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정지 등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지녀
건물 배치·방배열·난방 방식 등 구조와 생활 방식은 한족과 크게 달라
우리의 집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북한의 한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북한에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자못 궁금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북한의 한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답니다. 북한과 가까운 중국 동북 지방의 한국인 동포가 살고 있는 집을 보는 것이지요.
- 본채·딸린채·마당 중심으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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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 성 백두산 아래에 있는 한국인 동포 마을의 전경. 이 곳에 동포들은 아직도 고향의 한옥과 같은 집을 지어서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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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동포의 집에 있는 옥시다락(왼쪽 끝)과 창고. |
중국 동북 지방인 흑룡 성ㆍ길림 성ㆍ요동 성에는 한국인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을 중국 사람들은 ‘조선족’이라 부릅니다. 그 가운데 길림 성에는 함경도가 고향인 사람들이 많답니다.
그 곳에 100 년 넘게 살고 있지만 조선족들은 아직도 고향의 한옥과 같은 집을 지어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아도 생활 방식은 쉽게 바꾸지 않음을 알 수 있답니다.
1997년 길림 성 백두산 아래에 있는 한국인 동포의 마을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60 호 정도인 작은 마을이지요. 원래 우리 동포가 사는 마을이었으나, 1960년 이후 중국 사람(한족)들이 이주해 들어오면서 지금은 조선족과 한족이 반반 정도 어울려 사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이 마을을 조사하면서, 한국인 동포의 집과 한족의 집이 건물 배치ㆍ방 배열ㆍ난방 방식에서 서로 많이 다름을 발견했습니다. 조선족의 집들은 사람이 생활하는 본채와 딸린 채들이 마당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부속 채들은 창고ㆍ쇠양간ㆍ변소ㆍ돼지굴(돼지울)ㆍ닭굴(닭장)ㆍ옥시다락 따위가 있습니다.
옥시다락이란 옥수수를 말리는 다락을 말합니다. 옥수수는 이 곳에서 중요한 양식이지요. 이 밖에도 감자굴ㆍ김치굴ㆍ한지가마가 본채 둘레에 있지요.
김치굴은 겨울 내내 먹을 김치를 갈무리하는 곳이고, 한지가마는 더운 여름철에 사용하기 위해 부엌 뒤에 설치한 가마솥입니다. 이러한 부속 채가 우리 나라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듯이 마당 둘레에 정겹고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 가마목은 정지와 바당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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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사는 한국인 동포들 집의 부엌과 정지의 모습. |
이와 달리 정지는 가족이 생활하고 식사하는 공간으로 주로 사용하지만, 손님을 접대하고 안주인이 잠자는 곳으로도 쓰입니다. 또 결혼식이나 환갑과 같은 잔치를 치를 때도 사용된답니다.
이 정지에는 방처럼 바닥 전체에 구들이 놓여 있습니다. 바닥이 따뜻하니까 집 안에서 가장 쓸모 있는 인기 공간이지요. 정지는 추운 기후에 대처하면서 대청마루와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지요.
부엌 바닥은 정지 바닥보다 30-40 cm 가량 낮습니다. 부엌 바닥을 바당이라 부르며, 이 바닥보다 30 cm 정도 낮게 판 부스께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핍니다. 부스께 앞 정지쪽에 솥이 걸려 있는데, 이 곳이 가마목입니다. 그러니까 가마목은 바당과 정지가 경계가 됩니다. 정지와 바당 사이에는 벽이 없고 하だ?공간으로 트여 있습니다.
- 아궁이·부스께·굴뚝은 하나
가마목에는 세 개의 솥이 바당을 따라 옆으로 나란히 걸려 있어요. 이 솥들의 쓰임은 서로 다르답니다. 앞 마당쪽으로 위치한 여물가마솥은 쇠죽을 끓이는 데, 두 번째의 한판가마솥은 밥을 짓는 데, 안쪽에 있는 채가마솥은 국을 끓이는 데 쓰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세 솥에 불을 지피는 아궁이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아궁이가 하나이니까, 불을 지피는 부스께도 하나이며, 굴뚝도 본채밖에 하나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족이 사는 집 안의 방 배치는 조선족과 다릅니다. 또 조선족과 같이 방 전체에 구들을 놓은 집은 없고, 정지도 없답니다.
이처럼 구들과 정지는 한옥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중국에 사는 우리 동포의 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그 중에서도 길림 성에 살고 있는 동포의 집은 그들 고향인 함경도의 집과 아주 비슷하게 평면 구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글 : 이 상 해(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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