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세상

, 유능제강[柔能制剛]

강나루터 2022. 4. 14. 08:29

소암 현중화 작품, 유능제강[柔能制剛]에 얽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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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12. 12. 18.

 

우리집 거실에는 서예가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 선생의 작품이 한 점 걸려있다.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와 있는 구절이다.

글의 내용도 좋고 소암 선생의 다른 작품에 비하여 좀 다른 글씨체여서

오래전 부터 우리집 거실에 걸어놓아 가훈 역할을 하고 있다.

 


예로 부터 모든 예술품에는 임자가 따로 있다는 말이 있드시

이 서예 작품이 내 품에 들어 오기까지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글의 작품년도는 "을묘 대한, 소암 우인"으로 볼 때 1976년 겨울이다.

아마도 그 때는 서귀포경찰서에서 유도장을 만들면서 기증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왜냐면 내가 이 작품을 서귀포경찰서 쓰레기장에서 건져 냈을 때까지도 경찰서에는 창고와 비슷한 연무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귀포경찰서는 서귀포 1호광장, 현재 서귀포시청 옆에 2층 자그마한 건물이었다.

이 글을 찾았을 때가 1985년 6월 쯤인데 내가 경찰서 경리계에 순경으로 근무할 당시였다.

상급부서에서 점검을 온다면서 대청소를 하는 날,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후임들은 좀 힘든일을 하는지 나는 쓰레기장 정리를 하게되었다.

거기, 쓰레기장에서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란 곰팡이가 덮히고 너덜 거리는 깨어진 표구를 발견했다. 

 

 

그 냥 불에 태워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누군가의 작품인데 하는 마음에

 칼로 조심스래 종이를 오려내어 사무실에 가져와 말리고 있는데 직원들이 보면서 나무라는 눈치였다.

다음 날 곰팡이를 털어낸 후, 다 떨어져가는 이 글을 들고 어느 화랑을 찾아가 배접을 부탁했다.

그런데 소암 선생의 제자였던 화랑 주인은 깜짝 놀라면서 이 작품을 알아보았고 정성을 다해 표구 해 주었다.

 

그 화랑 주인은 이 작품에 얽힌 나와의 사연을 듣더니 

만약에 작품을 팔게되면 자기에게 팔던지 아니면 잘 보관하라는 하면서 작품에 임자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래된 작품들은 저마다 사연들이 있어 더 소중하게 생각되나 보다.

그리고 아무리 오래되어도 먹물과 인주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보았다.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 1907~1997) 선생은

서귀포시 법환동 에서 태어난 서예가로 국전 초대작가와 국전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행서와 초서에 많은 수상작품과 일화를 남긴 전국적으로 유명한 서예가 중에 한 분이며

서귀포시에 '소암 기념관'이 있고 소암 제자들이 '소묵회'를 결성 매년 추모 서예전을 열고 있다.

 

 

유능제강 [柔能制剛(노자의 도덕경)

 

“세상에 부드럽고 약하기로는 물보다 더한 것이 없다. 더구나 견고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능히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

약한 것은 강한 것에 이기고, 부드러운 것은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을 천하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지만 능히 이를 행하지는 못한다.

사람도 태어날 때에는 부드럽고 약하나 그 죽음에 이르러서는 굳고 강해진다.

풀과 나무도 생겨날 때에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그 죽음에 이르러서는 마르고 굳어진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또한 군대가 강하면 멸망하고 나무는 강하면 꺾인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위치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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