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독재

검은 토끼의 해, 설 잘 쇠소서

강나루터 2023. 1. 22. 08:46

검은 토끼의 해, 설 잘 쇠소서

 

 

 ‘검은 토끼의 해’를 뜻하는 2023 계묘년(癸卯年)의 새 아침 해가 밝았습니다. 계묘년에는 우리 덕화만발 가족 모두가 더욱 건강하시고, 가정 가정에 무탈하심을 빌며, 법력이 충천(衝天)하시기를 진리 전에 축원(祝願)합니다.

 

 ‘지혜’와 ‘영리함’을 상징하는 토끼의 해, 알아두면 유용한 계묘년의 의미를 소개합니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입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검은 토끼에 해당하지요. 동양에서는 토끼를 착하고 겸손하면서도 지혜로운 동물로 여겼습니다.

 

 또한 토끼는 감수성이 뛰어나 예술성이 강하지만, 생각이 앞서 재능만 믿고 게으르며 수동적인 게 흠으로 꼽혔습니다. 이런 토끼를 둘러싼 사자성어는 ‘수주대토(守株待兎), 오비토주(烏飛兎走), 귀모토각(龜毛兎角), 토사구팽(兎死狗烹)’ 등 다양하지요.

 

 그 가운데 ‘수주대토(守株待兎)’는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인 한비자(韓非子)가 낡은 관습에 묶여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유하기 위해 거론한 것입니다.

 

 한비자에 따르면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사는 농부가 밭에 있는 나무에 토끼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는 것을 봤습니다. 이후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부딪히기를 기다리며 농사일을 멈추고 나무를 지켰지요. 하지만 그는 두 번 다시 토끼를 얻지 못했고 밭은 황폐해졌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토사구팽(兎死狗烹)’은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 개를 삶아 먹는다’는 말입니다. ‘교토사양구팽(狡兔死良狗烹)’의 줄임 말인 이 사자성어는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하게 버리는 상황을 말하지요.

 

 사마천이 쓴 ‘사기열전(史記列傳)’에 따르면, 유방은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웠습니다. 한신(韓信)은 이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워 초왕(楚王)에 봉해졌지요.

 

 한신에게는 종리매(鍾離昧)라는 절친한 친구가 몸을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종리매는 원래 항우의 부하로 전쟁 중에 여러 차례 유방을 괴롭혔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유방이 한신에게 종리매를 체포해 압송하라는 명령을 내렸지요. 종리매는 난감한 처지에 빠진 친구를 위해 자결을 택했습니다. 한신은 종리매의 목을 들고 가 유방에 바쳤지만 체포됐습니다.

 

 한신은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 새가 없어지면 활도 거두어 치우며, 적국이 패망하면 모신(謀臣)도 죽는다더니, 천하가 평정됐으니 내가 팽(烹)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탄식했지요.

 

 ‘계묘년’은 60간지의 40번째 해입니다. ‘계(癸)’는 흑이고 ‘묘(卯)’는 토끼를 뜻하므로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립니다. 토끼의 이미지는 순하고 귀여워 보이지만, 영특한 면이 있어 예로부터 영리한 동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또한, 12지신 중 토끼는 호기심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새끼를 낳을 때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낳아 번창과 풍요를 뜻하기도 합니다. 계묘년의 천간(天干)에는 음의 수 ‘계(癸)’와 지지(地支)에는 음의 ‘묘(卯)’가 있어 새싹에 비가 살살 뿌려지는 모습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에는 토끼처럼 바삐 움직여 그간 많이 심어놓은 씨앗에 물을 주어 기르는 해가 되도록 하면 좋겠네요.

 

 그리고 오늘이 ‘설날’입니다. 우리 설날 아침 ‘설’의 뜻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살펴보면 어떨까요? 음력 1월 1일, 정월 초하루를 ‘설날’이라고 합니다. ‘설’은 ‘사린다, 사 간다.’란 옛말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삼가다,’ ‘조심한다.’는 뜻이 있으며, ‘쇠다.’는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여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라는 말입니다.

 

 즉 설날은 일 년 내내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행동을 조심하라는 깊은 뜻을 새기는 명절이지요. ‘설’을 언제부터 쇠기 시작하였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잘 알 수가 없지만, 중국의 사서(史書)에 있는 “신라 때 정월 초하루에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회연(會宴)하고 일월신(日月神)에게 배례했다.”라는 내용으로 보아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구한말인 1895년에 양력이 채택되면서 그 빛이 바래기 시작했고, 1985년 ‘민속의 날’로 지정, 이후 설날 명칭을 되찾아 사흘간의 공휴일로 결정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구정(舊正)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구정이란 이름 그대로 옛 ‘설’이란 뜻입니다. 구정은 일제가 한민족의 혼과 얼을 말살 시키기 위해 신정(新正)이란 말을 만들며 생겨났습니다. 모두 일본 식 한자어이며 설날이 바른 표현입니다. 이렇게 ‘설’도 구정으로 격하해 우리 민족 정신을 말살 시키려 한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꼭 ‘설날’이라 하시고, “설 잘 쇠십시오, 설 잘 쇠셨습니까?”로 부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떡국은 나이 한 살 더 먹으라는 게 아니라, 희고 뽀얗게 새로이 태어나라고 만든 음식입니다.

 

 순백의 떡과 국물로 지난해 묵은 때를 씻어버리라는 것입니다. 즉 순백은 계절에 흰 한복을 입고 흰 떡을 먹으며, 묵은 그림을 버리고 하얀 도화지에 한 해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제 우리 계묘년 새해 아침 묵은 때를 씻어버리고, 설 잘 쇠시며, 한 해의 아름다운 그림을 새롭게 그리면 어떨까요!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1월 22일

덕 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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