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癸卯歲始春懷古田舍(계묘세시춘회고전사) 二首

강나루터 2023. 3. 16. 06:26

[陶淵明集(도연명집)] 癸卯歲始春懷古田舍(계묘세시춘회고전사) 二首(2수) - 陶淵明(도연명)

 swings81  2023. 1. 22. 15:14

[陶淵明集(도연명집)] 癸卯歲始春懷古田舍(계묘세시춘회고전사) 二首(2수) - 陶淵明(도연명)

<계묘년에 농가에서 옛일을 회상하며 봄 밭갈이를 시작하다>

 

癸卯歲始春懷古田舍(계묘세시춘회고전사) 二首

陶淵明(도연명)

 

[其一]

 

在昔聞南畝(재석문남무),當年竟未踐(당년경미천)。

屢空既有人(누공기유인),春興豈自免(춘흥기자면)?

夙晨裝吾駕(숙신장오가),啟塗情已緬(계도정이면)。

鳥哢歡新節(조롱환신절),泠風送餘善(냉풍송여선)。

寒竹被荒蹊(한죽피황혜),地為罕人遠(지위한인원)。

是以植杖翁(시이식장옹),悠然不復返(유연불복반)。

即理愧通識(즉리괴통식),所保詎乃淺(소보거내천)?

 

예전에 남쪽 밭에 대해 듣긴 했어도, 그때는 끝내 농사를 지어보지 못했다.

자주 끼니를 굶는 안회와 같은 사람이 있었거늘 봄 밭갈이를 어찌 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른 아침 내 수레를 준비해놓고 길 떠나니 마음은 벌써 저 멀리를 향한다.

새들은 지저귀며 새봄을 기뻐하고 시원한 바람은 넉넉한 선심을 베푸네.

겨울 대나무는 황폐한 길을 덮어 우거졌고 대지는 인적 없이 멀리 펼쳐져 있다.

그러기에 지팡이 꽂고 김매던 노인네는 유유자적하여 다시는 세속에 돌아가지 않았구나.

도리를 따지는 것은 식견을 통달한 이들에게 부끄럽지만 이내 절조를 보전하는 것이 어찌 천박하기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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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卯歲(계묘세) : 진 안제(晉 安帝) 원흥(元興) 2년(403년). 도연명이 39세 때.

田舍(전사) : 농부의 집. 전가(田家)

南畝(남무) : 남쪽 밭.

踐(천) : 밟다. 농사를 짓다.

屢空(누공) : 자주 끼니를 굶다. 매우 가난함. <논어 선진>에서 “子曰:回也其庶乎,屢空。: 공자께서 말씀하셨다.‘안회는 도에 가까웠고 자주 끼니를 굶었다.’”라고 하였다.

有人(유인) :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를 말한다.

春興(춘흥) : 봄철의 흥취. 봄날에 농사를 시작하다.

夙晨(숙신) : 이른 아침. 새벽.

裝吾駕(장오가) : 농사를 짓는 거마와 농구를 준비하다.

啓塗(계도) : 출발하다.

情已緬(정이면) : 생각은 아득히 멀리를 이미 생각한다. 緬(면)은 멀다.

冷風(냉풍) : 산들바람. 시원한 바람.

餘善(여선) : 넘치는 즐거움.

被荒蹊(피황혜) : 황량한 오솔길에 뒤덮여 있다.

罕人(한인) : 인적이 드물다.

植杖翁(식장옹) : 지팡이를 땅에 꽂은 채 농사를 짓는 노인. “丈人曰:「四體不勤,五穀不分。孰為夫子?」植其杖而芸。: 장인(丈人)이 말하기를 ‘사지(四肢)를 부지런히 하지 않고 오곡을 분별하지 못하니, 누구를 선생이라 하는가?”하고, 지팡이를 꽂아놓고 김을 매었다.”<논어 미자(微子)>

即理(즉리) : 사물의 이치. 은거하며 농사짓는 것을 말한다.

通識(통식) : 식견이 통달된 고명한 사람.

所保(소보) : 개인의 명예와 절조를 보전하다.

詎(거) : 어찌.

