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스크랩] 계행없이 지혜열매 바라지 말라(40)

강나루터 2011. 1. 2. 04:24

계행없이 지혜열매 바라지 말라

 
 
만일 계행이 없으면 비루먹은 여우의 몸도 받지 못한다는데, 하물며 청정한 지혜의 열매를 바랄 수 있겠는가. 
                                                                                           - <선가귀감 40>
 
 
주해(註解): 계율 존중하기를 부처님 모시듯 한다면 부처님이 항상 곁에 계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모름지기 풀에 매어 있고 거위를 살리던 옛일로써 본보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戒律을 부처님 모시듯 하면
 
항상 곁에 있는 것과 같아
 
 
사족(蛇足):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제자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부처님께서 안 계시면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야 되겠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는, “지금까지 여래가 설한 계율로써 스승을 삼거라” 하셨다. 그러므로 계율을 지니고 있으면, 부처님을 곁에 모시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비록 생전에 부처님을 직접 옆에서 모셨다 하더라도, 그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으면 가까이 모셨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비록 지금 부처님 육신은 열반에 드셨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가 실천하고 있는 이 순간 부처님의 법신은 내 옆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초계(草繫) 비구와 아주(鵝珠) 비구의 예를 들었다. 초계라는 건 풀로 묶어 놓았다는 뜻이다. 옛날 인도에서 어떤 비구스님이 길을 지나가다가 도둑을 만났다. 빼앗을 게 별로 없자 도둑들이 옷을 빼앗고 발가벗긴 채 풀에 매어 두고 가버렸다. 도둑이 떠난 후에 비구는 풀이 끊어질까 염려해서 꼼짝도 않고 더위와 굶주림을 참으면서 사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때마침 사냥을 나왔던 왕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풀어주었다. 그 비구에게 사연을 들은 왕은 크게 감동을 해서 불교에 귀의했고 그 이후로는 사냥을 금했다고 한다.
 
또 어떤 비구스님이 보석을 연마하는 집에 걸식을 갔는데, 마침 그 집주인이 왕의 부탁을 받고 값비싼 보석을 연마(硏磨)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그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 집의 거위가 돌아다니다가, 그 보석을 발견하고 꿀꺽 삼켜버렸다. 그 스님은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거위가 보석을 삼켜버리는 것을 목격했다. 얼마 후에 돌아와서 보석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주인이 깜짝 놀라서 탁발 나온 비구를 의심하고 문책을 했다. 그렇지만 이 비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있었다. 왜냐? 자기가 본대로 이야기하면 그것을 확인하려고 거위의 배를 갈라 볼 게 뻔하니까, 거위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 묵묵히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주인은 이 비구를 결박해 놓고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 그래서 상처가 나서 피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때 곁에서 어정거리던 거위가 흘린 피를 먹으려고 가까이 다가섰는데, 주인이 홧김에 거위를 발로 냅다 차버려서 죽었다. 그때에서야 이 비구스님은 입을 열어서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말했다. 왜냐? 이미 거위가 죽었으니까.
 
이처럼 과거의 수행자들은 거위라든가 심지어는 풀까지도 생명을 아끼었거늘, 하물며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월호스님 / 하동 쌍계사승가대학 교수

출처 : 행불
글쓴이 : 김해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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