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아유 일권경

강나루터 2021. 8. 31. 13:10

 

 

我有一卷經 아유일권경, 不因紙墨成 불인지묵성

展開無一字 전개무일자, 常放大光明 상방대광명

나에게 경전 한 권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쓴 게 아니네.

펼치면 한 글자도 없지만, 언제나 온 누리를 훤히 밝히네.

      -서산대사의 운수단가사-

 

 

일상의 우리들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잡히는 것으로써만 어떤 사물을 인식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체는 저 침묵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잡히지도 않는데 있다.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한 그 마음에서 큰 광명이 발해진다.

 

 

 

 

我有一布袋 아유일포대, 虛空無罫碍 허공무가애

展開邊宇宙 전개변우주, 入時觀自在 입시관자재

나에게 포대가 하나 있으니, 허공처럼 걸림이 없어라.

열어 펼치면 우주에 두루하고, 오므려 들일 때도 관자재로움을 보노라.

                                                     - 포대화상 -

 

 

포대(布袋:?-916)화상은 미륵부처님의 화신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포대하나로써 법을 설하고 중생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평생 동안 온 천지를 돌아다니면서 거지 행세를 하다가 뒷날 중국 명주의 악림사에서 열반에 들었다고 전한다. 포대를 이야기 하면서 내용은 자신의 정신세계를 의미하고 있다. 나에게 하나의 포대가 있다는 것은 무한 광대한 자신의 마음이다. 허공처럼 텅 비고 넓다. 걸릴 것이 없다. 이 우주에 꽉 차고도 남는다. 그래서 자유자재하게 드나든다. 삶에 걸리는 것은 없다. 자신이 이미 저 드넓은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 유유자적하며 소요자재하다. 세상에 무엇이 있어서 그를 장애하겠는가. 대자유다. 툭 터진 무한의 삶이다.

 

 

은사님 말씀) 온 우주법계가 진리 아님이 없는데 그걸 모르면 이렇다, 저렇다 분별망상이 되고 알고나면 선 자리 그대로가 진리고 사람마다 부처인데, 그러나 이 또한 사족이고 분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