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이 산광수색(山光水色)을 쓰다
독립큐레이터 이택용
해설 :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의 산광수색(山光水色)이란 글씨이다. 그는 조선 후기의 순조 때에 서예가이다. 어린 시절에 당대의 명필이었던 이광사(李匡師)에게 글씨를 배웠으며,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눌인(訥人) 조광진(曺匡振)과 함께 삼필(三筆)의 한 사람인 전라도 정읍출신으로 만년에는 전주에 살았다. 이 글귀는 산은 높고 물은 맑다는 뜻으로, 그의 특유의 행운유수체(行雲流水體)이다. 즉 구름처럼 흘러가고 물처럼 흐르는 자연스런 글씨체의 조형미를 너무 가장 잘 보여주는 걸작이다. 뱀이 4마리가 꿈틀거리는 그의 글씨 산광수색이다. 그런데 이 글귀를 작품을 꼼꼼히 쳐다보면 깜짝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글씨 한자 한자마다 뱀 한 마리가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채 우리를 잔뜩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획은 뱀처럼 꿈틀거리며 장강처럼 흘러가더니 어느새 험한 계곡 급류로 돌변해 내리꽂힌다.
옅은 담묵으로 휘갈긴 글씨는 도도한 강물과 기암괴석, 생동하는 야수의 숨결처럼 기세가 등등하다는 느낌이 든다. 금세라도 뱀이 살아서 꿈틀댈 것만 같은 이유다. 이 글씨는 뱀의 모양을 서체로 잘 형상화한 그야말로 수작이다.
이 작품은 뱀의 모양을 독특하면서도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표현, 자신이 개발한 행운유수체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그는 뱀에 물려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뱀을 보는 대로 모두 잡아 죽여, 쇠로 된 지팡이 3개를 모두 닳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호남지역에서는 뱀을 쫓기 위해 이삼만이라는 글씨를 거꾸로 붙이는 풍속이 남아 있다.
옛 석학들은 글씨 쓰듯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흐르는 물 같다는 그의 글씨, 이 같은 행운유수체는 되레 그림 그리듯 획을 분방하게 풀고 있는 것은, 전주의 옥류동계곡에 있는 한벽당(寒碧堂)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면서 아래론 유유히 흐르는 물을, 위로는 떠도는 구름을 쳐다보며, 이를 터득하기 위해 벼루 3개를 구멍 낼 정도로 강한 집념의 서예가로 명성이 높았다.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이 산광수색(山光水色)을 씀-
'산(山)' 자는 뱀이 똬리를 틀고 경계하는 모습과 흡사하고, '광(光)' 자는 개구리와 벌레를 낚아채는 듯한 현상이 뚜렷하다. '수(水)' 자는 살모사가 목을 추켜들고 갈비뼈를 빳빳하게 펼친 채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는 형상인가 하면 '색(色)' 자는 똬리를 틀고 승천하는 이무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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