 

 

[其二]

 

先師有遺訓(선사유유훈),憂道不憂貧(우도불우빈)。

瞻望邈難逮(첨망막난체),轉欲志長勤(전욕지장근)。

秉耒歡時務(병뢰환시무),解顏勸農人(해안권농인)。

平疇交遠風(평주교원풍),良苗亦懷新(양묘역회신)。

雖未量歲功(수미량세공),即事多所欣(즉사다소흔)。

耕種有時息(경종유시식),行者無問津(행자무문진)。

日入相與歸(일입상여귀),壺漿勞近隣(호장노근린)。

長吟掩柴門(장음엄시문),聊為隴畝民(요위롱무민)。

 

공자(孔子)께서 남기신 가르침에 도(道)를 걱정하되 가난은 걱정 말라하셨다.

우러러보아도 아득하고 도달하기 어렵기에 생각 바꿔 길이 농사에 힘써 볼까 한다.

쟁기 잡고 즐겁게 때맞춰 농사짓고, 웃음 띤 얼굴로 농부들을 격려한다네.

평탄한 넓은 밭에는 멀리서 바람 불어오고 좋은 벼싹들도 새로운 생기 품고 있다.

일 년 수확은 아직 알 수 없으나 눈앞의 농사일에 즐거움이 한량없다네.

밭 갈고 씨 뿌리며 때때로 쉬건만 나루터 묻는 행인도 없네.

해가 지면 함께 돌아와 술병 들고 이웃 사람 위로한다네.

사립문 닫으며 길게 읊조리니 그럭저럭 농부가 된 것 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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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師(선사) : 孔子(공자)에 대한 존칭.

憂道不憂貧(우도불우빈) : 도를 걱정하고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는다. “子曰:「君子謀道不謀食。耕也,餒在其中矣;學也,祿在其中矣。君子憂道不憂貧。」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도(道)를 도모하고 밥을 도모하지 않는다. 밭을 갊에 굶주림이 그 가운데에 있고, 학문을 함에 녹(祿)이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니, 군자는 도(道)를 걱정하고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는다.”<論語 衛靈公>

瞻望(첨망) : 우러러보다.

邈難逮(막난체) : 아득히 멀어 도달하기 어렵다.

耒(뢰) : 쟁기.

時務(시무) : 농사.

解顔(해안) : 얼굴에 웃음을 띰.

平疇(평주) : 평평한 논밭.

懷新(회신) : 보리싹이 생기를 품고 있다.

歲功(세공) : 1년 농사의 수확.

卽事(즉사) : 눈앞의 일과 풍물.

問津(문진) : 나루터를 묻다. <논어(論語)> <미자(微子)>편에 “장저(長沮)·걸익(桀溺)이 함께 밭을 갈고 있었는데 공자께서 지나다가 자로를 시켜 그들에게 나루를 묻게 하셨다(長沮桀溺耦而耕 孔子過之 使子路問津焉)”라고 하였다.

壺漿(호장) : 술. 병에 담은 음료수.

勞(노) : 위로하다.

聊(료) : 그럭저럭.

隴畝民(농무민) : 농민. 隴畝는 밭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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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陶淵明集/作者:陶淵明 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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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진 안제(晉 安帝) 원흥(元興) 2년(403년) 도연명의 나이 39세 봄에 지은 시이다. 도연명은 융안 5년(401년) 겨울 생모 맹씨가 사망하자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403년 봄에 남쪽 발에서 가난 때문에 몸소 밭을 갈며 생활하기로 결심하고 이웃들과 어울려 은거의 삶을 사는 즐거움을 표현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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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陶淵明(도연명) : (365년~427년). 동진(東晋)말기에서 남조(南朝)의 송대(宋代) 초기에 걸쳐 생존한 중국의 대표적 시인. 기교를 부리지 않고, 평담(平淡)한 시풍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사람들로부터는 경시를 받았지만, 당대(唐代) 이후는 6조(六朝) 최고의 시인으로서 그 이름이 높아졌다. 그의 시풍은 당대(唐代)의 맹호연(孟浩然) , 왕유(王維), 저광희(儲光羲) 등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줬다. 주요 작품으로 <오류선생전>, <도화원기>, <귀거래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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