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아는 부인은 극히 적다. 대부분 모두 소견이 얕아서 남편이 수령이 되었다는 말만 들어도 곧 한 보따리 부귀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장식과 패물들을 가장 아름답게 하기에 힘쓰며, 저전(邸錢)을 함부로 가져오게 하여 아파(牙婆) - 속칭 방물장수. - 들을 널리 불러 기이한 비단과 고운 모시베ㆍ삼베, 용을 새긴 비녀와 나비 모양의 패물을 장만하며, 아이들을 요물(妖物)처럼 단장시키고, 여종들을 창기(娼妓)처럼 만들어서 다른 집보다 뛰어난 모습으로 가는 길을 빛나게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식자들은 그것을 보고 그 남편이 이미 바른 도리를 행하지 못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재물을 낭비하고 복을 꺾으면서 남편의 체면을 깎으니 무슨 상쾌한 것이 있겠는가. 주신(周新)이 절강안찰사(浙江按察使)로 있을 적에 하루는 요속(僚屬)이 구운 거위 고기를 바쳤다. 그는 그것을 실내에 걸어 놓고 후에 또 바치려는 자가 있으면 이를 가리켜 보여 주었다. 동관(同官)들의 내연(內宴)이 벌어졌을 때 각기 성대히 차려입었지만, 주신의 부인은 나무비녀와 베치마 차림으로 참석하니, 아주 촌부인 같았다. 성대히 차린 부인들은 서로 부끄럽게 여기고 그 후로는 검소한 의복으로 바꾸어 입었다 한다.
형공악(衡公岳)이 경양(慶陽)을 맡아 다스릴 때 동료의 부인들이 함께 모여 노는데, 그 자리에 모였던 부인들은 모두 금붙이와 비단이 찬연하였지만, 공의 부인만은 나무비녀에 베옷 차림일 뿐이었다. 모임이 끝난 후에 부인이 언짢아하자, 공이,
“그대는 어디에 앉았었소?”
하니 부인은,
“윗자리에 앉았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공이,
“이미 윗자리에 앉았으면서 또 좋은 의복에 화려한 치장을 바라니, 부귀를 함께 겸할 수가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