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이야기

[스크랩] 유계. 고산지원법사가 학도들에게 보이신 글.

강나루터 2016. 12. 12. 00:34

영남제일강원

孤山圓法師示學徒

 於戱 大法 下衰 去聖逾遠이라 披緇雖衆이나 謀道尤稀로다 競聲利 爲己能하고 示流通 爲兒戱하야 遂使法門으로 罕闢하고 敎網으로 將頹로다 實賴後昆인댄 克荷斯道 汝曹 虛心聽法하고 潔己依師하야 近期於立身揚名하고 遠冀於革凡成聖이니 發揮像法인댄 捨子而誰 故須修身踐言하야 愼終如始하며 勤爾學問하고 謹爾行藏하야 避惡友 如避虎狼하고 事良朋 如事父母하며 奉師盡禮하야 爲法忘軀하며 有善 無自矜하고 起過어든 務速改하며 守仁義而確乎不拔하고 處貧賤則樂以忘憂하면 自然與禍斯違하고 與福斯會하리니 豈假相形問命하야 諂求榮達之期하며 擇日選時하야 苟免否屯之運이리요 此豈沙門之遠識 實唯俗子之妄情이로다 宜乎見賢思齊하며 當仁不讓하야 慕雪山之求法하며 學善財之尋師하라  名利 不足動於懷하고 死生 不足憂其慮 倘功成而事遂인댄 必自邇而陟遐니라

    오호라! 큰 법은 점차 쇠퇴하고 성인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니 승복을 걸친 이는 비록 많으나 도를 도모하는 자는 더욱 드물다. 명성과 이익을 다투는 것을 자기의 능사로 삼고 바른 법이 흐르고 소통되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아이들의 유희로 여기니, 마침내 법문은 가끔 열리게 되어 교망이 곧 무너지려 한다. 진실로 뒤를 잇는 이에게 (머물게)의뢰하려면 능히 이 도를 짊어져야 할 것이니, 너희들은 마음을 비우고 법을 들으며 몸을 깨끗이하고 스승에게 의지하여 가까이로는 입신양명을 기약하고 멀리로는 혁범성성을 바래야 할 것이다. 상법(像法)을 꽃피워 드날리고자 함에 그대가 아니면 그 누구이겠는가? 그러므로 모름지기 몸을 닦고 말을 실천함에 끝까지 삼가기를 마치 처음과 같이 하라. 배우고 묻기를 부지런히 하며 나아가고 물러서는 일에 엄격하게 해야할 것이니, 못된 벗 피하기를 마치 호랑이 피하듯 해야 하고 어진 벗 섬기기를 마치 부모 섬기듯 해야 한다. 스승을 받듦에 예를 다하고 법을 위해서는 몸을 잊으며, 선행이 있으도 스스로 자랑하지 말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힘써 속히 고쳐야한다. 인의(仁義)를 지킴에 확연히 흔들리지 않고 빈천(貧賤)에 처하되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으면 자연히 화는 떠나고 복은 모이게 될 것이니, 어찌 관상을 보고 운명을 물으며 아첨으로 영달의 시기를 구할 것이며 날을 택하고 시를 골라 구차하게 막히고 어려운 운세를 면하기를 빌겠는가. 이것이 어찌 사문의 원대한 식견이리요, 실로 오직 속인의 망령된 정일 뿐이다. 마땅히 현인을 보면 그와 가지런해 질 것을 생각하고 어진 일을 당면해서는 양보하지 말아야 하며, 설산의 구법(求法)을 사모하고 선재(善財)가 스승을 찾던 일을 배우라. 명예와 이익에 마음을 동해서는 안 되며 삶과 죽음을 우려해서는 안 된다. 만약 공이 이루어지고 일이 성취되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으로부터 먼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단어】

像法; 三時(正法 像法 末法)의 하나. 불멸 1000년에서 2000년 사이.

行藏; (죽은 이의 약력)진로. 진퇴. 내력. 행적. 履歷; 산 이의 약력.

確乎= 確實= 確是= 確然= 實在; 확실히.

不拔; 뽑히지 않다. 변경하기 어렵다. 견고하다.

