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近乎智 力行近乎仁 知恥近乎勇
호학근호지 역행근호인 지치근호용
배우기를 좋아함은 지혜에 가깝고, 힘써 행함은 어짊에 가깝고, 수치를 앎은 용기에 가깝다.
‘중용’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는 일찍이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용’에서는 지인용(智仁勇)을 세 가지 통달하는 미덕이라 칭하며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러나 지인용을 제대로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호학(好學), 역행(力行), 지치(知恥)를 들어, 지인용에 가깝다고 말한다. 배우기를 좋아함이 지에 가깝다는 말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인 또한 단순히 측은지심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리사욕을 버리고 예로 돌아가려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의미도 있으므로 힘써 행함과 어울린다.
그런데 부끄러움을 아는 것과 용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유가의 용이란 자신의 힘과 투지를 자랑하는 외적 용기가 아니라 의(義)로써 자신을 성찰하는 내적 용기다. 또 의란 자신의 악을 부끄러워하고 세상의 악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참된 용기는 수치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삶이 구차해지거나 지지부진할 때 그걸 부끄러워할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거기에서 벗어나 전진할 수 있다.
윗글은 옛날 사대부를 위한 글이지만 오늘날의 식자층 또한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지금은 옛날보다 외적 유혹도 많고 삶도 복잡해져 마음을 바로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요즘 정치인과 고급관료, 학자나 언론인 중에는 시류에 영합하거나 권력에 아부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