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온공(司馬溫公)의 독락원기(獨樂園記)
사마온공(司馬溫公)의 이름은 광(光)이고 자는 군실(君實)이며 세상이 그를 속수선생(涑水先生)이라 불렀다. 북송(北宋)때 사람으로 그의 시호(諡號)인 태사온국공(太師溫國公)에서 이름을 따 온공(溫公)이라 불렀다.(1019-1086) 송나라 철종 때에 재상(宰相)의 위에 올랐으며 왕안석이 만든 신법(新法)을 개정하였다. 그의 저작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자치통감(資治通鑑) 294권을 저술한 것이었다. 이 자치통감은 편년체(編年體)로 엮어진 중국의 방대한 통사(通史)이며, 한(漢)의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이후 최대의 통사로 매우 중요한 사서(史書)이다.
그가 만년에 향리(鄕里)에 은거(隱居)하며 지은 독락원기(獨樂園記)는 그 뜻이 고상(高尙)하여 후세에 많은 선비들이 따라 살기를 즐거워하는 글이었다. 원래는 이 글의 앞과 뒤에 전사(前辭)와 후사(後辭)가 있었다. 본문(本文)을 읽기 전에 먼저 전사를 읽고, 본문을 다 읽은 뒤에 후사를 읽으면 전체의 대의(大義)가 더욱 명확해진다.
“맹자가 말하기를‘혼자 즐기는 일이 사람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즐기는 것만 못하고, 몇 사람과 즐기는 일이 많은 사람과 즐거움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는데 이런 방식은 왕이나 대인들이 즐기는 방식이고 우리 같이 가난하고 미천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공자가 말하기를 ‘거친 밥을 먹고 물이나 마시고 팔베개하고 잠을 잘지라도 그 속에 즐거움이 있다.’고 하였으며, 그분의 제자 안회(顔回)는 ‘한 사발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마시면서도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서 어느 것과도 바꾸지 않았다.’ 고 했으니 이런 즐거움은 성현(聖賢)들이나 할 수 있는 즐거움이지 나 같은 어리석은 자는 할 수 없는 일이다.
(孟子曰 獨樂樂 不如與人樂樂 與少人樂樂 不如與衆樂樂 此王公大人之樂 非貧賤者所及也 孔子曰 飯蔬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顔子 一簞食一瓢飮 不改其樂 此聖賢之樂 非愚者所及也)
대개, 뱁새가 숲에 둥지를 만들 때는 작은 나무 한 가지만 있으면 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신다 해도 배부르면 더 마시지 못하는 것, 모두가 자기 분수(分數)에 안주(安住)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 못난 늙은이의 즐기는 방식이다. 내가 처음으로 고향인 낙양(洛陽)에 내려와 5년 동안 살면서 정원 가운데 집을 짓고 책 5천권을 모아 진열하고 이 집을 부르기를 독서당(讀書堂)이라 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책을 읽었다.
(若夫 鷦鷯巢林 不過一枝 偃鼠飮河 不過滿腹 各盡其分而安之 此乃迂叟之所樂也 迂叟始家洛五年 爲園其中爲堂 聚書五千卷 命之曰讀書堂 迂叟平日 多處堂中讀書)“
독락원기(獨樂園記)-사마광(司馬光)
迂叟平日讀書(우수평일독서) : 나는 평소 책을 읽어서
上師聖人(상사성인) : 위로는 성인을 스승삼고
下友群賢(하우군현) : 아래로는 여러 어진 이을 벗하며
窺仁義之原(규인의지원) : 인과 의의 근원을 살피고
探禮樂之緖(탐례악지서) : 예와 악의 실마리를 탐색한다.
自未始有形之前(자미시유형지전) : 만물의 형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부터
曁四達無窮之外(기사달무궁지외) : 사방에 이르는 끝없는 외부 세계까지
事物之理(사물지리) : 사물의 이치가
擧集目前(거집목전) : 온통 눈앞에 모이게 된다.
可者學之未至(가자학지미지) : 가능한 것도 다 배우지 못하는데
夫可何求於人(부가하구어인) : 어찌 남에게 배우기를 구하겠으며
何待於外哉(하대어외재) : 어찌 밖에서 배우기를 기대하겠는가?