樂以忘憂;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다. 도를 즐거움으로 행하여 가난 따위의 근심을 잊다.

相形= 相面; 관상을 보다.

否屯= 屯否; 운수가 막혀 어려움에 빠지다.


【주해】

孤山智圓法師; 智圓法師의 字는 無外니 錢塘徐氏子라 居杭州孤山寺하니 學者가 歸之如市러라 自號를 中庸子라하다.

♤지원법사는 자가 무외이며 전당 서씨의 아들이다. 항주의 고산사에 거처하니 학자들이 그에게 귀의하여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스스로 중용자라 불렀다.

聲利; 取名曰聲요 厚己曰利라

♤명예를 취하는 것을 聲이라 하고, 자기를 두텁게 하는 것을 利라 한다.

流通; 不壞正法曰流요 無所壅滯曰通이라.

♤바른 법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을 流라 하고, 막히거나 엉기는 곳이 없게 하는 것을 通이라 한다.

修身踐言; 記에 曰修身踐言을 謂之善行이라하니 註에 修治其身하며 踐行其言이 是爲善行也라

♤《기》에 이르기를 「몸을 닦고 말을 실천하는 것을 일컬어 善行이라 한다」 하고는 주석에, 그 몸을 닦아 다스리고 그 말을 실천하여 행하면 그것이 선행이 된다고 하였다.

行藏; 語에 曰用之則行하고 捨之則藏이라.

♤《어》에 말하였다. 「사용하면 곧 行이요, 버리면 곧 藏이다.」

否屯; 否는 閉塞也니 天地不交而萬物이 不通也라 以一人으로 言之則陰陽이 不合하고 氣血이 不通하야 表裡失度也니 物不可以終通也-라 屯은 難也니 剛柔始交而難生이니 萬物이 始生에 屈而未申之象也라.

♤否는 맥혀있음이니 하늘과 땅이 교류하지 못하고 만물이 통하지 못함이다. 한 사람의 예를 들어 말한다면 곧 음양이 화합되지 않고 기혈이 통하지 않으니 겉과 속이 그 법도를 잃고 사물은 궁극적인 곳까지 통할 수가 없다. 屯은 어려움으로서 굳센 것과 부드러운 것이 처음 교차하며 어렵게 생겨나는 것이니, 만물이 처음 생겨나며 굽어진 채 아직 펴지지 않은 모습이다.

雪山之求法~; 佛이 昔爲雪山童子하야 求法而行이러니 天帝가 化爲羅刹하야 說半偈하니 又欲畢聞下半하야 忘身而求하니라 見涅槃經하라 善財童子가 初從文殊發心하야 遂南行百城하야 參五十三善知識하니 見華嚴經하라.

♤부처님이 예전에 설산의 동자로서 법을 구하며 다닐 때 천제가 나찰로 변화하여 게송의 절반을 얘기하자 또 그 절반을 마저 듣고자 하여 몸을 염두에 두지 않고 법을 구했다.《화엄경》에 보인다.

自邇而陟遐; 書에 云若升高에 必自下하고 陟遐에 必自邇라하야늘 註에 云行遠에 必自邇하고 登高에 必自卑니 進德修業도 得如此也라하니라.

♤《서》에 이르기를 「만약 높이 오르려면 반드시 아래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먼 곳을 오르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고는 주석에, 멀리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하고 높이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으로부터 시작하니 덕에 힘쓰고 업을 닦음도 이와 같아야 할 것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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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沽名而名自揚하고 不召衆而衆自至 智足以照惑하고 慈足以攝人이니라 窮則獨善其身하고 達則兼善天下하야 使眞風息而再振하고 慧炬滅而復明이면 可謂大丈夫焉이며 可謂如來使矣리니 豈得身捿講肆호대 跡混常徒하야 在穢惡則無所間然이요 於行解則不見可畏하야 以至積習成性하야 自滅其身이요 始敎慕彼上賢이라가 終見淪於下惡하나니 如斯之輩 誠可悲哉인저 云靡不有初 鮮克有終이라하니 斯之謂矣 中人以上 可不誡歟 抑又戒慧分宗하야大小異學 悉自佛心而派出하니 意存法界以同歸어늘 旣而未曉大猷 於是 各權所據하야 習經論則以戒學으로 爲棄物하고 宗律部則以經論으로 爲憑虛하며 習大法者則滅沒小乘하고 聽小乘者則輕毁大法하나니 但見人師 偏讚하고 遂執之而互相是非어니 豈知佛意常融이리요 苟達之而不見彼此하면 應當互相成濟하야 共熟機緣하리니 其猶萬派朝宗 無非到海 百官 蒞事 咸曰勤王이라

