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려가(逆旅歌)

 

역려가(逆旅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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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려(逆旅) 천지간(天地間)의 과객(過客) 인생들아 백년이 그 얼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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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大夢)을 뉘라 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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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역대(萬古歷代) 제왕(帝王) 성인(聖人) 군자(君子) 충신(忠臣) 열사(烈士)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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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英雄) 호걸(豪傑) 문장(文章) 재사(才士) 신선(神仙) 금불(金佛) 은처사(隱處士)며 협객(俠客) 변사(辯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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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옹(富家翁)과 공자(公子) 왕손(王孫) 미인(美人)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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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력히 헤어 보니 한단일몽(邯鄲一夢)이 덧없구나.

 

8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씨(人皇氏)가 만팔천세(萬八千歲) 사다 하되 그 뉘라 보았으며

9

시획팔괘(始劃八卦) 복희씨(伏羲氏)도 여천동로(與天同老) 못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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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蚩尤) 잡던 헌원씨(軒轅氏)도 정호비룡(鼎湖飛龍) 속절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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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백초(嘗百草) 신농씨(神農氏)도 불사약(不死藥)을 못 먹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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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순(堯舜) 우탕(禹湯) 문무(文武) 주공(周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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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맹(孔孟) 안증(顔曾) 정주자(程朱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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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道德)이 관천(貫天)하여 만고성현(萬古聖賢) 일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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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한 인생들이 그 어이 알아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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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姜太公) 황석공(黃石公)과 사마양저(司馬穰저) 손빈오기(孫빈吳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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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승(戰必勝) 공필취(攻必取)는 만고명장(萬古名將) 일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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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죽음 못 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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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라수(汨羅水) 맑은 물은 굴삼려(屈三閭)의 충혼(忠魂)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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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수(湘江水) 성긴 비는 오자서(伍子胥)의 정령(精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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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採薇)하던 백이숙제(伯夷叔齊) 천추명절(千秋名節) 일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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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산(首陽山)에 아사(餓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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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소진(蘇秦) 장의(張儀) 열국제왕(列國諸王) 다달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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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왕은 못 달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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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세우(春風細雨) 두견성(杜鵑聲)에 슬픈 혼백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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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상군(孟嘗君)의 계명구도(鷄鳴狗盜) 신릉군(信陵君)의 절부구조(竊符救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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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 호걸 일렀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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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세우(寒山細雨) 미초중(薇草中)에 일부토(一부土)만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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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천하 진시황(秦始皇)은 아방궁(阿房宮)을 높이 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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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쌓은 후에 육국제후(六國諸侯) 조공 받고 삼천 궁녀 시위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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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을 삼신산(三神山) 불로초(不老草)를 구하려고 보낸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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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조차 돈절(頓絶)하고 사구평대(砂丘平臺) 저문 날에 여산황초(驪山荒草)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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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산(力拔山) 초패왕(楚覇王)은 시불리혜(時不利兮) 추불서(추不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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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인(虞美人)의 손목잡고 눈물 뿌려 이별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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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烏江) 풍랑 중에 칠십삼전(七十三戰) 가소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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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제풍(東南祭風) 목우유마(木牛流馬)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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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前無後無) 제갈공명(諸葛孔明) 난세간웅(亂世奸雄) 위왕조조(魏王曹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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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추초(暮烟秋草) 처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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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司馬遷) 한퇴지(韓退之)와 이태백(李太白) 두목지(杜牧之)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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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詩賦) 중의 문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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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서시(越西施) 왕소군(王昭君) 우미인은 만고 절색 일렀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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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고총(荒凉孤塚)이 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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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백장수(八百長壽) 팽조수(彭祖壽)며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방삭(東方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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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시(此一時) 피일시(彼一時)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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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생(安期生) 적송자(赤松子)는 동해상(東海上)의 신선(神仙)이라 일렀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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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듣고 보든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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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라 풍백(風伯)에 붙인 몸이 아니 놀고 무엇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