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천(洞天)
통천(洞天)은 일반적인 의미로 신선이 사는 세계를 말하는데, 도교적 용어인 통천복지(洞天福地)에서 가져온 용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통천이란 용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조선시대에는 제영시, 유산기, 소품문[散文] 등에서 도교적 신선이 거처하는 장소의 상징어로 언급되고 있으며, 특히 전통공간 내에서 명명되어 바위글씨로 존재한 많은 수의 통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전통공간과 시서화 속에서 발견되는 통천이 단순히 신선이 사는 세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경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대유(大儒)로 자처하는 유학자들에게서 도학적 사고의 산물인 동천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조영자들의 사상이 반영된 장소임을 인지할 수 있다.
통천은 선조들이 생각했던 이상향의 한 표현으로 조영자가 추구했던 이상적 세계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는데 기여하는 요소로 작용하였으며, 이러한 조영 특성의 기저에는 전통적인 이상향의 공간구조와 신선사상에서 말하는 선계의 승경지가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논리에 대한 통천의 조영 특성은 다음의 결과와 같다.
(1). 통천의 의미
첫째, 통천의 문자적 의미는 신선 또는 은자가 사는 곳으로 그 곳은 선경과 같이 수려한 경관을 지닌 지상낙원이라 설명할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에서 이상향의 공간에 대한 전개는 사상적 흐름에서 살펴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신선사상에서 비롯된 선경을 주된 모습으로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의 초월적인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러한 초월적인 모습을 띠는 이상향은 문학작품에서 좀 더 구체적인 공간으로 나타나고 실제 공간과 관련되어 ‘좁은 입구를 통해서 들어가게 되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곳’이라는 지상낙원의 장소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현실에서 이상향을 찾으려는 노력은 심산유곡의 승경지를 신선세계에 비유하거나, 문학작품에서 나타난 이상향의 공간을 보여주는 장소를 찾게 되었고 이러한 곳에 통천이라 명명함으로서 조영자가 추구했던 이상향의 공간을 꾸며갔다고 할 수 있다. 즉 동천은 전통적 이상향의 공간 중 하나로서 지상낙원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공간의 대안으로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전통공간에서 발견되는 동천은 작은 이상향의 표현으로 자신만의 소우주를 형성하고자 했던 조영행위라 볼 수 있다.
(2). 통천의 분포 특성
우리나라에 있는 통천 분포를 살펴본 바 십승지(十勝地)로 일컬어지는 지역과 화강암질 지반이 분포된 지역이 상당한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십승지에서 말하는 피난(避難)과 보신(保身)의 의미와 화강암의 풍화(風化)와 단애(斷崖)로 형성된 기이한 승경이 동천의 분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3). 의원(意園)으로서의 통천
첫째, 통천의 유형은 실제 공간에 조영된 것과 심상 속에 조영된 것으로 대별할 수 있으며 심상 속에 조영된 동천은 현실의 공간에서 조영된 적이 없고 단지 문헌속에서 존재하여 의원(意園)의 성격을 지녔다.
둘째, 의원의 성격을 지닌 통천은 자연경관의 승경이 강조되었으며, 현실의 공간을 배경으로 설계한 원림에서 개별적인 영역으로서 동천이 존재하였다.
셋째, 이러한 통천은 실제로 원림을 만들 여력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당시(18세기 후반) 상류층의 사대부들이 꾸미고자 했던 정원·원림과 유사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통천이 선조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정원·원림이었음을 보여준다.
(4). 통천의 유형 분류
첫째, 통천은 조성 목적에 따라 가거지형(家居地型), 은서지형(隱棲地型), 산수유람형(山水遊覽型)에서 승경형(勝景型)과 수신형(修身型), 수도지형(修道地型)으로 나눌 수 있었다. 즉 동천은 우리의 생활하는 장소에서, 현실의 불합리나 재난을 피하기 위한 은서의 장소에서, 자연과의 화합에 의한 풍류생활의 장소에서, 그럼으로써 자신을 수양하려는 수신의 장소에서, 속세를 벗어난 수도의 장소에서 조영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입지유형에 따라 심산동구형(深山同口型), 계류인접형(溪流隣接型)에서 연계형(連繫型)과 단일영역형(單一領域型), 평지형(平地型)으로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심산동구형은 무릉도원, 몽유도원, 오복동에서 보여주는 공간설정과 상당히 유사하게 전개되어 통천이라는 것이 선조가 사유했던 이상향의 공간구조임을 알려준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의 계곡 승경처에 동천이 조영되었는데 이는 신선사상에서 말하는 선계의 모습을 원림내에서 가꾸어나감으로써 이곳에서 신선의 경지를 추구하고자 한 바램으로 파악된다.
(5). 통천이 지니는 조영적 의미
경관을 다루는데 있어 그곳이 다른 곳과 구별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명명일 것이다. 통천이라 명명함으로써 그곳은 이상향이 되며 그 스스로 선경을 유발시키게 된다. 즉 눈에 보이는 통천을 통해서 이면의 심층에 있는 이상향의 의미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통천은 공간을 만든 조영자가 추구했던 이상적 세계에 대한 갈망에 지극히 기여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작가의 지고한 의식이 선경 혹은 이상향으로서 지칭될 수 있는 통천으로 동일화됨으로서 사의적(寫意的) 조영의식을 극명히 드러냈다고 사료된다.
* 洞자는 '마을'이라는 뜻과 함께 '통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통'으로 발음되며, 특히 天과 결합 될 때에는 "통천"으로 발음/표기 해야 옳은 표현이다. 현재 "통천 과 동천"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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