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 숲속의 거처를 열다섯 수로 노래함.
이언적(李彦迪) 1491 – 1553
卜築雲泉歲月深 手栽松竹摠成林
복축운천세월심 수재송죽총성림
운천에 집을짓고 세월만 흘렀는데 심어논 솔과대가 큰숲을 이루었네
烟霞朝暮多新態 唯有靑山無古今
연하조모다신태 유유청산무고금
안개낀 아침저녁 모두가 새로운데 오로지 푸른산은 고금에 변함없네
복축(卜築) ; 살만한 땅을 골라 집을 지음.
운천(雲泉) ; 운천 이라는 동네 이름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집 앞에 큼직한 바위, 그리고 그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샘.
집 뒤엔 높직한 청산이 있어서 가끔 구름이 산언저리를 맴도는 동네
그런 동네를 운천리(雲泉里)라고 이름 하였다.
수재(手栽) ; 손으로 심다? 손수 심다. 직접심다.
다신태(多新態) ; 결구의 무고금(無古今)과 대(對)를 맞추는 싯귀다.
새롭게 변하는 모습이 많다. 계절은 물론 아침저녁 경치는 변한다.
무상(無常)을 떠 올리게 하는 문구.
무고금(無古今) ; 옛날도 없고, 지금도 없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산천의구(山川依舊) 개념이다.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안개며 노을이며 벗 삼아 산다.
집 앞 샘이 좋아 자리를 잡았더니 땅 자체가 물이 좋은지
처음 들어와 심은 소나무, 대나무는 집 뒤로 어느새 숲을 이루었다.
아침나절 피어나는 안개와 서산에 걸리는 붉은 노을은 하루도 같은 모양이 없다.
내 삶도 늘 이런 새로움과 경이로 가득 찼으면 좋으련만.
건너편 청산은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나 지금이나 꿈쩍 않고 그대로다.
나 또한 저처럼 변치 않는 기상(氣像)으로 살리라.
한 몸 한 생각에 어지러움과 기상이 서리고 무상이 흐른다.
시인은 지금 변화무쌍한 기후와 변화라고는 모르는 산천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명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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