     이름을 팔지 않아도 이름은 저절로 드날려질 것이며 대중을 불러들이지 않아도 대중이 저절로 올 것이다. 지혜가 풍족함으로써 의혹을 비출 수 있고 자비가 풍족함으로써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 궁핍하면 곧 홀로 자신만을 착하게 하고 통달하면 곧 천하까지 겸해서 착하게 하여 진리의 바람이 쉬던 것을 다시 진작되게 하고 지혜의 횃불이 멸해가던 것을 다시 빛나게 한다면 가히 대장부라 할만하며 가히 여래의 사자라 할만하다. 어찌하여 몸은 강의하는 자리에 깃들어 있되 자취는 범상한 무리와 뒤섞여 있으며, 더럽고 추악한 것에 대하여  멀리하려는 바가 없고 수행과 견해에 있어서도 가히 경외할 만한 것을 볼 수 없으며, 내지 악습을 쌓고 악성을 이루어 자신을 자멸하는가! 처음에는 상현들을 사모하다가 결국에는 하악에 빠지게 되나니 이와 같은 이들은 진실로 안타까울 뿐이로다.《시경》에 이르기를 「‘처음’은 있지 아니함이 없으나 능히 ‘마침’이 있는 것은 드물다」 하였으니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니, 중인(中人) 이상은 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계(戒)와 혜(慧)로 종파가 나눠지고 대승과 소승의 다른 학파가 모두 부처님의 마음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으니 뜻은 법계(法界)로 모두 돌아가야 하거늘 이윽고 큰 법을 깨닫지 못하고 각기 근거하는 바에 치우쳐 경론을 익히면 곧 계학(戒學)을 쓰레기로 여기며, 율부(律部)를 으뜸으로 삼으면 경론을 빙허(憑虛)로 여기며, 대승을 익히는 자는 곧 소승을 멸시하고 소승을 듣는 자는 곧 대승을 업신여기며, 단지 인사(人師)의 칭찬할 만한 한쪽만 보고 마침내 집착하여 서로 시비(是非)한다면 어찌 항상 원융무애한 부처님의 뜻을 알겠는가. 진실로 통달하여 피차를 보지 못했다면 응당 서로 도와서 함께 기연을 익혀야 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만파조종이 바다에 이르지 않는 것이 없으며 문무백관이 일에 임함에 모두들 왕을 위해 충성을 다한다고 일컫는 것과 같다.

【문법】

不足; ~할 가치가 없다. ~해서는 안되다(못되다).

間然; 비난하다.

抑; 그렇지만.

敎慕의 敎와 見淪의 見은 慕와 淪을 피동사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旣而; 잠간 후에. 그 뒤. 이후. 이윽고.

於是; 그래서. 이리하여. 그리하여.

【새로운 단어】

獨善其身; 자기 한 몸의 선만을 꾀하다. 자기 만이 착하게 되기 위하여 힘쓰다.

憑虛; 있지도 않는 가상적인 것.

朝宗; 모여들다. 집중되다.

勤王; 왕실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다.

【주해】

獨善其身; 獨善은 不失其身이요 兼善은 不失其望이라.

♤홀로 선하면 그 몸을 잃지 않음이요, 함께 선하면 그 희망을 잃지 않음이다.

講肆; 講道之所니 衆集이 如市肆할새 故로 云講肆라 肇論에 云學處에 陳列書史가 如市中에 陳列貨物也라 後漢張楷의 字는 公超니 學徒隨之하야 所居가 如市일새 故로 今講學處를 稱肆焉하니라.

