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독재

三餘(삼여)

강나루터 2023. 5. 1. 06:46

                     三餘(삼여)

                                      -위지 왕숙전(魏志 王肅傳)중에서-

 

후한 헌제때 학식이 높은 동우라는 학자는 제자가 되기를 청하는 사람에게 항상

 "먼저 책을 백번    읽어라. 백번 읽으면 그 의미를 저절로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제자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책을 백번이나 읽을 만한 여유가 없다"고 답했고

그러자 동우는 "三餘을 갖고 해라"고 강조 하였다.

동우에게 배움을 청하자 책을 백 번만 읽으면 뜻이 절로 통한다(讀書百偏意自見)며

거절하므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 하자 다시 말하기를 학문을 하는 데는

세가지 여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가르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여기서 세가지 여가란 밤, 겨울,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다.

밤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고

겨울은 일년의 나머지,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은 맑게 갠 날의 나머지가 된다.

밤과 겨울 흐린 날은 농사짓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여유가 있고

 이 세가지 여유 있는 시간만 활용하더라도 학문하는 데는 충분하다는 말이다...


 

              冬者歲之餘 夜日之餘 陰雨時之餘

                                              동자세지여 야일지여 음우시지여 

 

 

<백석 삼여도>

 

중국의 제백석이 물고기 세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그리 멋있지도 않은데 왜 그리 유명하냐고

스승님께서 묻자 삼여(三餘)의 뜻을 표현한 그림이라 하셨다.

 

*삼여도 : 세 마리의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삼여도(三餘圖)라 하는데

중국에서 고기 '어(魚)'와 '여(餘)'의 독음이 서로 같기 때문에 물고기를 '여(餘)'로 표현하였다.

'삼여'란 밤, 겨울, 비오는 날 세 가지 여가시간이란 말로 이 세 가지 여유 시간만 활용하더라도

학문하는데 충분하다고 <삼국지> 위지 왕숙전에서 동우(童遇)가 말하였다.

삼여도는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정신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실은 물고기 그림이니 삼어도(三魚圖)라 해야 할 터인데, 그러질 않고 삼여도(三餘圖)’라 합니다.

 

옛날에는 선비 방을 보면 세 마리의 물고기 그림을 걸어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보신 일이 있으세요? 관심이 없어서 못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행세 좀 하신다는 어르신 방에 간혹 걸려있는 것을 볼 수가 있어요.

그 물고기 세 마리의 그림은 선비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맹서랄까, 각오랄까,

그런 경책(警策)으로 걸어놓은 것으로 삼여도(三餘圖)’라 합니다.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왕숙전(王肅傳)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 후한(後漢) 헌제(獻帝) 때 동우(董遇)라는 학자가 있었습니다.

동우(董遇)는 가난한데도 유달리 공부를 좋아해 항상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녔습니다.

젊어서 관직에 나아가지 못해 집안이 가난했지만, 불평 없이 초야에 묻혀 독서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다 나이 들어서 높은 경지에 이르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학문을 좋아하는 헌제(獻帝)가 그를 불러 경서(經書)를 강론하게 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강론을 들은 헌제는 그의 풍모에 반해, 그를 황문시랑(黃門侍郞)으로 삼고,

관리와 학생들에게 경서(經書)를 가르치도록 했습니다. 황문시랑(黃門侍郞)은 신하가

임금에게 건의하고 청원하거나, 임금에게 여러 사실을 아뢰는 임무를 맡은 벼슬로,

아는 것이 많고 다른 신하들에게 신망이 두텁고 임금에게도 심임이 두터운 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벼슬입니다.

그렇게 동우의 명성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제자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나 제자로 받아들이지를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한 선비가 찾아와 배움을 청하자, 이런 말을 하며 거절했습니다.

讀書百遍意自見(독서백편의자견-책을 백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저로 들어난다.)”

그러자 선비는 백번씩이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농사일도 해야지,

과거 응시준비 해야지, 그러니 도저히 100번씩이나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동우는 학문하는데, 밤과 겨울과 비 오는 날, 이 세 가지 여유만 있으면 충분하지

얼마나 여유가 있어야 되느냐며, 선비를 꾸짖어 돌려보냈습니다.

 

夜者日之餘(야자일지여;밤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고,

冬者歲之餘(동자세지여;겨울은 일 년의 나머지)이며,

陰雨者時之餘(음우자시지여;흐리거나 비 오는 날은 농사철의 나머지)이니

   爲學當以三餘(위학당이삼여;학문을 하는데 이 셋의 여유면 충분하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 삼여(三餘)입니다.

이후 이 말은 아주 유명해져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늘 새겨두고 자신을 경계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여유를 잊을 까봐 공부방에 글로 써놓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 ()자의 발음이 같은데 착안을 해 잉어 세 마리를 그려

벽에 걸어놓고 경책으로 삼았습니다.

잉어는 눈을 감지 않는 답니다. 잘 때도 눈을 감지를 않아, 자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상징이었어요. 그리고 용은 왕을 상징하고, 잉어는 정승 같은 고관을 의미해 출세를 상징합니다.

그러니까 잉어 세 마리 그림은 바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출세하겠다는 각오의 표출이기도 합니다.

그리해 삼어도(三魚圖)는 동우의 삼여(三餘)를 뜻하기도 하고, 출세를 상징하기도 해 그 상징성이

너무도 좋았던 것입니다. 삼여도(三餘圖)는 무엇이 어렵다느니 시간이 없다느니 하며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이

삼여도(三餘圖)를 공부방에 걸어 놓고는 경계로 삼아 자신을 채찍질하며 공부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삼여도(三餘圖)는 대유행을 해, 공부 좀 한다는 선비는 물론, 공부는 별로이면서도

 품 잡기 좋아하는 선비인척 하는 이들도 자기 방에 걸어놓게 됐습니다.

 

그러면 현대판 삼여(三餘)는 무엇이냐?’

친구만나 잡담하는 시간, TV보는 시간, 전화하는 시간.  

컴퓨터 하는 시간을 포함시켜  사여(四餘)’라 해야겠다.

그래 집에다 잉어 네 마리 그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는 자신에게

경책이 될 그림이나 글을 써 붙여 놓고 경계를 삼아 열심히 공부하여야 하겠습니다.

 

전한(前漢)시대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편찬한 회남자(淮南子)란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謂學不暇者, 雖暇亦不能學.(위학불가자 수가역불능학)

-공부할 겨를이 없다고 말하는 자는, 겨를이 있어도 공부하지 않는다

 

 회남자의 말, 謂學不暇者, 雖暇亦不能學.(위학불가자 수가역불능학)

-공부할 겨를이 없다고 말하는 자는, 겨를이 있어도 공부하지 않는다 

 

오경(五經) 중에 하나인 예기(禮記)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玉不琢不成器 (옥불탁불성기;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人不學不知義 (인불학부지의;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옳음을 알지 못한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많은 것을 공부하고 큰일을 경영할 분들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갈고 닦는데 게을러서는 안 되겠지요.

 

 

 

출처 : 영일서단(해맞이 마을)
글쓴이 : 古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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