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의 금강산 한문 시선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15세기 후반기에 활동한 작가.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 젊은 시절에 정계에 뜻을 두고 학업에 열중하였으나 세조의 비인륜적인 왕위찬탈행위에 분격하여 읽던 책을 불사르고 유가의 의관을 찢어버린 다음 중의 옷차림을 하고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방랑생활을 하였다. 그 과정에 《탕유관서록》, 《탕유관동록》을 비롯하여 4책의 기행시집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금강산을 사랑하여 무려 8번이나 관동의 명승을 찾아보았고 수많은 시와 일화를 남기였다. 말년에는 금오산에 들어가 소설창작에 힘써 유명한 소설집 《금오신화》를 남기였다. 시문집으로 《매월당집》이 전한다. 관동의 명산(關東名山) 臺嶠靑萬疊 오대산 푸르고 푸르러 일만 겹이요 楓缶白千層 금강산 희디희여 일천 층이라 國島波雷壮 국섬 파도소리 우뢰마냥 장하고 叢亭石柱稜 총석정 돌기둥은 모나기도 하여라 沙明三日浦 삼일포 모래밭은 깨끗도 한데 苔蝕六書陵 봉우리에 새긴 여섯 글자엔 이끼 끼였구나 渤海連天闊 하늘에 잇닿은 듯 저 바다 넓고 넓어 三山藥可仍 삼신산 불로초도 여기서 캐겠구나 장안사(長安寺) 松檜陰中古道場 소나무 전나무 그늘숲 도 닦던 옛터 我來剥啄叩禪房 내 찾아가 똑똑 절간문 두드렸네 老僧入定白雲鎖 묵상하고 앉은 늙은 중 흰 구름 속에 잠기고 野鶴移棲清韻長 깃을 찾는 들판의 학 맑은 소리로 울어예누나 暁日升時金殿耀 새벽 되여 해 솟을제 금빛 지붕 번쩍이고 茶煙颺處墊龍翔 차 달이는 연기 따라 룡틀임 움직이는 듯 自従遊歷清閑境 내 깨끗하고 한적한 이곳을 돌아보리니 榮辱到頭渾兩忘 명예도 치욕도 죄다 잊혀지리라 표훈사에서 밤에 읊노라(表訓寺夜吟) 玲瓏樓閣壓清溪 령롱한 누각은 맑은 시내를 누르고 巢鶴枝邊月影低 학이 깃든 가지엔 달그림자 어려있네 半夜蜀禽呼破夢 한밤중에 우는 뻐꾹새 누구의 단잠 깨우려나 聲聲只在老槐西 뻐꾹뻐꾹 울어 영화 꿈꾸는 자 깨치려나봐 정양사(正陽寺) 伽籃高且敞 절간은 높고도 시원한데 萬木連天長 무성한 나무숲 하늘에 닿았네 僧有支遠徒 중들은 원대한 뜻 품었거니 境乃菩提塲 이곳은 곧 불도 닦는 곳이여라 我來生方丈 내 이곳에 와 중방에 앉았을제 峰巒儼而爽 산봉우리마냥 장엄하고 상쾌하구나 玉立百層筍 구슬을 다듬어 백층으로 세워놓은 듯 朝輝何晃朗 아침 해살이 어찌 그리도 광휘로운고 烟嵐向澄霽 산에 어렸던 아지랑이 맑게 개이니 詭怪難可状 기괴한 그 형상 무슨 말로 표현하랴 或如僧遶旋 어떤 것은 중이 빙빙 돌아가는 것 같고 或如仙揖讓 또 어떤 것은 신선이 두 손 잡고 절하는 듯 朝霞鮮且潔 아침 노을은 곱고도 깨끗하고 暮靄翠且深 저녁 안개는 푸르고도 짙어라 炫燿莫可窮 반짝이는 그 빛 끝없이 숭엄커늘 令人清塵襟 사람들의 온갖 잡념 깨끗이 씻어주누나 僧老峻機緑 늙은 중과 깊은 