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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팔순 할머니가 그린 수묵화 일냈다

강나루터 2010. 11. 6. 09:03

팔순 할머니가 그린 수묵화 일냈다

세계일보 | 입력 2010.07.18 14:19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강원

 



광주시미술대전 문인화부문'묵난'으로 최우수상 영예

광주시 서구 이재희씨 "꾸준하면 성공한다는 것 알려주고파"

[로컬세계] 팔순을 눈앞에 둔 할머니가 유명 미술전 수상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광주시 서구 마륵동에 사는 이재희(78.사진)씨는 최근 열린 '제23회 광주시미술대전'에서 작품 '묵난'으로 문인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소일로 하는 일이라 욕심도, 기대도 없이 출품했는데 이렇게 큰상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외길을 꾸준히 가다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아들과 딸, 손자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죠. 삶의 진리를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후대에 보여줄 수 있어 너무나 기쁩니다"

 

그림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선비나 사대부들이 자신들의 심중을 표현해 그렸다는 '문인화'. 그 사전적 의미가 그대로 나타나는 이씨의 수상소감이다.

오래전부터 취미로 서예를 해왔던 이씨가 문인화가의 길로 접어든 것은 70세가 되던 해인 2002년.

"칠순이 되기 전에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수행하는 셈치고 시작한 게 문인화였어요. 처음엔 힘들고 더뎌 괜한 조바심도 나고 마음도 바빴어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아들·딸 같은 화실 동료들과 함께 한 시간이 무척 값지고 행복합니다. 문인화를 배우며 갖게 된 가장 큰 재산입니다"

할머니는 근성과 문인화에 대한 열정으로 만학의 고단함을 극복해갔다.
그녀의 이번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할머니가 화가로 정식 등단한 건 목우회 공모 미술대전이다. 십수년을 갈고닦은 서예를 바탕으로 '연진회'에서 4년여를 열심히 공부한 후의 일이다.

이씨는 이후 5.18 휘호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크고 작은 서예·문인화 대회에서 수상했다.

2006년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광주시 미술대전, 효경 서예대전에서도 입상했다.
선에 밴 연륜 "내친 김에 최고대회 출품까지"
이번 광주미술대전에는 220여점 이상의 작품이 출품돼 그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예향 광주에서 열리는 광주미술대전은 우리나라 미술문화 발전을 선도하는 미술전으로, 전국의 유능한 미술인들이 다수 참여하는 대회로 유명하다.

거센 파도 같은 기세로 덤벼오는 젊은 인재들이 넘쳐나는 곳이 미술계다. 이씨의 이번 수상은 이러한 힘을 아우를 수 있는, 고요한 듯 달관한 선 하나하나에 밴 인생의 연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씨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심사위원을 역임한, 현재까지도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문인화가 우송 김영삼 선생 문하에서 그림을 익히고 있다. "더디고 느린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고 매번 친절하게 지도해주신 선생님이 있었기에 이 같은 상을 받을 수 있었어요" 수상의 영광을 스승의 공으로 돌리는 이씨다.

화실에 있는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둔다는 할머니는 수행삼아 날마다 어지러운 마음을 비우고 그림을 그리려 노력한다. "예술은 젊을 때보다는 오히려 나이 먹어 하기에 적당한 것 같아요. 문인화를 그리기 때문에 곱게 늙어간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도 매일 수련하는 마음으로 화실을 찾고 있죠"

이번 최우수상 수상을 이곳저곳에 드러내지 않고 가슴 갈피갈피에 접어 두었던 이씨의 포부는 의외로 대담했다. "취미로 하는 그림이지만 내친 김에 대한민국 미술대전에도 문인화를 출품해 노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젊은이들에게도 '할머니도 할 수 있는데 젊은 사람이라고 못 하겠냐'는 용기를 불어넣고요"

로컬광주 = 고선아 기자 go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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