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김시습 시 야심 외

강나루터 2022. 12. 17. 06:13
야심 夜深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鴟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頤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慵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주의 晝意


庭花陰轉日如年(정화음전일여년) : 뜰에 핀 꽃 그늘 돌아 하루가 일년 같은데
一枕淸風直萬錢(일침청풍치만전) : 베개로 불어드는 맑은 바람 만금의 값나가네
人世幾回芭鹿夢(인세기회파록몽) : 사람은 몇 번이나 득실을 헤아리는 꿈을 꾸는가
想應終不到林川(상응종부도임천) : 그러나 생각은 끝내 자연의 삶에 이르지 못하리라


월야우제 月夜偶題


滿庭秋月白森森(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월야月夜


絡緯織床下(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竦驚(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


白露溥溥秋月娟(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虫喞喞近床前(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撼我閒田地(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구우久雨


茅簷連日雨(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소우(疏雨)-김시습(金時習)


疏雨蕭蕭閉院門(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우중민극(雨中悶極)-김시습(金時習)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霏霏麥隴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頤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簟乍支頤(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산거山居


山勢周遭去(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縹妙廻(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拄笏看雲度(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유거幽居)


幽居臥小林(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정실일연기) :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제소림암題小林菴


禪房無塵地(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凭(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 까닭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崚嶒(산색벽릉증) : 산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춘유산사春遊山寺


春風偶入新耘寺(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수파령水波嶺


小巘周遭水亂回(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隈(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蹤迹(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우중서회雨中書懷


滿溪風浪夜來多(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簷聲可數(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설효1雪曉


滿庭雪色白暟暟(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설효2雪曉


我似袁安臥雪時(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慵掃捲簾遲(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簷暖(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설효3雪曉


東籬金菊褪寒枝(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襯千枝个个垂(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촌등村燈


日落半江昏(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도점陶店


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먹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 청산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 : 검은 등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출처 : 불자들의 마음나눔쉼터(한국불교유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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