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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항탁

강나루터 2024. 2. 25. 11:05

 

▲ 꼬마 스승 항탁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공자 ⓒ 권미영

 

[대기원시보] 사람이란 누구나 스스로 생각해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모르는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르는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에 부딪히면 흔히 끊임없이 주변사람들에게 물어 의문을 해소하는데, 자신을 낮추며 가르침을 청하기 때문에 배움이 아주 빠르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알게 되고, 사회적인 지위나 체면 따위를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몰라도 아는 척하거나 궁금해도 관심이 없는 척한다. 설사 앎을 구하고자 해도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낮추며 진지하게 가르침을 청하는 대신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많아진다.

 

만약 모르는 것이 있을 때면 마음을 비워 가르침을 청하되, 상대방의 나이나 지위, 재산이나 학력 따위는 가리지 않고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은 진보가 빠를 것이다.

 

중국 역사상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했던 공자도 어린 꼬마를 스승으로 삼은 적이 있다. 이 아이의 이름이 바로 항탁(項橐)이다.

 

항탁은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이다. 어느 날 항탁이 친구들과 함께 길에서 성쌓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때 마침 공자는 수레를 타고 제자들을 거느리며 여러 나라를 주유할 때였다. 공자가 탄 수레가 다가오자 다른 아이들은 모두 피하기에 급급했지만 유독 항탁만은 의연히 길 가운데 쌓아놓은 작은 성에 앉아 있었다.

 

공자가 의아하게 여겨 수레에서 내려 물어보았다. “너는 왜 수레가 오는 것을 보고도 피하지 않느냐?” 항탁이 고개를 들어 공자를 보더니 당당하게 대답했다. “성인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은 위로는 천문(天文)을 알고 아래로는 지리(地理)를 알며 그 가운데 인정(人情)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고로 수레가 성을 에둘러간다는 말을 들었어도 수레를 통과시키기 위해 성을 옮겼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공자는 이 어린이의 말에 흥미를 느껴 그의 재주를 시험해보고자 좀 어려운 질문을 했다. “어떤 산에 돌이 없느냐? 어떤 물에 물고기가 없느냐? 어떤 문에 빗장이 없느냐? 어떤 수레에 바퀴가 없느냐? 어떤 소가 새끼를 낳을 수 없느냐? 어떤 말이 새끼를 낳을 수 없느냐? 어떤 칼에 고리가 없느냐? 어떤 불이 연기가 나지 않느냐? 어떤 나무에 나뭇가지가 없느냐?”

 

그러자 항탁이 즉시 대답했다.

 

“토산(土山)에는 돌이 없고 우물에는 물고기가 없으며 열린 문에는 빗장이 없습니다. 또 가마에는 바퀴가 없고 진흙으로 만든 소는 새끼를 낳지 못하며 목마(木馬)는 새끼를 낳을 수 없습니다. 작두에는 고리가 없고 반딧불은 연기가 나지 않으며 마른 나무에는 가지가 없습니다.”

 

공자가 이 대답을 듣고는 아주 기뻐하면서 연신 칭찬했다. 그러자 득의양양해진 항탁이 이번에는 자신이 질문을 했다. “거위와 오리가 물에서 뜰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러기와 학은 왜 울음소리를 내나요? 소나무와 잣나무는 왜 사철 푸릅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거위와 오리가 물에서 뜰 수 있는 이유는 발에 갈퀴가 달렸기 때문이고 기러기와 학이 우는 이유는 목이 길기 때문이며 소나무와 잣나무가 사철 푸른 이유는 속이 단단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항탁은 이 대답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틀렸습니다! 두꺼비가 우는 것은 목이 길기 때문이 아니고 거북이가 물에 뜨는 것은 발에 갈퀴가 있기 때문이 아니며 대나무가 사철 푸른 것은 속이 단단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항탁의 반박에 공자는 잠시 할 말을 잊고는 옆에 있던 제자들에게 말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보아하니 내가 저 아이를 스승으로 삼아야겠다.”

 

세 사람이 길을 지나가면 그중에 반드시 자신이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있다고 했던 공자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좋은 일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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