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 12. 남악 나찬화상의 노래
兀然無事無改換 無事何須論一段
直心無散亂他事不須斷 過去已過去未來猶莫算
우뚝하게 일 없이 있노라니 바꿔칠 일 있으랴
아무 일도 없거늘 무엇 하러 한바탕 떠들랴
곧은 마음에는 산란이 없으니 딴 일을 끊으려 하지 말라
과거는 벌써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헤아리지 말라
兀然無事坐何曾有人喚 向外覓功夫總是癡頑漢
糧不畜一粒逢飯但知[嗎/廾](陟立切) 世間多事人相趁渾不及
우뚝하게 일 없이 앉았으니 뉘라서 부른 적이 있던가
밖을 향해 공부를 하는 이 모두가 어리석은 무리이다
한 알의 양식도 모으지 않았지만 밥을 만나면 먹을 줄을 안다
세간에 일 많은 사람들은 뒤쫓지만 전혀 미치지 못한다
我不樂生天亦不愛福田 饑來喫飯困來卽眠
愚人笑我智乃知焉 不是癡鈍本體如然
나는 하늘에 태어나기도 좋아하지 않고 복전도 사랑하지 않나니
시장하면 밥을 먹고 곤하면 잠을 잘 뿐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알 것이다
어리석고 둔한 것이 아니라 본체가 원래 그러하다네
要去卽去要住卽住 身披一破衲脚著孃生[袖-由+夸]
多言復多語由來反相誤 若欲度衆生無過且自度
갈려면 가고 멈추려면 멈추니
몸에는 해진 누더기 한 벌이요 발에는 어머니가 준 버선 한 켤레다
말이 많고 또 이야기가 많으나 그로 말미암아 도리어 그르처니
중생을 제도코자 하면 허물이 없고 또 스스로를 제도하라
莫謾求眞佛眞佛不可見 妙性及靈臺何曾受熏鍊
心是無事心面是孃生面 劫石可移動箇中無改變
부질없이 참 부처를 구하지 말지니 참 부처는 볼 수가 없다
묘한 성품과 영대가 어찌 훈습과 수련을 받은 적이 있으랴
마음은 일 없는 마음이요 얼굴은 어머니가 낳은 얼굴이니
겁의 돌은 옮길 수 있을지언정 그 가운데서 改變이 없다
無事本無事何須讀文字 削除人我本冥合箇中意
種種勞筋骨不如林下睡 兀兀擧頭見日高 乞飯從頭[打-丁+聿]將功
일 없음은 본래 일이 없는 것이니 어찌 문자를 읽는 것이 필요하랴
인상과 아상의 뿌리를 없애면 그 가운데 뜻과 그윽이 계합한다
갖가지 뼈아픈 힘을 들이나 숲 밑에서 조는 것만 못하니
우뚝 고개를 들어 해가 높이 떴거든 밥을 얻어다 깡그리 퍼먹는다
用功展轉冥蒙 取卽不得不取自通
吾有一言絶慮亡緣 巧說不得只用心傳
공력을 들이면 더욱 어리석어지나니
취하면 얻지 못하고 취하지 않으면 저절로 통한다
나에게 한 말이 있는데 생각을 끊고 반연을 잊었으니
교묘히 말해도 되지 않고 오직 마음만으로 전한다
更有一語無過眞與 細如豪末大無方所
本自圓成不勞機杼 世事悠悠不如山丘
다시 한 말이 있으니 곧장 일러 주는 것만 못하다
가늘기는 털끝과 같고 크기는 방위나 처소가 없으며
본래 스스로 원만이 이루어져서 아무런 손질을 빌리지 않는다
세상일은 유유하여서 산등성이만 못하니
靑松蔽日碧澗長流 山雲當幕夜月爲鉤
臥藤蘿下塊石枕頭 不朝天子豈羨王侯
푸른 솔이 해를 가리고 푸른 시냇물은 길이 흐른다
산 위의 구름으로 천막을 삼고 밤의 달로 갈고리를 삼는다
머루 다래 덩굴 밑에 앉고 돌베개를 베고 눕는다
천자를 뵙지도 않거늘 어찌 왕후를 부러워하랴
生死無慮更復何憂 水月無形我常只寧
萬法皆爾本自無生 兀然無事坐春來草自靑
생사에 걱정이 없으니 다시 무엇을 근심하랴
물속의 달이 형상이 없듯이 나는 항상 다만 편안하다
만 가지 법이 모두 그러하여 본래 스스로 무생이다
우뚝하게 일 없이 앉았으니 봄이 오니 풀은 저절로 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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