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야기

법계도

강나루터 2021. 12. 22. 08:24

[법성게(法性偈)] 성품을 집착않고 인연따라 이루네

 예이제  2021. 9. 11. 13:21
 

오랜만에 새겨보는 법성게(法性偈)의 한 구절(第6句)

不守自性隨緣成 불수자성수연성

자기 성품을 지키거나 집착하지 않고 인연 따라 이루네.

[해제]

 

저 ‘불수자성(不守自性)’은 ’스스로의 성품을 고집하여 지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곧 ‘길다 짧다, 깨끗하다 더럽다’는 등의 자기 성품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말로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아(我)’라 할만한 것이 없다(무아/無我) 즉 ’나라고 할만한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말과 대승불교의 “이 세상 모든 것은 비어 있다 (空)’는 것과 통한다.

다음의 '수연성(隨緣成)'이 아주 중요한 말로 제법(諸法), 만법(萬法), 삼라만상 등 이 세상 모든 현상은 스스로의 성품이 없기 때문에 인연(因緣) 따라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이 그릇은 밥그릇이고 저 그릇은 국그릇이라고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 되고, 국을 담으면 국그릇이 되는 이치(理致)이며 이 같은 이치가 제법의 실상(實相)인 것이다. 또한 인삼이 보약이지만, 본래는 약(藥)도 아니고 독(毒)도 아니나 인연 따라 약성(藥性)을 나타내기도 하고, 효과 없을 때도 있으며, 때로는 독성(毒性)을 나타내는 것과도 같다.

 

이를 현실에서 살펴본다면 누구나 타고난 저마다의 본성이 있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애써 지키려고 하거나, 그것에 의지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익숙하고 우리를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상(義湘)은 이를 정반대로 설파(說破)한 것이다. 곧 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연이라는 말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소멸하기에 저것도 소멸한다’는 연기(緣起)가 된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부모님과의 인연 따라 인간은 세상에 나오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사에 자신의 의지와 욕망으로 대상이나 관계를 결정하려고 한다. 강한 개성이나 특출한 능력 가진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세상에서는 극심한 경쟁과 아수라장이 벌어지기 일쑤이고 성취되지 못한 욕망은 분노와 어리석음을 낳는다. 따라서 본성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인연이 오기를 기다리는 지혜가 요구된다. 명리(名利)든 사랑이든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 욕심을 내려놓고 인연이 오기를 차분히 기다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