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붓은 선비정신을 표방하는 상징성이 부여된 문(文)의 힘으로 써 문방사우(文房四友) 가운데 그 중요성이 으뜸이라 했다.
붓으로 능히 만물의 형상과 자연의 정을 펴고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붓은 짐승의 털을 추려 모아서 원추형으로 묶어 붓촉을 만든 뒤, 대나무나 나무에 꽂아서 먹이나 채색을 찍어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쓸 수 있도록 만든 도구이다.
붓의 모양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붓자루[필관, 병죽, 축(軸)]초가리[붓촉, 필봉(筆鋒), 호(毫), 수(穗)]·붓뚜껑[초·갑죽(匣竹)]의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자루의 붓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99번의 손질이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상하기 어려운 끈기와 지고한 정성이 필요하다.
또한 붓도 그 종류를 열거하자면 1백여 종이 넘는 데다 제작과정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털도 여우등털, 노루겨드랑이털, 쥐수염털, 호랑이털, 갓난아이의 배냇머리 등 매우 다양한데, 이를 구하기도 힘들어 요즘에는 주로 염소털과 족제비 꼬리털이 쓰인다.
현재 붓 초가리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염소털은 기름기가 오른 가을과 겨울에 해남과 완도, 진도, 목포 등 전남 해안지역의 것을 최상품으로 치고 있다.
특히 섬에서 나오는 털은 바닷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윤기가 좋고 길기 때문에 이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이렇듯이 붓 재료의 신중한 선택과 사용은 의창 다호리유적 이후로 2천여 년간 붓을 만들면서 터득한 것으로 자연지리와 동물생태의 정확한 파악이 없이는 매우 힘든 것이라 하겠다.
대(竹)는 겨울에 구입하는데 황토흙과 쌀겨를 푼물을 짚으로 골고루 잘 문질러 햇볕에 2~3개월 정도 건조시키면 대의 독특한 색깔이 나타나며 이러한 작업을 거친 대를 한 토막씩 절단해서 습기 없는 곳에 저장해 뒀다 사용한다.
이처럼 털은 그 특성마다 분류해 놓고 대는 절단해서 보관시킨 후 붓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먼저 치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털을 하나하나 골라내는 털고르기 작업이 선행된 뒤 빗으로 솜털을 벗겨내는데 이것을 부검질'이라고 한다.
부검질이 끝난 털은 그 기름기를 빼내는 작업을 거치는데 기름기가 있는 털은 부드러운 맛이 없고 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검질은 붓제작의 가장 중요한 공정이다.
먼저 살겨를 태운 재를 체로 걸러낸 다음 이것을 털위에 뿌리고 다리미질로 기름기를 빼낸다.
이렇게 하면 재가 기름기를 빨아들인다.
털의 기름기를 빼고나면 다시 빗으로 벗겨 털을 걸러내는데 이때 거꾸로 된 것을 바로잡고 털끝이 닳거나 그을린 것을 잘라낸다.
그런 후 이 털들을 길이에 따라 층을 잘라내어 긴 것은 심소라고 하는 붓의 중심 털을, 짧은 것은 그 길이마다 층층이 의채가 되어 심소를 감싸도록 골고루 섞어 준다.
이 과정은 몇 번씩 반복해야 하는데 이는 심소를 잘해야 붓에 힘이 생기는 까닭이다.
이 과정이 끝난 후 재차 나쁜 털을 제거하고 모양을 내기 위해 원형을 물에 묻히는 물끝보기를 거친 후 이것을 명주실로 그 끝을 묶어준 다음 붓이 상하지 않도록 풀을 먹여 붓끝을 뾰족하게 세워준 후 병죽이라는 붓대통에 끼워주면 한 자루의 붓이 완성되는 것이다.
붓은 이제 현대의 이기에 밀려 점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세상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던 선조들의 고고함은 붓끝에서 나오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태극기에 관한 모든 정보 (0) | 2014.02.06 |
---|---|
[스크랩] 少泉 조순(趙淳) 서예-정자정야(政者正也)|조순은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거쳐 (0) | 2014.02.05 |
[스크랩] 美行者三 (0) | 2014.02.05 |
[스크랩] 고난에서 가치가 드러난다 (0) | 2014.02.05 |
[스크랩] 신라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의 비밀 (0) | 2014.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