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수 한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니 그녀의 수행기를 듣다보면
마치 큰스님이 내 앞에 앉아서 설법을 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제까지 내가 만난 보살들 중에서 최고의 근기와 수행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아니 전문 수행자들도 흉내내기 힘든 수행을 한 여자였다.
매일 삼천배를 삼년이나 했으며...그것도 공양주를 하면서...
위빠사나,참선,아비라기도,주력수행 등 해보지 않은 수행이 없었다.
"전 전생에 천태지관 수행도 치열하게 했었어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일반사람들이 들으면 정신병자라든지,
뭐에 잔뜩 씌인 사람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들을때는 대단한 그녀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점차 내게 비밀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수많은 전생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때 어떤 수행을 했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이 생에도 내로라 하는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며 그 분들의 시중을 들어가며 수행을 했다고 했다.
이런 공개적인 블로그에는 올릴 수 없는 많은 선지식들의 비화를 들려주었다.
"그런 결과 저는 나무아미타불 염불만이 이 말세중생에게는 최고의 수행법임을 확신했답니다.
솔직히 참선하는 사람들 화두가 뭔지 제대로 알고나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 시대에 참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근기를 가진 사람 없습니다."
참으로 건방지게 또는 교만하게 보이는 그녀의 결론적 견해였다.
"좌복에 앉아서 보살들이 해주는 공양을 드시면서 편안하게 참선을 해서 어떻게 도를 얻습니까?
그 분들에게서 전 치열함을 보지 못했어요. 원력도 없는데 뭔 도를 얻습니까"
당돌한 그녀는 머무는 사찰의 스님들에게도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산신기도를 하는 스님에게는,
"스님은 어찌 산신기도를 하십니까? 부처님 제자면 당연히 부처님께 귀의를 해야지요.
그리고 이 산신각에 산신 없습니다"
나는 놀랍기도 한 그녀의 당당한 발언에 호기심도 나서 은근히 물어보았다.
"정말 이 산신각에 산신이 없습니까? 이 곳은 명산인데?"
" ㅎㅎ...산신이 어디 산신각에만 앉아 계신답니까?
여기 저기 돌아다니시지요. 이 절의 산신은 공부의 경지가 굉장히 높은 분입니다.
산신각에 와서 복을 빈다고 들어주고 그런 분이 아닙니다.
아마 누군가 산신상에 돌을 던져도 아무런 반응을 안하실 분입니다.
그런데 승려라는 분이 산왕대신 찾으면서 무언가를 빌고 있다니 우습지 않아요?
이곳의 산신은 도가 높은 분이라 세분으로 몸을 나투시는 분입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손을 들어
"저기에 한 분...또 저기에 한 분...또 저기..." 하면서 산신이 계신 곳을 가르쳐 주었다.
솔직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
도량의 신장들을 보고 있었으며 신장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스님들의 얼굴만 보아도 그 스님이 어느정도 수행을 하셨는지 꿰뚫어 보았다.
한 번은 염불을 열심히 하시는 젊은 스님에게도 직격탄을 날렸었다.
"스님,요즘은 밤에 방에서 염불은 안하시고 계시나봅니다.
스님 얼굴을 뵈니 기(氣)가 막혀있네요.
장애가 왔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시는 겁니까? 상기가 되셨지 않습니까?
그럭저럭 수행하며 사실라면 뭐하러 출가를 하셨습니까?
이론은 탄탄하시지만 행이 안되고 있질 않습니까? "
어휴...^.^
그래도 쫒겨나지 않고 절에 머물고 있는게 기적이었다.
그런데도 스님들이 그녀의 앞에서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를 두려워하기 까지 했다.
아마도 그녀는 이미 타심통도 한 것 같았다.
스님들의 얼굴만 보아도 그 스님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예불시간에 스님들의 독경소리만 듣고도
그 스님이 지금 망상에 젖어서 하는지 어떤지를 알았으며,
목소리만 들어도 수행을 얼만큼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그녀는 영 불편한 보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도 내보낼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내보내려 한다면 많은 곤욕을 치뤄야 함을 알기에...
아마 종정스님에게 찾아가서 왜 자신이 해고를 당해야 하는 지 낱낱이 따지고 들 사람이었다.
사실 그녀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온갖 허드렛 일은 그녀의 몫이었다.
쓰레기를 치울 때는 영락없는 머슴의 모습이었다.
"전 지게를 지며 사는 게 제일 좋아요. 호 호 호..."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지난 날 화려한 인생을 산 여자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녀와 내가 친한 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어떻게 저런 여자와 가깝게 지내는지 기적같다며...뭔 비결이냐고...
비결이라구요?
난 다만 그녀의 근기를 알아보았으며 그녀를 존중해 주었으며
그리고 이제는 존경까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껏 기도 많이 했다, 수행 많이 했다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이 보았지만
그녀처럼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와 머슴처럼 살면서 수행하는 사람은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오직 나무아미타불 염불만 하기를 내게 권하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확고한 이론과 수행으로 무장한 그녀의 설법에 어찌 반발할 수 있으랴.
"우리가 왔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너무도 그리운 우리의 고향이지요...나무아미타불..."
그래 그렇다.
이 세상의 어떤 단어도 이 보다 아름답고 거룩할 수는 없다.
나무아미타불...
그리고 아미타부처님의 48대원만큼 거룩한 원이 어디 있을손가.
"말세중생에게는 염불수행법이 최고입니다.
다른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화두를 든다고 하지만 오분이상 지속하기 힘들어요.
그래갖고는 이생에 성불하긴 어렵습니다.
이렇게 업장이 두터운 몸으로 어떻게 화두를 듭니까.
제가 참선을 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말 못해요.
전생에도 전 참선을 치열하게 했었어요. 천태지관수행도 치열하게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모양 이꼴로 살고 있습니다.
제 업이 너무도 두터우니 또 윤회를 하여 온 것이지요.
그래서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했답니다.
저의 스승은 오직 아미타부처님 뿐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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