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운무심 출수

강나루터 2021. 1. 13. 14:29

057. 운무심이출수(雲無心以出岫)

 

-구름이 무심히 산의 바위 구멍에서 온다

 

이 말은 도연명(陶淵明-중국 진나라의 시인. 365-427)의 전원시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들어 있습니다. 백은(白隱) 선사는 자기가 쓴 《괴안국어(槐安國語)》라는 책에 "새는 날다가 지쳐야 돌아올 줄 안다[鳥倦飛而知歸]"의 대구(對句)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바위 구멍에서 구름이 나온다"는 말은 선어(禪語)로 사용할 때에는 자아에 사로잡히지 않은, 다시 말해서 아집(我執)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하게 된 심경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것을 선자는 "임운무작(任運無作)의 묘용(妙用)"이라고 합니다.

"임운(任運)"은 조금도 사심(私心)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진리대로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무작(無作)"은 인간적인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것을 말하며, 이 무심한 동작이 곧 "묘용(妙用)"입니다. 즉, 구름이 무심히 산의 바위 구멍에서 나오는[雲無心以出岫]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또한 어느 시인의,

하늘을 구름이 조용히 흘러가누나

나도 이처럼 조용히 살아갈지어라

라는 시의 내용과 같은 경지입니다. 선자는 "자기를 잊는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것은 기억을 잊는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자아의식(自我意識)을 잊는 것입니다. 무심(無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마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소아(小我)가 대아(大我)로 승화되어 작은 자기가 발전적으로 해소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은 구름이 산의 구멍을 오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산시(寒山詩)의 "백운자거래(白雲自去來)"―흰 구름이 스스로 오간다―도 선자는 같은 의미의 말로 생각합니다. 흰 구름의 흰색은 모든 색깔을 잊어버린 색깔 아닌 색깔입니다. 희다는 의식을 잊어버린 무심(無心)의 색깔입니다.

"무심(無心)"은 흰 구름에 의해 잘 상징되며 흰 구름도 무심의 마음에 의해 잘 형용됩니다.

그리고 대구(對句)인 "조권비이지귀(鳥倦飛而知歸)"―새는 날다가 지쳐야 돌아올 줄 안다―에 자기를 움직이는 큰 힘이 배후에 무의식의 존재로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힘은 "지친다"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계기에 의해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인생에 지치면 우리는 돌아갈 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시인 도연명의,

"이제 돌아가세(歸去來辭)라는 말은 지상의 집으로 돌아갈 뿐 아니라,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것입니다. 선자는, 자기 속에서 또 하나의 자기가 "언제까지나 자기 욕구를 추구하는 방랑길을 청산하고 빨리 본심으로 순수한 인간성으로 돌아가라"고 이 현실의 자기를 부르는 소리로 듣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알기쉬운 선 이야기 100가지 / 송원스님 저 / 도서출판 상아

[출처] 알기쉬운 선 이야기 100가지 057. 운무심이출수(雲無心以出岫)|작성자 검단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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