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이야기

순치 황제 출가시

강나루터 2025. 3. 7. 09:42
天下叢林飯似山(천하총림반사산)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 것이 밥이거늘
鉢盂到處任君餐(발우도처임군찬)    대장부 어디 간들 밥 세 그릇 걱정하랴.
黃金白璧非爲貴(황금백벽비위귀)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 알지 마소
惟有袈裟被最難(유유가사피최난)    가사 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朕乃大地山河主(짐내대지산하주)        내 비록 산하대지의 주인이련만
憂國憂民事轉煩(우국우민사전번)     나라와 백성 걱정 마음 더욱 시끄러워
百年三萬六千日(백년삼만육천일)           백 년, 삼만육천 날이
不及僧家半日閒(불급승가반일한)     승가에 반나절 한가함에 못 미치네.
悔恨當初一念差(회한당초일념차)      당초에 부질없는 한 생각으로
黃袍換却紫袈裟(황포환각자가사)       가사 장삼 벗고 곤룡포를 입게 됐네.
我本西方一衲子(아본서방일납자)          내 본디 서천축(西天竺) 스님인데
緣何流落帝王家(연하류락제왕가)      어찌 된 인연으로 제왕가(帝王家)에 떨어졌나.
未生之前誰是我(미생지전수시아)         태어나기 전 그 무엇이 내 몸이며
我生之後我是誰(아생지후아시수)         태어난 뒤 내가 과연 뉘련가.
長大成人纔是我(장대성인재시아)      자라나 사람 노릇 잠깐 동안 나라더니
合眼朦朧又是誰(합안몽룡우시수)         눈 한 번 감은 뒤 내가 또한 뉘런가.  
百年世事三更夢(백년세사삼경몽)       백 년의 세상일은 하룻밤의 꿈속이요
萬里江山一局碁(만리강산일국기)       만 리의 이 강산은 한판 바둑 노름이라.
禹疏九州湯伐桀(우소구주탕벌걸)      우임금이 구주를 나누었으나 탕임금 걸을 치며
秦呑六國漢登基(진탄육국한등기)       진시황 육 국을 차지하였으나 한 고조 새기틀을 닦았네.
兒孫自有兒孫福(아손자유아손복)        자손들은 저 스스로 제 살 복을 타고났으니
不爲兒孫作馬牛(불위아손작마우)        자손을 위한다고 마소 노릇 그만 하소.
古來多少英雄漢(고래다소영웅한)           예로부터 많고 적은 영웅들이
南北東西臥土泥(남북동서와토니)        동서남북 사방에 한 줌 흙으로 누워 있네.
來時歡喜去時悲(내시환희거시비)      올 적에는 기뻐하고 갈 적에는 슬퍼하니
空在人間走一回(공재인간주일회)      헛되이 인간세에 와서 윤회하고 가는도다.
不如不來亦不去(불여불래역불거)      애당초 오지 않았으면 갈 일이 없으리니
也無歡喜也無悲(야무환희야무비)      기쁨이 없었는데 슬픔인들 있을 쏜가.
每日淸閑自己知(매일청한자기지)         나날이 한가로움 나 스스로 알 것이라.
紅塵世界苦相離(흥진세계고상리)      이 풍진 세상 속에 온갖 고통 여일세라.
口中吃的淸和味(구중흘적청화미)         먹는 것은 맑고 담백한 음식이요
身上願被白衲衣(신상원피백납의)      입는 것은 누더기 한 벌 원할 뿐이로다.
四海五湖爲上客(사해오호위상객)       사해와 오호에 노니는 자유로운 객이 되어
逍遙佛殿任君棲(소요불전임군서)       부처님 도량 안에 마음대로 노닐세라.
莫道出家容易得(막도출가용이득)       세속을 떠나는 일, 하기 쉽다 말을 마소.
昔年累代重根基(석년루대중근기)       숙세에 쌓아 놓은 선근(善根) 없이 아니 되네. 
十八年來不自由(십팔년래부자유)       지난 18년간 자유라곤 없었으니
山河大戰幾時休(산하대전기시휴)       산하대전으로 어찌 쉴 틈이 있었겠는가.   
我今撤手歸山去(아금철수귀산거)       내 이제 손을 털고 산속으로 돌아가니
那管千愁與萬愁(나관천수여만수)           천만 가지 근심 걱정, 내 아랑곳할 일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