♤불도를 강의하는 곳에 대중이 모여든 것이 마치 저자거리 같은 까닭에 講肆라 했다.《조론》에 이르기를 「배움의 장소에는 뭇 서적을 진열해 놓은 것이 마치 저자거리에 물건을 진열해 놓은 것과 같다」 하였다. 후한 때의 장해는 자가 공초인데 배우고자 하는 무리들이 그를 따르며 거처하는 곳이 마치 저자거리 같았던 까닭에 지금에 학문을 강의하는 장소를 肆라 일컫는다.

若有正解高行則人皆畏而敬之하니 言無一可畏之解行也라.

♤만약 바른 견해와 높은 수행이 있으면 곧 사람들이 모두 그를 두려워하고 공경할 것이니, 어느 한 가지도 두려워할 만한 견해나 수행이 없음을 말한다.

詩云~; 詩는 大雅蕩之篇이라 靡는 無也오 鮮은 小也오 克은 能也라 有始無終은 乃人之常情也라.

♤《시경》의 <대아> 탕지편이다. 靡는 없다는 것이요, 鮮은 작다는 것이요, 克은 능히 행하다는 것이다.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것은 곧 人之常情이다.

中人以上~; 上善은 不待敎하고 中人은 聞語而改하고 下愚는 聞不遷故로 指中人하야 一以誡之也라.

♤상근기는 착하여 가르침을 기다리지 않으며, 중근기는 인간다워 말을 듣고는 고치며, 하근기는 어리석어 듣더라도 실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근기의 사람을 지적하여 한결 같이 경계하게 한 것이다.

戒慧分宗; 律詮於戒하고 論詮於慧하니 律論이 分其宗이라.

♤律은 戒에 대해 설명하고 論은 慧에 대해 설명하니 律과 論이 그 종파를 나누었다.

法界以同歸 華嚴에 云無不從此法界流하야 無不還歸此法界라하니 是同歸法界也라.

♤《화엄》에 이르기를 「이 법계로부터 흘러나오지 않은 것이 없기에 이 법계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 없다」 하니 곧 함께 법계로 돌아감이다.

權; 權은 執也라 ♤權은 집착함이다.

習經論~; 律制에 比丘가 五夏以前은 專精律部然後에 學經論이어늘 今但習經論者는 以律學으로 爲棄物也.

♤律에 제정되어 있기를, 비구는 여름 다섯 철 이전에는 오로지 律部를 정미롭게 한 연후에 經論을 배우라 하였다. 지금에 단지 경론 만을 배우는 자들은 律學을 쓰레기로 여긴다.

宗律賦~; 比丘가 戒爲行本이어늘 不能由之而但尙經論之學일새 故로 謂爲憑虛라하니라.

♤비구는 계를 수행의 근본으로 여겨야 하거늘 능히 이렇게 하지 못하고 단지 경론 만을 숭상하여 배우는 까닭에 ‘헛된 것에 기대는 것으로 여긴다’고 일컬은 것이다.

朝宗; 傳에 曰江漢이 朝宗于海라하니 謂江漢之勢가 奔趨於海를 若諸候之朝宗於王也라 春見曰朝요 夏見曰宗이라 言諸宗이 融會於心海也.

♤《전》에 이르기를 「江水와 漢水가 바다에 머리를 조아리며 모여든다」 하였으니 강수와 한수의 형세가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마치 제후들이 왕에게 복종하는 것과 같음을 말한다. 봄에 임금을 알현하는 것을 朝라 하고 여름에 알현하는 것을 宗이라 하니, 모든 종파가 융합하여 마음의 바다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

勤王; 勤王은 如詩에 云鞅掌王事라하니 王事는 靡盬之類가 是也라 鞅掌은 失容也라 言王事가 煩勞하야 不假爲儀容也라 盬는 音에 固니 不堅也라 言王事를 不可不堅固也라.