인연 있어 小欄倚終日 작은 란간 의지하여 종일토록 함께 지내며 話以本色談 속생각 터놓고 나누기도 하고 雜以玄如説 신묘한 이야기와 한담도 할제 日暮不能返 날은 저물어 돌아갈 수 없었거니 清聲出禪室 새벽 풍경소리에 절간을 떠났노라 벽에 그린 그림을 보고(看壁畫) 古殿静且嚴 옛집은 고요하고 엄숙한데 古壁丹靑好 벽에 붙인 그림 잘도 그렸구나 蘇公菩薩閣 옛 시인은 절에 보살각을 지었고 吳子傳神草 옛 화가는 부처의 화상 그렸다 하여라 依俙聽説法 불도의 설법을 어렴풋이 듣고 보니 彷彿唱三寶 방황하던 이 몸이 중이라도 된 듯 하구나 何幸遊名山 어찌다 다행히 금강산을 유람하다가 得叅眞妙道 세상의 참된 진리 터득하려나 願早脱塵悩 원컨대 어서 속세의 고민이나 가셔주렴 진헐대(眞歇臺) 眞歇可眞歇 진헐대는 이름 그대로 진정 쉴 만한 곳 塵蹤浄如掃 티끌 한 점 없어 씻은 듯 하여라 千峰俯可掇 굽어보면 봉우리들 한 손에 잡힐 듯 百川流浩浩 백 갈래 골물들은 도도히 흘러내리여라 山鳥語靑嵐 산새들은 많은 아지랑이 일러주며 令人心境灝 사람마음 심원한 경지로 이끄누나 長松蘚紋剥 이끼무늬 새겨 두르고 서있는 늙은 소나무 下有皤皤老 그 밑엔 머리 흰 로인들 모여있네 相對談無生 서로 마주하여 주고받는 여생이야기 雅妙多天藻 아름다운 음악인 양 고상하고 신묘하여라 搖談塵是松 세속이야기에 끄떡없는 것은 저 소나무요 敷坐氈是草 주단마냥 펴놓고 앉은 것은 풀이라 蕩我平生懷 내 평생에 품은 소원 터놓고 造我十年道 십년 동안 므대기던 리치 깨닫노라 和南各分去 공손히 인사 나누고 떠나려 할제 小徑寒煙葆 산속의 오솔길 찬 연기 속에 묻히여라 백천동(百川洞) 百川奔一洞 백 갈래 내물이 한 골짜기에 모여들어 駃注松杉下 소나무 삼나무 밑을 콸콸 흘러가네 初疑銀河分 처음에는 은하수가 비낀 듯 하더니 復見明珠灑 다시 보니 진주알인 양 번쩍이여라 列壑何杳冥 벌려 선 골짜기 왜 저리도 컴컴한고 峰巒走萬馬 우뚝 솟은 봉우리들은 만 필 말이 달리는 듯 桂樹復連蜷 계수나무는 또 움츠리고 섰는데 幽岩何閜 으슥한 저 바위 저렇듯 입을 크게 벌렸는고 多有神仙跡 여기저기 신선자취 많고 많으나 了無塵凡蹤 사람 지나간 흔적은 하나도 보이지 않네 日晩憺忘歸 해 저물어 돌아갈 생각 숙연히 잊고 있는데 煙暝山巃嵸 어두운 연기 속에 산만 더욱 높아 보이네 만폭동(萬瀑洞) 萬瀑飛空漱玉花 만 갈래 폭포 흩날리며 구슬꽃 뿌리는데 兩岸薛蘿相騰挐 량쪽 기슭에선 담쟁이넝쿨 서로 얽혀 날아오를 듯 明珠萬斛天不慳 하늘은 몇만 섬 진주도 아끼지 않고 散此雲錦屛風間 흩어지는 구름 비단병풍 틈에 새여드네 快笑仰看雙石硔 내 크게 웃으며 두 개의 돌바위 쳐다볼제 一洗十年紅塵蹤 십년 동안 묵은 번뇌 단번에 씻겨지누나 보덕굴(1수)(寶德窟) 銅互生衣銅柱高 동기와엔 이끼 돋고 구리기둥 높이 솟았는데 簷鈴風鐸響嘈嘈 처마끝에 달린 풍경소리 요란키도 하여라 寶山巖窟幾尺聳 보배산 바위들은 그 높이 얼마인고 銀海波濤終夜號 설레이는 은빛파도 밤새도록 울부짖네 鐵鎖掛空搖嘠嘠 허공 중에 드리운 쇠사슬 삐걱삐걱 흔들리고 雲梯緑壁動騒騒 벼랑의 구름다리 찌꾹찌꾹 움직이여라 焚香一禮心無襍 향피워 재 올리니 온갖 잡념 없어지거늘 疑是仙宮駕六鰲 여섯 자라 끌고 