志倦體疲(지권체피) : 마음이 권태롭고 몸이 피곤하면
則投竿取魚(즉투간취어) : 낚싯대를 던져 고기를 낚으며
執衽采藥(집임채약) : 옷자락을 걷어쥐고 약초를 캐거나
決渠灌花(결거관화) : 도랑을 내어 꽃나무에 물을 주거나
操斧剖竹(조부부죽) : 도끼를 잡고 대나무를 쪼개거나
濯熱盥水(탁열관수) : 한 대야의 물로 더위를 씻어버리거나
臨高縱目(림고종목) : 높은 곳에서 올라 눈 가는 대로 경치를 바라보고
逍遙徜徉(소요상양) : 이리저리 거닐며
惟意所適(유의소적) : 오직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노라
明月時至(명월시지) : 밝은 달이 때맞추어 떠오르고
淸風自來(청풍자래) : 맑은 바람이 저절로 불어오면
行無所索(행무소색) : 이끄는 것이 없이도 이끌러 가고
止無所柅(지무소니) : 붙잡는 것이 없어도 멈추게 된다.
耳目肺腸(이목폐장) : 귀도 눈도 폐도 장도
卷爲己有(권위기유) : 모두 거두어 내 소유로 하게 되니
踽踽焉洋洋焉(우우언양양언) : 마음대로 걸어 거칠 것 없이 넓다
不知天壤之間(불지천양지간) : 모르겠지만, 하늘과 땅 사이에
復有何樂(복유하락) : 다시 어떤 즐거움이 있어
可以代此也(가이대차야) : 가히 이것과 바꿀 수 있겠는가?
因合而命之曰獨樂(인합이명지왈독락) : 까닭으로 이를 <독락>이라 명명한다.
어떤 이가 나에게 말하기를 “내가 들으니 군자께서 즐기는 것은 많은 사람과 더불어 함께함이 마땅한데, 지금 당신은 혼자만 즐기고 사람에게 나누지 않으니 옳은 일입니까?” 하거늘 내가 사과하며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내가 무슨 덕이 있어 군자와 비교하겠소? 혼자 즐기는 것도 다 못할까 두려운데 어찌 남과 함께 즐긴단 말이오? 하물며 내가 즐기는 일은 천박(淺薄)하고 비루(鄙陋)해서 세상 사람들이 이미 다 버린 것들이라오. 누구에겐가 주려해도사람들이 싫어할 것이 분명한데 어찌 억지로 주겠소? 만약 함께하기를 원하는 사람 있다면 내가 두 번 절하고 드릴 것인데 어찌 나 혼자만 독점한다 하겠습니까?”‘
(或咎迂叟曰 吾聞 君子所樂 必與人共之 今吾子獨取於己 不以及人 其可乎 迂叟謝曰 叟愚 何德比君子 自樂恐不足 安能及人 況叟之所樂者 薄陋鄙野 皆世之所棄也 雖推以及人 人且不取 豈得强之乎 必也有人 肯同此迂 則再拜而獻之矣 安能專之哉)
선생은 말하기를 “나는 독서(讀書)를 통하여 성인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현인들을 벗으로 맞아 사물의 이치를 터득(攄得)한다. 그래도 가끔 마음이 권태롭고 몸이 피로하면 사람과 함께 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혼자서 풀어버리는 방법을 깨우쳤다.
몸이 나른하고 마음이 권태로우면 낚시를 던져 고기도 잡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약초도 캔다. 물길을 만들어 꽃나무에 물도 대주고, 대나무를 토막 내어 도끼로 쪼개본다. 대야에 물을 떠서 더위를 식혀보고, 높은 언덕에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기도 한다. 발 가는대로 산책도 하고, 마음이 가리키는 곳을 찾아간다.
때가 되면 밝은 달이 떠오르고, 어디선지 맑은 바람도 불어온다. 거닐어도 잡는 이 없고, 멈추라고 만류하는 이도 없다. 내 몸의 모든 것이 다 나의 소유요 또 뜻대로 해도 거리길 것이 없이 천지에 자유롭다. 이 세상에 어떤 즐거움이 이보다 더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즐거움을 통틀어서 ‘나 홀로 즐김(獨樂)’이라 명명(命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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