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에 숲속을 거닐다가 어린애의 울음을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울어 대며 참새처럼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 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두들기는 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서 밤 한 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기 때문이란다. 아아 !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저 사람들, 재화를 손해 본 사람들과 가까운 사람을 잃고 거의 죽게 된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 다면 밤 한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으리라.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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