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야기

두은 거사

강나루터 2021. 11. 1. 20:49

 ◦ 어느 날법당에서 나오다가 스님의 부르심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그때 스님께서 이 게송偈頌의 뜻을 확연히 알면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하시면서 적어주신 게송이었습니다.

 

    雪月滿乾坤   눈 위의 달빛이 누리에 가득한데,

    遠村鷄群呻   멀리 마을에서 닭들이 새 날을 알리네.

    廻顧東西南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봐도,

    何者隨伴我   그 누가 있어 나와 함께 가리오?

 

  스님께서는 평소에 예언하셨던 대로 우리나이 72세가 되시기 전 음력 1980년 12월 22일에 입적하셨고입적하시고 나서 눈이 많이 왔습니다그리고 밝아오는 새해는 닭의 해 였습니다우연치고는 너무도 일치점이 많아서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스님이 가시고 난 뒤전부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신묘장구대다라니’ 십만독十萬讀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스님은 생전에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자주 독송하라고 하셨지만직장을 다니면서 하기에는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쉬울 것 같아서였습니다하루에 을 하려면주위 경계에 마음을 빼앗기면 가능하지 않습니다집중이 불가피한 직장의 작업시간을 제외하고는일어나서 잠잘 때까지 잠시도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겨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하다가 보니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몽중夢中에서도 할 수 있었는데정확히 횟수를 셀 수 없어서 그것은 셈에 넣지 않았습니다깨어서 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해서 어느새 끝나 버렸다’ 싶은 것은 셈에 넣지 않고, ‘의식이 완전하게 깨어있는 상태에서 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만 셈에 넣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한 자씩 또박또박 새겨가면서 했으며외우고 있다는 생각이 망상을 누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만 셈에 넣었습니다어려운 것은식구들에게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응대조차도 가능하면 몸짓으로 해야 했으며, TV를 켜놓고 식구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밥을 씹으면서까지도 하면하루에 천독이 아니라 몇 배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대단한 심지心志가 있어야 합니다접신接神이 된다든가경계境界에 들어 엉뚱하게 옆길로 샐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깨끗한 도화지에는 무슨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으며그래서 쉽게 오염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누구는 십만독을 해서 신통을 얻었다고 했지마는나는 나의 의지를 시험하는 기회로 삼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백 동안 했습니다물론 목표를 훨씬 넘어섰음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이를 통해서남보다 쉽게 외부경계에 끄달려가서꼭 시비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던 성격을 고쳤습니다그리고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어려운 일들을 곧장 잘해낼 수가 있었습니다그것이 참으로 신통神通임을 알았으며그것이 불보살의 가피加被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스님께서는 불법佛法은 이상理想이 아니라실재實在절이나 경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이렇게 살고 움직이는 그 속에 있는 것이 불법佛法이다.”라고 하셨으며그리고 절에 오지 않아도불법을 한 말씀 듣고서 생활 속에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하루 24시간 내내 절 가운데 있는 사람이며경전을 잘 읽는 사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불법은 결코 생활과 유리遊離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體驗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나는 주식회사 대우자동차에서 생산 라인 안의 모든 모터를 점검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공장 전체가 모터라 할 만큼 수많은 모터를 매일 눈으로 일일이 점검하고 관리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잘해낼 수 있었던 것은 불법佛法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나는 생산 라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엔진 소리를 듣고 기계의 상태와 결함을 정확히 알아냅니다기계가 나는 지금 어디가 아프며언제쯤 멈출 것이다.’라고 말해줍니다어쩌면 신비주의자神秘主義者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그러나 나는 타고난 엔지니어입니다근거 없고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성격입니다내가 기계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무심無心이 도’ ‘지붕을 버리면 하늘을 얻고언덕을 버리면 광야廣野를 얻는다라는 말을 삶 속에서 실천했기 때문입니다내 안에 꽉 차있는 소리를 비우면 밖의 소리가 들려옵니다기계 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새소리바람 소리사람들의 속삭임그리고 특히 내 이웃의 아픔을 들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내가 큰 세상을 살아간다는 뜻입니다스님을 만난 인연 때문에 바른 신심信心으로 불법佛法을 알게 되어 내 삶이 크게 업그레이드(up-grade)된 것을 항상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출처: https://haesan.tistory.com/30?category=503638 [해산]

'종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가 신자  (0) 2021.11.27
좌절 없이는 진정한 사랑의 꽃을 피울 수 없다”  (0) 2021.11.26
혜정 손석재 보살님과 백성욱 박사 일화  (0) 2021.10.13
설우스님 |  (0) 2021.08.24
구마라습 생애  (0) 202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