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

[스크랩] 매미

강나루터 2010. 9. 29. 17:05

 

 

 

오늘 새벽 매미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창밖이 이미 부옇게 밝았습니다. 

새벽 5시 좀 지난 시간.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비설거지 하려고 베란다에 나가니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서 인사합니다.무려 세 마리나.

 

 

우리 선조들은 매미를 두고 다섯 가지 덕, 오덕(五德)을 갖춘 벌레라고 칭찬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매미의 머리 모양이 갓의 형태와 비슷하게 생겼기에

글을 아는 동물로 여겨 文 一德이요,

서로 잡아먹는 다른 벌레와는 달리 맑은 이슬만 먹는다고 생각해 탐욕을 금하는 선비와 연결해서 淸 二德이라 했습니다.

사람의 곡식을 먹지 않기에 염치를 안다고 여겨 廉 三德이며,  

나무에 살면서도 거기에 집을 짓지 않기에 검소하다고 儉 四德이라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더운 여름철 시원하게 울어주는 것은 신의가 있다고 여겨 信 五德이라 칭찬했답니다. 

이런 덕을 골고루 갖춘 매미를 귀하게 여겨 임금님이 쓰시는 관을 익선관(翼蟬冠-매미 날개를 본뜬 관)이라 불렀고 고관대작들도 그 품계에 맞추어 매미 날개 모양의 의관을 착용했습니다. 

그렇게 칭찬받던 매미가 요즈음은 천덕꾸러기로 변해 주택가에선 소음 공해의 주범이 되더니 급기야 오늘 새벽엔 내 손 끝에 튕겨나가 비명횡사할 뻔 했답니다.

 

 

매미 소리가 커진 건 아파트 벽 때문에 일어나는 공명현상이 원인이니까  소음의 주범은 매미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시골 매미야 아무리 크게 울어도 그 소리가 천연 흡음재, 나뭇잎에 스며들어 시원하게 들리

지만 도시에서는 그만 공해의 주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래 매미는 해 떨어진 저녁부터는 울지 않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지만 도시의 매미는 휘황찬란한 가로등 불빛에 속아 낮밤을 모르고 노래 부르다  그만 지쳐서 비명횡사하는 처량한 신세인데도 속 모르는 사람들은 정신 빠진 매미라고 야단만 칩니다.

 

 

어쨌건 요즘 매미는 오덕 중 두 가지 덕은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파트 방충망으로 집안을 엿보니 검박한 생활을 하는 덕을 잃었고 오밤중에 시끄럽게 울었으니 신의의 덕을 또한 잃은 셈입니다.

따라서 앞서 열거한 儉 四德과 信 五德은 이제 옛말이 된 셈이네요.

 

 

당나라 시인이 매미를 두고 읊은 시 한수 올려 드립니다.

 

01-매미소리.mp3

 

蟬(선-매미) 虞世南(唐) 우세남(당)

 

갓끈 늘이고 맑은 이슬만 마셔도

垂緌飮淸露 (수유음청로)

 

청아한 노래는 오동잎 사이로 흐르네.

流響出疏桐 (류향출소동)

 

높은 곳에 살기에 멀리서도 들릴 뿐

居高聲自遠 (거고성자원)

 

(그 노래가)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건 아니라네.

非是藉秋風 (비시자추풍)

 

 

<첫째 련을 갓끈 모양의 주둥이로 해석한 풀이도 많습니다.

그리고 셋째 련-居高聲自遠 (거고성자원)을 높은 곳에 살기에 소리가 멀리 간다는 풀이가 더 많습니다만....

自遠은 멀리서 부터로 풀어야 그 다음 줄과 뜻이 맞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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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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