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야기

안신입명(安身立命)

강나루터 2024. 5. 7. 05:27
선종의 벽관과 천태종의 지관법에 해당하는 안심의 경지가 몸과 마음이 원만하고 완전하게 성취되는 것으로 확립된 것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안신입명.
이칭
이칭안신입명(安身立命)
접기/펼치기정의
선종의 벽관과 천태종의 지관법에 해당하는 안심의 경지가 몸과 마음이 원만하고 완전하게 성취되는 것으로 확립된 것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안신입명.
접기/펼치기개설

안심은 선종에서는 달마선법의 특색을 드러내주는 용어로서 깨달음을 터득하는 중요한 수행법으로서 벽관(壁觀)을, 천태종에서는 지관법(止觀法)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입명은 『맹자(孟子)』 「진심장」에 나오는 유가의 말을 차용한 것으로서 명(命)은 일상의 생활 내지 직업을 말한다.

안심입명은 안신입명(安身立命)이라고도 한다. 달마선에서 좌선수행을 실천하는 경우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기울여서 전력하는 것으로 몸을 천명에 맡기고 마음을 안정시켜서 어떤 번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접기/펼치기내용

선종에서 안심은 분별과 집착의 모든 번뇌가 소멸되고 깨달음을 터득한 경지이고, 입명은 깨달음이 성취된 상태에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선수행의 궁극적인 모습을 가리킨다. 달마의 제자로서 『달마어록(達磨語錄)』의 기록자인 담림(曇林)에 의하면, 안심입명은 달마의 가르침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법하게 안심하라는 여시안심(如是安心), 여법하게 사행(四行)을 실천하라는 여시발행(如是發行), 여법하게 중생을 상대하라는 여시순물(如是順物), 여법하게 공부하라는 여시방편(如是方便) 등 네 가지 여시(如是) 가운데서 그 첫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달리 안심법문(安心法門)이라고도 한다.

달마의 안심법문의 출현은 다음의 내용에서 유래되었다. “신광이 말했다. 제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바라건대 대사께서는 안심시켜주십시오. 달마대사가 말했다. 그 마음을 가져오면 그대를 안심시켜주겠다. 신광이 말했다. 그 마음을 찾아보았지만 없습니다. 달마대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한테 안심시켜주었다.”(『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3, 『대정장』 51, p.219 중)

소실육문(少室六門)』 가운데 하나인 『안심법문(安心法門)』에서 안심을 터득하기 위한 달마의 설법에는 집착심이 없고, 분별심이 없으며, 문자를 초월하고, 자아를 초월하며, 대상에 무심하고, 분별상을 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여 안심이 바로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수행법이면서 깨달음이 성취된 상태를 일컫는 말로 나온다.

벽관을 통하여 성취된 달마의 안심입명은 면벽수행으로 좌선하는 모습을 보여준 시각적인 의미와 고요하게 묵언수행으로 깨달음을 자각하는 청각적인 의미를 함께 수반한다. 이것은 달마가 안심의 기능이 바로 수행이면서 더불어 깨달음임을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중국 조사선풍의 수증관(修証觀)인 정혜등지(定慧等持: 선정과 지혜를 모두 중시하는 것)의 사상으로 전승되는 근거가 되었다. 달마 선법의 충실한 계승자임을 공언한 혜능의 『단경(壇經)』에는 이와 같은 달마의 수증관을 계승하여 수행과 깨달음이 다르지 않다는 정혜일체(定慧一體)의 주장이 나타나 있다.

접기/펼치기의의와 평가

달마가 말한 안심입명의 요체는 벽관좌선인데, 발원(發願)을 기초로 하여 진실한 참구를 통하여 노당당(露堂堂)하고 명력력(明歷歷)한 마음을 터득하여 어떤 유혹에도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견해를 획득하는 것을 가리킨다. 안심입명의 경지를 성취하는 데에 도달하기까지는 실제적인 참구 행위를 좌선에서 추구함으로써 좌선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안락한 경지를 성취한다는 의미에서 좌선수행을 가리켜 안락법문(安樂法門)이고, 안심법문이며, 안심입명(安心立命)이고, 안신입명이라고도 말한다.

안심입명의 도리는 보리달마로부터 깨달음을 성취하는 수행법인 벽관좌선으로 제시되기도 하였고, 또한 깨달음이 성취된 궁극의 경지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이후로 중국의 선종사에서 안심입명은 어떻게 안심입명의 경지를 획득할 것인가 하는 수행의 측면 및 깨달음의 성취로서 궁극적인 경지가 실현된 상태의 측면 등 수행과 깨달음의 두 측면으로 전승되어 갔다.

수행의 측면에 대하여 분양선소(汾陽善昭)는 “하늘도 덮을 수가 없고 땅도 실을 수가 없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만 안신입명할 수 있겠는가.” (『분양무덕선사어록(汾陽無德禪師語錄)』 권2, 『대정장』 47, p.615 상)고 말하였다. 깨달음이 성취된 상태의 측면에 대하여 보조 지눌은 안신입명의 도리를 가리켜 깨달음의 경지인 본래의 진심(眞心)으로 간주하여 “모든 대지가 곧 사문이 갖고 있는 하나의 바른 눈이고, 모든 대지가 곧 가람이며, 모든 대지가 곧 도리를 깨달은 사람의 안신입명처이다.”(『진심직설(眞心直說)』 대정장 48, p.1004 상)고 말하였다.

달마 안심입명의 선풍은 조사선에서 추구하는 하나의 목표가 되어 역대 조사를 통하여 혜능 남종선의 바탕이 되었고, 9세기 초반부터 신라에 전승되기 시작한 이후로 고려 및 조선을 거쳐서 오늘날 선종 중심의 한국 불교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전승되고 있다.

접기/펼치기참고문헌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안심법문(安心法門)』
『진심직설(眞心直說)』
『분양무덕선사어록(汾陽無德禪師語錄)』
『원오불과선사어록(圓悟佛果禪師語錄)』
『달마어록(達磨語錄)』
『단경(壇經)』
접기/펼치기집필자
김호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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