♤勤王이란《시경》에서 말한 「제왕의 일로 바쁘게 힘쓰다, 제왕의 일은 견고하고도 치밀하다」라고 한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鞅掌은 바른 몸가짐을 잃는 것인데, 왕의 일로 번거롭고 수고로워 儀禮와 威容을 꾸미지 않음을 말한다. 盬의 음은 고(固)이며 견고하지 않음이니 왕의 일은 불가불 견고해야 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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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見護一派而擬塞衆流하며 守一官而欲廢庶績커라 原夫法王之垂化也 統攝群品하야 各有司存하니 小律 比禮刑之權이요 大乘 類鈞衡之任이요 營福 如司於漕輓이요 製撰 若掌於王言이니 在國家之百吏咸修 類我敎之群宗 競演이라 果明此旨하면 豈執異端이리요 當須量己才能하야 隨力演布호대 性敏則兼學 爲善이요 識淺則顓門 是宜니라 若然者인댄 雖各播風猷나  而共成慈濟하야 同歸和合之海하며 共坐解脫之床하리니 夫如是則眞迷途之指南이며 敎門之木鐸也 居乎師位하야 諒無慙德이요 趣乎佛果 決定不疑하리니 汝無矜伐小小見知하고 樹立大大我慢하야 輕侮先覺하고 熒惑後生이어다 雖云聽尋 未補過咎 言或有中이니 汝曹 思之하라

    한 가닥 물줄기를 보호하고자 여러 물줄기를 막으려 한다거나 하나의 벼슬을 지키고자 여러 가지 공적을 폐지하려 한다는 것은 보지 못했다. 처음 법왕이 교화를 드리움에 여러 종류의 중생들을 통괄하여 각각에 관리가 있었으니, 소승의 율(律)은 예부와 형부의 권위에 비견되고 대승(大乘)은 재상의 임무와 유사하며 복을 구하는(營福)것은 해양교통부에서 맡아하는 것과 같고 서적을 찬술․저작하는 일(製撰)은 마치 왕언(도승지)에서 관장하는 것과 같다. 나라에서 모든 벼슬아치가 함께 자신의 직분을 닦는 것은 우리 불교의 여러 종파들이 다투어 포교하는 것과 유사하니 과연 이러한 취지를 안다면 어찌 이단(異端)이라고 고집하겠는가. 응당 모름지기 자기의 재능을 헤아려 힘에 따라 포교할 것이니, 성품이 총민하면 곧 겸학(兼學)이 선이 되고 지식이 얕다면 곧 전문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비록 각각 교화와 법도를 전파(傳播)하더라도 함께 자비로운 구제를 이루어서 같이 화합의 바다로 돌아갈 것이며 함께 해탈의 자리에 앉을 것이니, 무릇 이와 같다면 곧 참으로 미로(迷路)의 나침판이며 교문(敎門)의 목탁일 것이다. 스승의 지위에 자리하여 참으로 부끄럽지 않는 덕과 불과(佛果)에 나아가는데 결정코 의심스럽지 않으리니, 너희는 작디작은 견해와 지식을 자랑하거나 크디큰 아만을 세워서 선각자들을 업신여기거나 뒤에 오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비록 말하기를 청경심론이 허물을 보완(補完)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말 가운데 혹시라도 맞는 것이 있다면 너희들은 그것을 생각하라.


【새로운 단어】

庶積; 여러 가지 공적.

原夫; 처음.

統攝; 통할하다. 통괄하다.

有司; 관리.

風猷; 風敎(풍속과 교화)와 道德.

【주해】

禮刑之權; 如禮部刑部 所執之權柄也라

♤예부나 형부가 권력의 핵심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

鈞衡; 鈞은 陶鈞也라 陶家謂轉者하야 爲鈞이니 盖取周回均調之義라 言宰相이 法天하야 而統百官馭萬民이 亦猶陶人이 轉鈞也라 衡은 阿衡이니 號伊尹曰阿衡이라하니 阿는 倚也요 衡은 平也니 言依倚而取平也라.

♤鈞은 도공의 녹로이다. 도공들은 [그릇을 만드는 도구 가운데] 회전시키는 것을 일컬어 鈞이라 하니, 아마도 일정하게 회전하며 균등하게 조절한다는 의미를 취한 것일 것이다. 재상이 하늘을 본받아 백관을 통치하고 만백성을 부리는 것 역시 도공들이 鈞을 회전시키는 것과 같음을 말한다. 衡은 아형(은나라 이윤이 한 벼슬로 지금의 국무총리 같음)인데, 이윤을 호칭하여 아형이라 하였다. 阿는 의뢰함이요 衡은 평평하게 함이니, 의지하고 기대어 공평을 취함을 말한다.