온 신선궁전 여긴가 하노라 보덕굴(2수)(寶德窟) 依欄遥望意懆懆 란간에서 멀리 바라볼 때엔 마음만 걱정스럽더니 瞻禮眞容竪髮毛 굴속을 굽어살펴보니 머리털이 곤두서누나 境與靈臺多不俗 신령스런 고장이라 속세와 다르거니 山同寶窟又重高 저 산도 보배마냥 위엄 있고 높아보이네 虹垂萬瀑雷聲壮 무지개 드리운 만폭동엔 우뢰소리 요란하고 鶴去三天翅影豪 학이 하늘중천 날아가니 그림자만 호사스럽네 白石靑松相映處 흰 돌과 푸른 소나무 서로 비쳐주는 저기 依俙洞府有仙曹 서로 비쳐주는 저기 분명 있었으리 마하연(摩訶衍) 大衍金文萬五千 마하연엔 돌에 새긴 글자 일만 오천 자라 至今留影洞中天 지금도 그 흔적 남아있어 골짜기에 빛나누나 婆裟松檜似擎盖 소나무 전나무는 일산처럼 너울너울 崷崪峯巒如列仙 늘어선 봉우리엔 신선이 둘러선 듯 百億生會有願 예로부터 억만 사람 간직한 소원 있거니 一身一到此山前 그것은 살아 생전 한 번이라도 이 산에 와보는 것이였네 我聞妙法深心 내 듣건대 불법은 수양을 깊게 하거늘 巖樹林溪次第宜 바위와 나무 숲과 계곡엔 죄다 그 리치 깃들어 있어라 만회암(萬回菴) 精舍傍烟蘿 절간곁에는 연기같은 풀넝쿨 重構歲月深 고쳐 지은지도 오랜 세월 흘렀나봐 小亭松盖偃 작은 정자는 소나무에 덮여 있고 短砌蘚花侵 짧은 대돌에는 이끼꽃 피였구나 竹木埋幽逕 대나무는 오솔길 메웠는데 風泉繞遠林 바람과 샘물은 숲을 감돌고 있어라 我來留半日 내 이곳 찾아 반나절 쉬노라니 清境稱吾心 맑고 고운 경치 내 마음에 들어라 송라암(松蘿菴) 松蘿烟壑老 연기 자욱한 골짜기에 늙어가는 송라암 精舍政流凉 절간이 황페하고 처량하구나 杜宇啼庭樹 뜰 앞 나무에선 뻐꾹새 울어예고 清香鎖寶房 부처 있는 방엔 맑은 향내 가득 찼네 緬思懷正事 회정대사의 그 사연 생각하니 因憶解明方 불도를 가르치던 그 모습 삼삼쿠나 吊古如雲鳥 슬프도다 드대는 구름 우에 나는 새 같거니 禪窓夜東長 제 지내는 창문가에 밤만 깊어가네 망고대(望高臺) 歡甚忘疲上峭峰 기쁨 속에 피곤 잊고 우뚝 솟은 봉우리에 오르니 高低列岳聳層穹 높고 낮은 뭇 산들이 하늘 우에 층층 솟았구나 奇形禹鼎初移後 기묘한 그 형태는 옛 성인이 큰 가마 옮겨놓은 듯 怪状温犀一燭中 기괴한 그 형상은 한 가락 초불모양 뜨겁고도 열렬하여라 獅子何年將奮迅 사자는 어느 해에 뛰쳐나오려나 俊鷹當日欲浮空 날쌘 매는 이제 금시 날아오려는 듯 攀蘿若不凌雲頂 만약 풀넝쿨 휘여잡고라도 구름 속 산정에 오르지 못한다면 那識楓嶠氣勢雄 어찌 금강산의 기세 웅장함을 알 수 있으랴 국망봉(國望峰) 峰高草木被風謾 높은 산정 풀과 나무 세찬 바람결에 시달려 連蜷施蔓糺似盤 자라지 못하고 서로 얽혀 쟁반모양 펼쳤구나 未見初聞稱國望 보지도 듣지도 못한 그 이름 《국망봉》이라 纔登遥覽竦人觀 잠간 올라 바라볼제 인간 세상 한눈에 안겨오네 茫茫渤海盈於椀 망망한 저 바다는 사발 안에 찰랑이고 渺渺山河大似彈 아득히 펼친 산과 강 끌어당긴 활줄 같구나 始信尼丘天下小 천하가 작다던 옛 성인의 뜻 이제야 알겠거니 西江盡吸亦非難 흘러드는 바다물 모두 마셔도 성 차지 않으리라 원통암(圓通菴) 禪境何潚酒 암자는 이다지도 깨끗하고 정갈한고 居僧只二三 살고 있는 중은 두셋뿐이여라 煙光吹不散 연기는 