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卜築雲泉歲月深

강나루터 2022. 12. 20. 07:16

2019. 5. 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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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 숲속의 거처를 열다섯 수로 노래함.

             

                      이언적(李彦迪) 1491  1553

 

卜築雲泉歲月深                      手栽松竹摠成林

복축운천세월심                      수재송죽총성림

운천에 집을짓고 세월만 흘렀는데                   심어논 솔과대가 큰숲을 이루었네

 

烟霞朝暮多新態                     唯有靑山無古今

연하조모다신태                     유유청산무고금

안개낀 아침저녁 모두가 새로운데                  오로지 푸른산은 고금에 변함없네

 

복축(卜築) ; 살만한 땅을 골라 집을 지음.

운천(雲泉) ; 운천 이라는 동네 이름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집 앞에 큼직한 바위, 그리고 그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샘.

                집 뒤엔 높직한 청산이 있어서 가끔 구름이 산언저리를 맴도는 동네

                그런 동네를 운천리(雲泉里)라고 이름 하였다.

수재(手栽) ; 손으로 심다? 손수 심다. 직접심다.

다신태(多新態) ; 결구의 무고금(無古今)과 대()를 맞추는 싯귀다.

                       새롭게 변하는 모습이 많다. 계절은 물론 아침저녁 경치는 변한다.

                       무상(無常)을 떠 올리게 하는 문구.

무고금(無古今) ; 옛날도 없고, 지금도 없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산천의구(山川依舊) 개념이다.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안개며 노을이며 벗 삼아 산다.

집 앞 샘이 좋아 자리를 잡았더니 땅 자체가 물이 좋은지

처음 들어와 심은 소나무, 대나무는 집 뒤로 어느새 숲을 이루었다.

아침나절 피어나는 안개와 서산에 걸리는 붉은 노을은 하루도 같은 모양이 없다.

내 삶도 늘 이런 새로움과 경이로 가득 찼으면 좋으련만.

건너편 청산은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나 지금이나 꿈쩍 않고 그대로다.

나 또한 저처럼 변치 않는 기상(氣像)으로 살리라.

한 몸 한 생각에 어지러움과 기상이 서리고 무상이 흐른다.

시인은 지금 변화무쌍한 기후와 변화라고는 모르는 산천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명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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