김성도 선생님을 찾아간다. 선생님의 불상조성 조각과정을 눈여겨 본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진로를 불모의 길로 정한다. 김성도 선생님께 자신의 심정을 말씀드리고 그 분의 자상한 배려 속에 불교 조각의 기초과정을 차근차근 익히며 힘들고 고된 장인의 길로 빠져든다. 충남 논산 화지동이 고향인 전재훈 명인(이하 전명인:032-513-7514, 011-332-7514)은 원래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났다. 어릴 때 특별히 불교와 가까이 할 계기가 없던 전명인이 갑자기 진로를 바꾸게 된 것은 정말 생각지 못한 우연의 기회였다. 전생의 불모였는지 부처님과의 인연인지 그에게는 자신의 길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김성도 선생님께 기초를 배운 후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스승이며 정신적 지주인 불모 송근영 명인의 문하에 들어 그가 스스로 원했던 길인 고되고 험난한 불모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스승 되시는 송근영 명인은 불교미술 조각인 협회 회장을 지내신 분으로 우리나라 불교미술 조각분야의 이론과 실제의 정통성을 지키는 원로이다. 평소 원리원칙 FM의 대명사인 장인으로 스님들이 자문을 구하려고 찾아올 정도로 불교 사상에 정통하고 불교 교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이라고 전명인은 설명한다. 스승의 평소 신념대로 모르는 것은 손대지 말고 기왕하려면 완전히 배우고 완벽하게 익힌 후에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하라는 엄격한 가르침은 오늘의 전명인이 가는 길에 등불 같은 신조로 자리하고 있다. 10년간의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고된 수련을 거쳐 천부적 감각을 익힌 후 한사람의 준비된 불모로 거듭 태어난 전명인은 이러한 신조를 가슴에 새기며 엄하면서도 자상한 스승의 지도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불모외길 30년 무아삼매의 경지에서 영감 떠올라 부처의 덕상(德像)과 근엄(謹嚴)함을 조각하자면 먼저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무아삼매의 청정한 경지에 들어야 한다. 장인 나름대로의 고집과 추구하는 신념 속에 전체적인 구상과 아루트라인이 어우러져야 자비의 부처님이 조성될 수 있다. 공수래공수거에 의해 돈을 떠나 항상 배우는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을 때 작품에 몰두하게 되며, 이 세상을 밝게 비추는 부처님의 모습이 자애롭게 중생들을 감싸 안으며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 문하에서 독립한 후 한때는 멋모르고 겁 없이 일하면서 돈을 잘 벌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쫓았던 어리석었던 세월이었다고 자책한다. 가까운 이들이 등을 돌리고 한 때 실의에 빠져 다른 길을 모색했던 적도 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갈 길이 아님을 깨닫고 성실한 불모의 길로 되돌아 온 전명인은 돈과 명예를 뒤로한 채 진정한 장인의 길을 가며 죽을 때까지 이 마음을 변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한다. 연륜이 깊어질수록 자꾸만 어려워지는 진정한 불모의 길을 가기위해서는 발심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뿐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전명인은 항상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한다. 불묵(佛默) 말없이 묵묵히 가다 불상 조각 주력, 법당 장엄 중점 길상사 주지 덕조스님이 지어주신 법명은 불묵(佛默)이다. 말없이 묵묵히 전념하라. 이것이 불상을 조성하는 장인의 마음이라 믿고 있다. 불상을 조성하기 위한 장인의 마음은 신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목재 선택. 즉, 나무의 선별과정이 중요하다. 휘어진 부분과 옹이진 부분을 피해 불상을 조성하며 걷목을 친 상태에서 8개월간 그늘진 곳에서 공기가 잘 통하도록 자연 상태로 만들어 놓은 후 나무의 결 하나하나까지 머리 속에 넣고 잘못 된 결점이 발견되면 보완한다. 불상조성 기간은 짧게 잡이 1년이 소요되는데 1년간 계속 불상조성에 몰두하다보면 장인의 눈이 어두워져 불상의 제 모습을 보기 어렵다. 중간에 약 한달정도 여유를 갖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정을 갖고 완벽한 불상을 조성해야 한다. 삼매무아지경의 마음으로 불상을 조성해야 덕상(德像)과 근엄(謹嚴), 자비가 흐른다. 스님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으며 충분한 조성시간을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명인은 부언한다. 폭넓은 불교미술의 한 장르인 법당장엄(법당인테리어) 또한 중요하다. 닫집, 불단, 탁자 등 법당의 규모와 분위기에 맞게 꾸미는 법당장엄은 불교미술의 한축으로 부처님의 은은한 기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전명인은 불상조각에 주력하면서 법당 장엄에도 중점을 두고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제자 양성에 매진·역사문화 재현에 전념 스승에게 배운 대로 엄격한 수련을 통해 완벽하게 준비 된 제자를 양성해 전통을 계승하고 그 맥을 이어감은 전명인의 할 일 중의 하나라 믿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가진 우리가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를 빼앗긴 것만 해도 억울한데 장인들이 앞서서 중국 문화를 역수입 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이것은 역사문화를 말살하는 것이다. 진정한 우리의 기술을 어설픈 외국의 잡다함으로 가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첨단을 달리는 현실과 너무 빨리 바뀌는 과정에 우리의 정치와 역사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불교문화가 중심이 되어 옛것을 보존하고 전통을 재현하며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당대에 이루지 못하면 대를 이어서라도 제대로 된 우리 문화의 맥을 잇고저 하는 그의 바람이 그의 뜻대로 이루어져 조상의 슬기와 혼이 내재된 역사의 수레바퀴가 힘찬 용틀임을 할 그 때를 우리 모두 기다려 보자. 불모의 길을 평생의 천직으로 알고 험난한 길을 자청한 전 명인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배울 것이 너무 많은 세월이었다는 그는 부처님을 조성하면서 불교 진리 속에서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깨달았다. 한 가지 아쉽다면 돈과 명예를 떠나 장인의 고집스런 길을 가는 전통의 명인들에 대한 대우다. 그들에 대한 적절한 배려가 뒤따를 때 우리의 문화의 맥은 영원히 전승될 것이다. 내가 최고라는 마음을 뒤로하고 배우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전명인의 장인의 혼은 이 시대의 귀감이 될 것이다. 취재 _ 김정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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