피여나도 흩어지지 않고 灝氣冷相涵 밝고 숭엄한 기운 머금고 있어라 地僻乾坤小 궁벽한 곳이라 하늘땅이 작아도 心清夢寐甘 마음이 맑아지고 꿈도 달콤하리 掛笻留一宿 지팽이 걸어놓고 하루밤 묵어갈제 松月助禪談 소나무에 걸린 달 중이야기 돕고 있네 진불암(眞佛菴) 以石名眞佛 돌이름 따라 지은 진불암에는 禪中住老禪 중들도 늙은 중만 살고 있구나 路回千嶂下 천길 높은 산 밑으로 돌아가는 길 人傍五雲邊 사람 곁엔 오색구름 감도네 水石心無累 물과 돌은 마음에 아무 인연 없건만 烟霞景自妍 연기와 노을경치 절로 고와 보이누나 行童煮山茗 걸어가는 아이 산차를 달이려나봐 貯月汲寒泉 달비 낀 찬 샘물 길어가는구나 세암(帨巖) 緬想當年洗寶巾 그 옛날 여기서 보배수건 씻고 圓融麗質正離塵 중이 되여 속세인연 끊은 원효대사1) 戯斟天上銀河水 하늘의 은하수 즐겨마시며 接引雲間白業人 구름 속에 노니는 신선이 되였어라 陜府曾留金鎖骨 일찌기 그의 유골 합천 해인사에 있다더니 楓城今現紫磨身 금강산엔 지금도 그의 화상 보이누나 爍迦大願應無盡 불학을 지향한 큰 뜻 다함이 없거늘 千古芳蹤浄不堙 천고에 아름다운 자취 묻히지 않고 빛나리라 원적암(圓寂菴) 山中最深處 금강산에서도 제일 깊은 곳 妙境可圖看 기묘한 그 경치 그림같이 보이여라 松絡垂千尺 소나무 얽히여 천 길 드리웠는데 山雲在半間 산구름은 그 허리에 걸려있네 地偏無俗客 궁벽한 고장이라 속세의 길손 없고 澗洌有飛湍 차디찬 골물엔 급한 여울 많아라 坐久心如水 오래 앉을수록 마음도 물처럼 맑아지거니 姻霞襯碧巒 안개와 노을 되여 푸른 산 따르고 싶어라 개심폭포(開心瀑) 一道銀河落九天 한줄기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和雲漱月檜松邊 구름 되여 달 머금고 나무숲에 드리웠네 夜深最愛山中静 깊은 밤 깃든 것은 산속의 고요인데 晴雨灑空人未眠 허공 중에 휘뿌리는 새벽비에 잠들 수 없어라 만경대(萬景臺) 攀危更生最高臺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제일 높은 루대에 오르니 無限奇峰眼底開 끝없이 기묘한 봉우리들 눈 아래 펼쳐있네 萬瀑洞中珠歷落 만폭동 골안에 쏟아져 내리는 구슬 百川崖底玉嶊頹 백천동 언덕 아래 옥 되여 부서지누나 火龍似向層空舞 화룡은 하늘 향해 춤추며 오르는 듯 玄鶴應従寶窟回 검은 학 그에 호응하여 보덕굴을 감돌아라 人世難逢如此境 세상에 이런 곳 다시 보기 어렵거늘 傍人且莫苦相催 사람들 괴로움 잊고 서로 재촉하여 오르누나 【유의 사항】 ⓘ 본 콘텐츠는 2004년 북한에서 발행된 '금강산 한자시선(상)' 자료로, 북한에서 사용되는 표현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한 자료의 특수성으로 내용의 최신성이나 이미지의 선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점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출처 북한지리정보: 금강산 한자시선(상)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