漕輓; 舟運曰漕요 車運曰輓이라.

♤배를 운행함을 漕라 하고 수레를 운행함을 輓이라 한다.

製撰; 如左史知製誥典翰之類니 掌記王言也라.

♤좌사 지제고 전한 등과 같은 종류로서 왕이 하는 말을 관장하여 기록한다.

才能; 能은 獸名이니 形色은 似熊하고 其足은 似鹿이라 爲物이 堅中而力强일새 故로 人之有賢才者를 皆爲之能也라.

♤能은 짐승 이름으로 형색은 곰과 흡사하고 그 다리는 사슴과 흡사한데, 그 종류됨이 굳세고도 힘이 있는 까닭에 사람으로서 현명하고 재주가 있는 자를 모두 ‘能하다’고 한다.

顓門; 專同이라  ♤專과 같다.

風猷; 猷는 道也오 風은聲也니 王者의 聲敎를 亦謂之風敎니라 又化也니 萬物이 以風으로 動하고 以風으로 化하나니 今言風猷者는 謂化道聲敎也라.

♤猷는 법도(道)이며 風은 소리(聲)이다. 왕의 聲敎는 또한 그것을 일컬어 風敎라 한다. 또한 敎化이니 만물은 바람으로써 움직이고 바람으로써 변화되는 것이며, 지금에 風猷라 말한 것은 교화의 법도에서 聲敎를 일컬은 것이다.

解脫; 出纏名解요 離障名脫이라.

♤얽힌 것으로부터 빠져 나온 것을 解라 이름하고 장애를 벗어난 것을 脫이라 이름한다.

指南; 周時에越裳이 入貢이러니 迷其去路어늘 周公이 作指南車하야 載之而歸하니라.

♤주나라 때 월상이 들어와 공물을 바치고는 돌아가는 길을 잃어 버렸기에 주공이 지남거를 만들어 그것을 싣고 돌아가게 하였다.

木鐸; 木鐸者는 金口木舌이니 施政敎時에 所振以警衆者라 若金鐸則金口金舌이니라 春用木하고 秋用金하며 文用木하고 武用金하니 時與事之不同也라 或木鐸所以循于道路라하니 言天이 使夫子로 失位하야 周流四方하야 以行其敎가 如木鐸之循于道路也라.

♤목탁은 쇠로 된 입에 나무로 된 혀가 있는 것이니, 나라의 일이나 종교의 가르침을 베풀 때 흔들어서 대중들을 경계시키는 것이다. 만약 金鐸이면 곧 쇠로 된 입에 쇠로 된 혀이다. 봄에는 나무를 사용하고 가을에는 쇠를 사용하며 문신들은 나무를 사용하고 무관들은 쇠를 사용하는 등, 시기와 더불어 일삼는 것이 같지 않다. 혹은 목탁은 길로 돌아다니는 까닭에, 하늘이 공자로 하여금 벼슬의 지위를 잃게 하고 사방을 두루 다니게 함으로써 그 가르침을 행하게 하는 것이 마치 목탁이 도로를 돌아다니는 것과 같음을 말한다.

 矜伐; 伐者는 如伐木之伐이니 凡人이 矜誇其能은 乃所以自伐其身이라 故로 謂矜爲伐也.

♤伐이란 나무를 베다(伐) 할 때의 伐과 같은데, 무릇 사람이 자기의 능력을 긍지를 가지고 자랑하는 것은 곧 스스로 그 몸을 베는 것이다. 그러므로 긍지를 가지고 자랑함은 베는 것이 된다고 말하였다.

未補過咎; 古云聽經尋論이 未補道며 未除過라하니라.

♤옛 사람이 이르기를, 경전을 듣거나 논장을 탐구하는 것은 도를 이룸을 돕는 것도 아니요 허물을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하였다.

출처 : 안동 일출암
글쓴이 : 능허스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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