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스크랩] 등화가친(燈火可親)과 천고마비(天高馬肥)

강나루터 2015. 10. 14. 14:01

 

등화가친(燈火可親) 

가을이 너무 좋다.

학창 시절 법성정에서 글짓기를 할 때 가을 하늘이 너무 파래서

“구만리나 먼 가을 하늘”이라고 쓴 다음 무엇을 써야 할지 망설이다가

 시간 내내 황강물에 비친 하늘만 바라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 붕정새가 날아간 붕정만 리였다는 것을 알았을 땐 이미 스무 살이

 훌쩍 넘은 나이였다.

 

그 시절 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등산하기 좋은 등산가친(燈山可親)이라 하는것이 맞을것 같다.

 

요즘 어디 가을이라 청명한 가을 하늘을 제쳐 두고 방에 틀어 박혀 책(冊)만

 읽고 있을쏜가?

바리바리 울러메고 울긋 불긋 단풍 골을 찾아 산으로 산으로 가는

 등산인을 보면 가을은 정녕 등산가친(燈山可親)의 계절이라!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당(唐)나라의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한유(韓兪)는 자식의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아들 창(昶)에게 아래와 같은 시를 지어

 보내 독서를 권하는 데서 유래한 말인 즉슨,

 
(부독서성남시(符讀書城南詩)

시추적우제(時秋積雨霽) 때는 가을이 되어, 장마도 마침내 개이고

 

신량입교허(新凉入郊墟) 서늘한 바람은 마을에 가득하다.

 

등화초가친(燈火稍可親) 이제 등불도 가까이 할 수 있으니


 

간편가서권(簡編可舒卷) 책을 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서늘한 가을 저녁, 밝은 등잔불 아래서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구절들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

가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라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계절이라

 하였으나 옛날 어느 책(冊)에도 천고마비란 말은 없다고 한다.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아니라 추고마비(秋高馬肥)가 맞는 말이다.

 추고마비란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할아버지 두심언(杜審言)

친구에게 보낸 시에 나타나는데,

 “가을이 깊어지면 변방의 말이 살찐다”라는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의 참뜻은 찬바람이 불면 북방의 흉뇨족이 남방의 한족(당나라)이

추수한 곡식을 빼앗으러 온다는 뜻이란다.

즉, 북방의 흉노족이 봄부터 여름까지 말에게 풀을 먹여 말을 살찌웠는데,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가을이면 이 말을 타고 중국 변방으로 쳐들어와

 가축과 곡식을 약탈해 갔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가을철이면 언제 흉노족이 침입해 올지 모르니 미리

이를 경계하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두보(杜甫)의 할아버지 두심언이 흉노족과 대치하고 있는 변방의 수비대장

소미도에게 격려시를 보냈는데…벗을 위해 쓴 오언율시(五言律詩)를 보면,

 

운성요성락(雲淨妖星落) 구름은 움직임이 없는데, 요사스런 별은 떨어지고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

 

거안웅검동(據鞍雄劍動) 안장에 올라타면 영웅의 칼은 춤을 추고

 

요필우서비(搖筆羽書飛) 붓을 휘두르니 격문이 날아오는 도다.

 

2014년 9월 15일

昔暗 조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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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昔暗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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