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암 이삼만선생 서예술문화진흥회'(이사장 조인숙·철학박사)는 창암선생 탄생 240주년을 맞아 선생의 작품을 지난해 연말 서울에 첫선을 보였다.
창암선생의 작품은 서울에 이어 지난 5일 전북 정읍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후 오는 18일 전주전과 다음달 23일 광주전을 잇따라 열게 된다. 비록 4개 지역이지만 창암선생 작품이 전국을 순회하기는 처음이고 탄생 240년만에 비로소 화려한 낙향을 하게 된 것은 문화 예술계의 획기적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창암선생이 한국 서예사의 정체성을 세운 장본인이란 사실은 창암선생 진흥회 이사장인 조인숙 박사의 집요한 연구와 선생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발굴에서 비롯됐다.
조인숙 박사는 서예학을 공부하던 학창시절부터 창암선생의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10여 년째 창암선생 서예 세계의 연구와 함께 이를 계승하는데 몰두해 왔다.
그녀의 창암에 대한 연구와 발굴을 향한 발걸음은 우선 지난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인 '창암 이삼만 서예술 철학연구'에서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는 결실을 맺게 됐다.
조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 서예 역사상 현존하는 문헌이나 묵적(墨跡)의 흐름은 창암선생이 정체성을 만들어 놓은 데서부터 비롯된다"고 단정지었다.
- 【정읍=뉴시스】신홍관 기자 = 6일 조선 후기 3대 명필인 창암 이삼만선생 서예가특별전 열리고 있는 전북 정읍사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창암선생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shong@newsis.com 2011-03-06

그녀는 또한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 서예사가 중국 전통 서예 인물들을 거쳐 19세기 창암으로 인해 그 절정을 이루게 되고, 이는 한국서예사의 맥이 하나의 '서맥(書脈)'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조 박사는 특히 "창암은 그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이론과 실천을 겸비함으로써 서도세계의 지평을 넓히면서 창암체를 낳았고, 마침내 '조선진체'란 결정체로 거듭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이는 중국적 서풍(書風)의 모방과 필사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적 진경정신(眞景精神)에 입각해 우리 것을 우리 서취(書趣)에 맞게 종이에 옮긴 문화 독립적 사실"이라며 조선진체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했다.
창암선생의 행적과 명성은 정읍 현지인들에게도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6일 전시회장을 찾은 정읍 송산동에 사는 이의성(83)씨는 "창암선생의 친필 약재 목록이 당시 약력시장인 대구의 중국 상인들에게까지 전달됐고, 명필의 주인공을 직접 대면하고 싶다면서 엄청난 비단을 싣고 방문한 것을 고서에서 직접 봤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 고서에는 중국 상인들이 가져온 비단은 50세를 갓넘어 요절한 창암선생 부인은 몸에 걸쳐보지도 못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적혀 있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 【정읍=뉴시스】신홍관 기자 = 6일 조선 후기 3대 명필인 창암 이삼만선생 서예사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전북 정읍사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창암선생 진흥회 조인숙 이사장이 선생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hong@newsis.com 2011-03-06

조인숙 박사는 창암선생의 작품 발굴에 그치지 않고 그의 철학세계 복원작업까지 펼치겠다고 열의를 보이고 있다.
조 박사는 우선 민선5기 정읍시 공약사업에 맞춰 그동안 학계에서 논란이 돼왔던 창암선생의 출생지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전국 각지 발물관과 기념관에 소장된 사료를 근거로 창암의 출생지가 정읍이란 사실을 확인해 복원작업의 기대감을 높인 것이다.
창암선생 진흥회는 생가터가 있는 부무실 마을이 창암 선생의 출생지로 공식 확인됨에 따라 정읍시 지원을 받아 역사적 고증 작업을 거쳐 공론화를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복원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창암선생 서예사의 복원작업은 순천대박물관의 유작품과 자료에 대해 박물관측의 공증을 확보하고, 충남 예산 추사기념관의 유물 자료를 활용한 고증과 학술대회 등을 통해 공론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부무실 마을에 창암 선생의 친필로 '석담(石潭)'이란 글자가 새겨진 암석과 근수정 생가터 복원 작업 등을 거쳐 기념관을 건립, 체계적인 선양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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