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의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우선 인재발탁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순(舜)임금이 22명의 뛰어난 인재를 발탁하여 소신껏 능력껏
일하도록 책임을 맡기자, 그들이 책임을 철저하게 완수했고, 그래서 순임금은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요순시대가 이룩되었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인재 등용의 중요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금방 알게 해준다.
요즘 우리 사회는 고위공직자 및 각 단체의 수장이 되는 사람들의 하마평이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박朴피아, 관官피아, 정政피아 등이 그들이다. 어떤 인재가 발탁될지 국민은 이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어차피 정권 창출에 일조한 사람들이 발탁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은의 인사가 되다보니 그 사람의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김구선생은 김일성의 하수인이자 독립유공자가 아니라고 경악스러운 발언을 한 친일 후손녀, 적십자 회비를 내지 않고 있다가 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된 후 여론이 들끓자 납부하면서 적십자사는 잊혀진 존재라고 이야기한 기업가 후손의 사람업가, 또 충성스러운 자기소개서를 쓴 기자출신의 방송광고공사의 사장 더욱 코메디같은 코메디언 출신의 관광공사 감사 임명 등 말로 헤아릴 수 없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이런 때에 생각나는 것이 18세기 문예부흥시대를
만들었고, 문화의 꽃을 피우게 했다는 정조시대의 인재발탁의 지혜이다. 인재의 능력과 인품을 테스트하려던 치밀하고 계획적이던 정조의 지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조13년인 1789년에 28세의 나이로 다산은 문과에 급제하였다. 그해 정조시대의 훌륭한 인재발탁
제도인 규장각의 초계문신(抄啓文臣)으로 다산은 선임된다. 발탁된 인재 중에서도 더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초계문신들은 수시로 경서(經書)를
강독하는 시험을 치러야 했다.
하루는 『논어』에 대한 강독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그 전날 밤에 내각의 아전이 다산을 찾아와 종이 한
장을 보여주면서 내일 강독할 장(章)이라고 일러주었다. 다산은 깜짝 놀라면서 강독할 책의 장을 미리 알려주는 법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믿지 않으려했더니, 아전은 임금의 어명이니 문제없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다산은 그것을 믿지 못하고 『논어』전편을 암송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음날 강독하는 곳에 나가보니 예상했던 일러준 장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었다. 다행히 다산은 전편을 암송하는 노력을
했기에 무리 없이 강독을 마칠 수 있었다. 다산의 재주와 노력을 시험해보려던 정조의 지혜에 다산도 감복했지만, 그렇게 성실하고 재주 있는
다산에게 정조도 감복하고 말았다.
그렇다. 총리다, 장관이다, 빅쓰리다 그리고 공공 기관의 단체장을 발탁해야 할 때는 정조처럼
인재발탁에 정성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걷는다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참다운 인재들이 발탁하여 국가를 생각하는 진정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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